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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t Festival Jan 04. 2019

먼저 손 내민 것은 너였다

고양이가 차갑다고요?

고양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온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였다. 아직도 낯설고 데면데면 한 시기였는데 나에게 고양이를 넘긴(?) 수의사 친구는 "발톱 깎아 주는 법도 배울 겸 병원으로 와. 목욕시키는 것도 보여줄게."라며 나를 불렀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서 스트레스 받을까 봐 조심조심 이동가방에 태워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자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고양이를 안고 발톱 깎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이렇게 안고, 빨간 부분은 핏줄이니 자르지 말고 끝만 살짝 자르는 거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아 두었다. 이제 이 녀석을 돌보는 것은 나의 몫인 것이다.



잠시 후에 간호사와 미용사 분들이 목욕을 시킨다며 고양이를 안고 들어갔다. 친구는 "너도 들어가서 봐." 라며 나를 부추겼다. 고양이 목욕이 1회당 3만 5천 원이나 하는 것을 알고 '내가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보아두어야겠다 싶었다.


세면 헤어 밴드로 조금 귀찮게 해도 참아주는 기특한 녀석.


"아무래도 주인이 있으면 덜 예민하거든" 친구가 말했다. '이제 고작 2주 동안 같이 지냈는데 나를 주인이라고 생각할까' 싶었다. 그래도  앞에서 목욕을 위해 커다란 개수대로 붙잡혀(?) 가는 녀석을 보니 영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들어가지는 않고 문밖에서 창으로 보니 야무진 손끝으로 고양이를 꼼짝 못하게 안고 가신 간호사 분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샤워기로 물을 적시고 있었고, 미용사 분은 고양이가 튀어나오지 못하게 있는 힘껏 누르고 계셨다.
(고양이는 보통 물을 매우 싫어하고 물을 뿌리는 순간 죽을 듯이 탈출을 시도하고 반항한다. 주인조차 목욕을 한 번 시키려면 팔뚝에 피보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임을 그때는 몰랐다.)



보통일이 아니다 싶어서 자세히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녀석은 두 눈으로 분명하게 나를 보며
안심한다는 그러면서도 
'이거 싫어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것은 분명 '자기편'에게 보내는 어리광과 애절함이 섞인 눈빛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눈을 본 그 순간이 정확하게 내가 녀석의 '엄마'가 된 순간이었다.


"응~괜찮아. 괜찮아. 금방 끝나요~" 나도 모르게 아이 얼르는 말투로 녀석을 진정시키며 가까이 가자 신기하게도 녀석은 얌전해졌다.


"에고~지 엄마 왔다고 얌전해지네~."간호사와 미용사 분이 기특하다는 듯이 말하며 기회는 이때다 씻기는 손을 부지런히 놀렸다. (동물병원에서는 환자 동물들을 '아가'라고 보호자를 '엄마'나'아빠'라고 보통 부르는데, 동물병원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난생처음 엄마 호칭에 당황스러웠다)


다 씻고 말리는 중에도 내가 옆에 계속 있으면서 녀석을 안정시켰다. 내가 뭐라고. 같이 2주 한 집에서 지낸 것뿐인데. 밥 주고 물 주고 화장실을 치워준 게 뭐 대수라고. 녀석은 나를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의 나는 달라져 있었다.

이 작은 녀석.
누구라도 해 줄 수 있는 걸 해준 내가 뭐라고
나를 보며 안심하고 어리광 피을까.
마음 한 켠에 드는 책임감은 무거워졌고
나에게 기대는 생명이 있다는 생각에
 따뜻함이 스며왔다.

(여담이지만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코제트를 처음 데려오는 마차 안에서 감동하며 행복해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나는 너무나 그 기분을 알 것 같아 펑펑 우는 소녀 감성을 방출했다.)


돌아보니 먼저 손 내민 것은 녀석이었다.
녀석이 먼저 나에게 '너와 나는 가족'이라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해주었다.

내가 내 새끼라며 애지중지하며 어화둥둥 키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계속)


*험한 일을 겪어보지 않은 동물은
의외로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준다.
사람을 경계하는 길냥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너희는 무슨 일을 겪었던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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