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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끝

음악은 흐르고, 시선은 멈췄다

바 가장 구석 자리에 남자 두 명이 앉아있다. 그들은 온더락 잔을 손끝으로 잡아 올리고, 담겨있는 위스키를 살살 돌리며 밴드의 연주를 응시하고 있다. 딱히 노래를 듣고 있지도 않아 보인다. 그저 떠돌기 어색한 시선을 놔두기 가장 적당한 곳에 던져 놓듯이 밴드에 고정되어 있을 뿐. 마치 찌를 관찰 하며 입질을 기다리듯 그들은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있다



이게 얼마만의 해외여행일까. 정말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다. 나를 위한 선물로 몇 년 만에 국경을 넘은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적당한 바에 들러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정말 날 편하게 내려놓는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 구글 지도 앱을 열었다. 후기가 가장 괜찮은 바를 하나 찾아봐야겠다. 오 마침 호텔과 가까운 곳에 밴드가 라이브 공연을 해주는 적당한 바가 있다. 오늘은 여기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나왔다. 어차피 관광지라 크게 꾸밀 것도 없다. 오늘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니 복장도 최대한 편하게 입고 나왔다.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게 몇 년 만에 타지에서 느끼는 밤공기인지. 숨만 쉬어도 정말 짜릿한 기분이다. 난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찾아두었던 바를 향해 걸었다.


오분쯤 걸었을까? 삐져나오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라이브라 그런지 드럼의 베이스 소리가 벌써 심장을 울린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드럼소리인지 내 심장 소리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하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온다. 구석 자리에서 입질을 기다리던 두 남자는, 동시에 방금 들어온 그 남자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온더락 잔 안에서 한 방향으로 흐르는 위스키만이 그들에게 움직임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은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 아주 천천히 눈동자만 움직일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인기척을 감추고 그림자 속으로 숨어드는 암살자처럼. 밴드 공연에 의미 없이 걸려있던 두 명의 시선은,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강렬한 시선으로 바뀐 채 그 남자의 뒤통수에 꽂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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