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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Jan 24. 2024

왜 완벽하려 하는가

완벽주의의 역기능에서 벗어나는 법은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은 매번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낼까?




완벽주의란 도달해야 할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신념이다. 이런 성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향해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보다 높은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데 시도한 결과가 기대보다 좋지 않으면 과도하게 자책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제동이 걸린다.




완벽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열중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스노선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집 반대방향으로 버스를 태워 보내 버린다거나 지하철을 타면 딴생각을 하다가 한 두 정거장 지나쳐 버리는 일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서울역에서 열차 출발시간을 3분쯤 남겨놓고 파리크라상에서 빵을 사겠다며 열차를 눈앞에서 놓쳐 버리기도 하고 열차 예매 시간을 헷갈려서 오전에 출발해야 하는데 오후 시간대로 예매하는 등 이런 에피소드는 꺼내자면 수도 없이 많다. 어르신들만 키오스크 주문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키오스크 앞에 서면 주춤거리며 화면을 한없이 바라보다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즈음에야 느린 주문을 마친다. 계산이 빠르지 않아 친구들과 밥을 먹고 밥값을 더치페이할 때면 엠분에 일 비용을 책정해 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허술함과 빙구미를 고루 장착한 내가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이었다니! 여러 가지로 헤아려야 할 것이 많은 휴먼이 아닐 수 없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얼핏 들으면 집념과 꼼꼼함으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특성인 듯하다. 완벽주의가 기능적으로만 작용한다면 분명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은 높아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역기능적인 작용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대 수준을 요구하고 그로 인해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을 높여 결과를 도출하기도 전에 감정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현재 수준이나 도달해야 할 목표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모른 채 이상적인 기준을 세워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애를 쓰고도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자꾸 만들다 보면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마저 품게 된다. 결국 시도하기도 전에 결과가 두려워 새로운 시도 조차 하지 못하는 무력한 상태로 빠지기 쉽다.






완벽주의 성향의 늪에 빠지지 않으면서
일의 완성도를 높일 수는 없을까?





1. 자기 객관화를 통해 현재 내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라


몰입(flow) 개념으로 유명한 칙센트미하이는 '내면의 명료함 극대화' 즉 현재 자신의 이해도나 실력을 명확히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목표를 이해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즉 몰입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과제 수준과 자신의 실력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술 숙련도가 높은 경우, 도전과제의 난도가 높으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몰입에 빠지기 쉽다. 도전 과제의 난이도가 중간정도면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난도가 낮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느긋한 상태로 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술 숙련도가 낮을 경우일수록 과제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강화되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칙센트미하이 몰입 8 채널 모델>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앞뒤 재지 않고 일을 벌여  본 일 보다 좌절을 맛본 적이 더 많다. 대학에 다닐 때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으리라 마음먹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 등록을 했다. 예전에 소화해 냈던 훈련량만 믿고 현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기초 훈련을 소홀히 했다.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참가해서는 안되는데 무턱대고 달렸다가 하늘이 노래지는 실신하기 직전 상태에 빠져 트라우마로 남을 뻔한 적이 있다. 물론 물불 가리지 않는 시도를 통해 내 현재 수준이나 상태를 적나라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는 얻은 것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더욱 크게 소진된다는 점은 명확했다. 새로운 시도가 무조건 플러스 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경험으로 채득 한 샘이다.






2. 작업 시간을 명확히 지키고 충분한 휴식을 허용하라


한 가지 일에 열중하면 일상의 균형이 깨질 만큼 그 일에 몰두하는 습관 때문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다. 쉬는 시간도 없이 멈추지 못하고 종일 에너지를 쏟아부으니 가족들과 한 공간에 있음에도 혼자 겉돌고 제대로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할 때면 극도로 예민해지기도 했다. 몰입은 중요하지만 일상의 균형을 깨트릴 정도로 빠져들다 보니 스트레스로 쉽게 몸이 망가지거나 일을 마친 뒤에는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번아웃 상태에 빠졌다.




작가 무라카미하루키는 70세가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꾸준히 강도 높은 글쓰기와 집필 작업을 멈추지 않고 해낸다. 그가 타고난 건강 체질 일 가능성도 있지만 매일 10Km를 달리거나 1.5km 수영을 하거나 어떨 땐 둘 다 하는 '하루키 루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오늘만 살게 아니라면 두뇌활동과 신체활동 양 쪽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만이 장거리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





3. 실수를 허용하고,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받아들여라


브런치글을 쓸 때도 몇 번을 다시 읽어보고, 맞춤법 검사를 하고, 다시 모바일로 넘겨가며 확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탈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생이 내가 발행한 글을 읽고 오탈자가 있을 때 캡처해서 수정할 부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늘 다시 오탈자를 발견한다. 업무상 이메일을 보낼 때도, 개인적인 소통을 나누는 이메일에서도 확인을 마쳤지만 전송한 뒤에 오탈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스스로 실망스러운 감정이 드는 동시에 허탈감이 밀려와 실없는 웃음만 난다. 얘를 정말 어떡하면 좋지? 싶다. 오탈자로 인해 큰 망신을 당하거나 당장에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점점 이메일 업무나 글쓰기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두세 번 이상 확인 했다면 텍스트를 통해 원래 소통하고자 하는 방향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작은 실수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되겠다. 거기에 발목을 잡혀서 오히려 중요한데 사용할 에너지를 빼앗기게 되니까.




엊그제 회사 대표님과 통화하다가 자신 없는 업무는 아예 시도 조차 해보지 않고 뒤꽁무니를 슬슬 빼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일을 주는 사람이 네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방어를 한 샘이다. 스스로에게 너무 완벽한 기준을 요구하는 방식이 큰 벽이 되어 나를 가로막고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성장할 수 없고,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는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강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외부 자극을 통해 스스로를 비춰 인식하고 숙련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추어는 기회나 영감이 내게 찾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고, 프로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내는 사람이다." 더 이상 스스로 한계선을 긋고 그 뒤에 숨지 말고 부딪쳐 나가며 발전시켜야겠다. 나는 원래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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