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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oooong Jan 24. 2022

꿈을 꾸십시오

우러러 우러르는, 것뿐입니다.


꿈을 꼭 꾸어야 하나요? 불쑥 던진 물음에 대뜸 이렇게 답할 님의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닌가요, 맞잖아요? 속단하지 말라고요? 그럼 꿈이 뭔데요?      


틈만 나면 맨발로 흙을 밟으며, 나무를 끌어안아 보고, 나무에 기대어 낮잠도 자리라. 키 작은 들꽃과 이른 아침부터 잠을 깨우는 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하늘을 보리라. (서정홍, ‘나이 예순이 되면’ 부분)


시편을 외기보단 몸피처럼 껴입어 살고 싶은, 그렇게 살아야지, 하곤 다짐하는 시. 맨발에는 보슬보슬 흙먼지를, 너른 품에는 둥치가 아름은 되는 느티나무를, 고로쇠나무에 귀 기울여 달달한 소리를, 가만 들여다봐야 겨우 보일락 말락 꽃마리의 앙증함을, 제 이름으로 울지 아니하니 이름도 모르고 지나는 새들의 재잘거림을, 얼음장 밑으로 도르르 또르르 흐르는 봄 마중물을,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의 청명함을, 꾸어서 꿈이 아닌 살아서 꿈이 되는 생(生), 꿈이다. 훗날이 아닌 지금, 오롯이 살아서 행복한 꿈, 가만가만 몸¦짓 마음¦짓 말¦짓의 선물이리라.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 꿈이란 게 요망스러운 것입니다. 꿈이란 게 흙 나무 들꽃 새 물 하늘을 우러러 우러르는, 것뿐입니다.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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