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oPoooong
Feb 07. 2022
북두칠성을 찾아 떠나는 겨울 별자리 여행, 아빠는 설렌다. 저 별은 너의 별, 이 별은 나의 별, 정도의 이름 붙일 낭만은 없다 해도, 별과 별을 이어 북두칠성 별자리 이름은 불러줄 테다. 으흠, 아빠 어깨 살짝 들썩이거든 가차 없이 눌러줘. 구름 따서 구름빵 만들자던 맹랑한 약속은 지리산이었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너희들이 훌쩍 커버렸네. 더 커버리기 전 아빠의 욕심이 또 하나 있었지. 너럭바위나 풀숲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는 것. 쏟아져 내리는 별을 헤는 밤, 한 치 앞 분간 힘든 짙은 어둠, 검정의 존재를 몸으로 실감하기. 아빠는 들뜬다, 또!
별자리 여행 전에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어. 구상화강편마암(球狀花崗片麻岩), 천연기념물 제249호가 있는 곳, 왕정마을. 잠시 스친 곳이지만 아빠의 인연과 추억이 어렴풋하게 남은 곳이야. 이십여 년 훌쩍 넘긴 세월이니 그 인연의 마을 이장님 얼굴도 사실 가물거려. 아빠가 대학생이던 시설 몇 명이 뭉쳐 농활을 다녀왔던 곳이야. 아빠 결혼 전에 엄마랑 한 번 다녀왔지. 이장님과 인삼 안주에 맥주 한잔했던 기억은 선명하네. 동네 식당에서 삼겹살 굽고, 잠자리를 내어주시던 고마움은 여전하구나. 너희들 어릴 적 잠시 다녀갔던 기억도 이제야 떠오른다. 마을 입구 신령한 기운 감돌던 마을 숲의 신록도 뚜렷하고,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냇가에서 너희들 잠시 발 담갔던 기억. 몇 조각 기억이 순서 없이 뒤섞여서 난감하네. 이장님은 잘 계실까? 너희들이 자란 세월이 있으니 이장님 얼굴에도 제법 깊은 골의 주름일 거야. 온전히 아빠만의 추억을 추어올리는 시간이 될 거 같아. 아빠 욕심 이만, 발길 돌릴 시간이다.
이 여행의 시작은 아들과 아빠 둘만의 시간이었어. 낯설고 어색하고 그렇더라. 말 수 적은 두 남자의 여행이라니, 아빠가 더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싱싱한 회를 먹는 여행이었다가 어제 내린 결정은 게장과 회를 먹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이었지. 상황 발생 오늘, ‘별과 꽃에 대해 연구하고’라는 문장을 만났단다. 너희들과 별을 보고 싶었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곧 가겠지 싶었어. 그러나 아빠의 몸은 즉각 반응했고, 생각을 앞질렀어. 통나무집을 예약했고 숙박비마저 보냈으니 계약 끝. 아들, 흔쾌히, 좋아! 따님들이 쭈뼛쭈뼛 끼어드네. 같이 가고 싶단다. 몰라, 몰라! 딸, 아들의 판단에 모든 걸 맡겨야겠지?
심쿵! 아빠의 여행은 벌써 시작되었네. 여행보다 앞선 아빠의 마음은 이미 풀숲에 그대로 드러누웠어. 이 여행의 완성은 분명 컵라면이다, 맞지? 더 준비할 것 없는, 게으름의 극치, 우리 모두의 공통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빠는 그렇다. 그 이상의 분주함은 분명 아빠 몫이 아니라는 것, 인정 바란다. 딸, 우리 좋았잖아. 아빠와 함께 떠난 제주, 늘 다시 가고 싶다고 했잖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우린 같은 기억을 갖고 돌아왔지. 삼겹살 굽는 불판의 화룡점정은 백김치 올려 굽는 것이라는 사실. 어제도 우린 그 조합으로 아주 맛있게 먹었잖아. 별자리 여행은 뒷전이네 그래. 이왕 먹는 여행이 될 테니, 구름빵은 어때? 비밀이지만 너희에게만 말할 것이 있어. 신선한 구름을 딸 수 있는 곳, 아빠는 알고 있어. 이번 여름방학이야, 알았지?
구름빵 구름빵 신나는 구름빵 여행!
구름빵 구름빵 신나는 구름빵 여행!
(2022.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