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의 이야기 -3
가끔 신문지면이나 뉴스매체를 통해서 너무나도 안타까운 소식을 접합니다. 우리 이웃에 계시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돌아가셔도 며칠이 지나서야 돌아가신 소식을 접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씁쓰레한 감정을 그나마 잠시 느끼고는 했습니다. 사실 우리 이웃에 어떤 분이 어떻게 살고 계신지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햇살 가득한 바깥세상과는 달리 홀로 눅눅한 단칸방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습니다. 말 한 번 제대로 건넬 사람조차 만나기 힘든 하루하루 그렇게 늘 외로이 계시는 분들은 이른 아침 날이 밝으면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나오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는 걱정이 가장 크다.’는 어르신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매일 아침 건강한 얼굴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은 없을까 고민합니다.
모두가 이웃되는, 희망과 생명을 나누는 야쿠르트 이야기
장 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립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정성 가득한 밑반찬을 나누는 봉사자가 옵니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해 주는 가정봉사원도 있습니다. 늘 부지런한 손놀림이 고맙지만 가끔은 딸이 되고 며느리가 되어주는 가정봉사원을 더 기다립니다. 자녀가 있지만 저마다 어려운 형편과 빠듯한 살림살이로 부모를 부양할 상황이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 혼자서 생활하는 그분에게는 가끔 찾아오는 봉사자들이 일상의 힘이 됩니다.
요즈음 할머니는 매일 아침 9시면 대문 앞에서 서성입니다. 자전거에 가방을 싣고 예쁜 모자를 쓰고 오는 야쿠르트 배달원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단순한 야쿠르트 하나가 밑반찬이나 가끔 들려서 해 주는 청소보다 더 자식 같은 기다림을 주었습니다.
배달원이 어르신에게 야쿠르트 하나를 건네면서 잠시 눈인사만 한 번 건네지만 매일 만남이 좋아 기다립니다. 눈인사가 쌓여서 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배달 일이지만 이제는 그냥 나가기가 아쉬워 한 마디씩 건네게 되었습니다. 잠시라도 시간이 허락되는 날이면 집안 구석구석 청소와 허드렛일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매일 어르신의 일상을 엿보면서 특별한 문제가 생기면 복지관으로 연락을 해 주니 이 보다 더 든든한 역할이 없습니다. 마음의 외로움은 가난보다 더 큰 아픔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생의 마지막을 단칸방에서 외로움으로 힘겹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에게 아주 작은 ‘야쿠르트’는 삶의 활력소 ‘웃음’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분들과의 만남은 2004년 11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이 매일 독거어르신들을 방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르신들에게 매일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동완산동 및 중화산동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 댁부터 시작했습니다. 한 손에 쥐기도 작은 ‘야쿠르트’ 하나가 새로운 가족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구상했던 것 이상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파되는 희망메시지는 더 컸습니다.
우리 이웃에 계시는 독거어르신이 돌아가셔도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 더 이상 우리 동네에서는 그런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