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알려주는 연애의 진짜 기술
"저 고양이 키우기로 했어요."
"뭐? **씨도 이제 연애는 다 했네."
고양이와의 동거가 시작된 날부터 주변 동료들, 특히 아저씨 동료들이 친절한 걱정을 시작했다.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줌마네 딸네미도 고양이만 세마리 키우고
고양이 밥준다고 집에 일찍오느라
연애는 뒷전이라더라."
이모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모가 아는 옷가게 하는 젊은 총각도
연애도 안하고 고양이만 끌어안고 산다니까."
나는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 걱정말라고.
남자친구 생기면 사료와 물을 3일치 쌓아주고
여행도 다니고 데이트도 할거라고.
아무려면 나같은 애가 (?)
연애보다 고양이가 먼저 겠냐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일하는 중에도 우리 냥이는 잘있나 걱정되었고.
퇴근종이 치면 쏜살같이 집으로 향했으며.
썸남이 찾아와 술 한잔 하자고 할때도
카톡을 들여다보면서 (마치 고양이가 빨리 들어오라고 카톡이라도 보낼 것만 같았다.)
집에 갈 궁리를 했다.
주말에는 본가에 가서 하루 자고 오기도 했었는데
마음 불안한 초보 집사는 그마저 힘들어 졌다.
친구들과 2박3일 여행은 엄두도 못냈다.
출장은 또 어떤가.
해외출장이라도 잡히면
노심초사. 어디에 우리 냥이를 부탁 해야하나.
그 걱정부터 해야했다.
내 모습은 연애와 비슷했고
육아와도 비슷했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연애에 적합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막내딸인 나는 거의 모든 일의 결정권자가 나였다. 해외로 장기 연수를 떠날 때도
니 생각은 어때?라고 그 당시 남친에게 단 한마디 묻지 않았다. 내 인생. 내 커리어. 내가 결정하면 그만이었다.
세심하게 알아서 기분을 배려해 주는 성격과도
거리가 멀었다.
필요하면 말을 하지. 싫으면 말을 하지.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남이 니 기분을 어떻게 알아?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티를 내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다.
아픈가?
배고픈가?
목마른가?
애교를 부리다가도 휑하니 가버리는 고양이.
이유따위 없이 변덕스러운 고양이.
폐를 끼치고도 당당한 녀석.
언제나 내 쪽이 변덕을 부리는 쪽이었는데.
그랬던 내가 다른 생명체의 기분을
알아채고 맞춰 주고. 무엇이든 받아주고 있다.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가까워지는 법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는 법
-내 몸이 괴롭고 피곤해도 챙겨주는 법
-더 놀고 싶어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법
-서로가 폐를 끼치지만 또 서로 이해하는 법
어쩌면 진작에 터득했어야 하는 그런 것들.
30이 넘어서 했던 연애들.
상처받지 않기 위한,
손해보지 않아야 하는
가볍고 쿨한 연애,
서로 간에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예의이고 식으면 미련없이 헤어지는 그런 연애에서는 잊고 있던 것들이었다.
변화는 또 있었다.
싱글 혼자 집에 있으면
초라하다는.
그것은 사회가 주는, 어쩌면 내 스스로도 갖고 있었던 강박이었다.
자기계발 강의, 와인 수업, 그림, 운동,
문화 생활들을 일상에 빡빡하게 채웠었다.
약속을 만들고 행사에 빠지지 않았었다.
그러던 내가 조용히 천천히
시간을 공유하는 법을 깨달았다.
아둥바둥 하지 않고
우리 둘이.
남의 잣대가 아닌
무언가 멋진 것을 하지 않아도
둘만이 오롯이 즐기는 시간.
네가 물을 먹고
네가 밥을 먹는 모습이 좋아서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주고
쓰다듬어 주고 인사를 나누는 것의 소소한 행복감.
고양이가 없던 내 집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나보다 핫한 곳. 멋진 곳에서
무언가 SNS에 올릴만한 일을 하고 있는 남들이었고
뒤쳐지면 안되었다.
고양이와 둘이 있는 내 집은
내가 그리고 내 고양이가 주인공이었다.
너와 나인 공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