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울리 Slowly Dec 04. 2023

나는 얼마짜리 강사인가?

"네? 하루 일당이 50만 원이라고요?"




"네? 하루 일당이 50만 원이라고요?"

일하던 회사와 계약이 만료되고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고 있던 때였다. 실업급여를 받던 중에 개인적으로 강의가 들어와 이틀간 일을 했다. 원칙적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중에도 월별 일정시간 이하의 수익 활동이 가능하지만, 기간과 소득을 신고하도록 되어있다. 비정기적인 수익이긴 했으나 그냥 넘어가면 법이고 마음이 영 찜찜해 고용센터에 나가 개별적으로 신고를 했다. 당시 신고를 접수하던 중년의 공무원이 20대 후반이었던 내가 일급으로 어떻게 50만 원을 받았는지 의아해하며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캐물었던 기억이 있다.




강사료는 주관 기관과 사업비, 참여자 수에 따라 모두 다르다. 내가 받았던 최저 강사료는 시간당 3만 5천 원이고 가장 높았던 것은 100만 원이었다. 같은 사람이 일했음에도 편차가 상당히 크다는 이야기다. 고용센터의 직원이 깜짝 놀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건 강의시장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아주 명확한 곳 중 하나가 바로 강의시장이다. 강연 섭외업무를 담당하며 알게 된 사실은, 한 시간에 7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모시기 어려운 연사가 존재한다. 이런 강사들은 전국에서 밀려드는 강의 수요에 밥 먹을 시간조차 없어 다음 강의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바쁘다는 거다. 즉 강의료는 시장 수요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그를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른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며 언젠가 몇 개월 동안은 단 한건의 일 조차 얻어내지 못하고 자책과 두려움이 버무려진 시간을 속절없이 견뎌야 했다. 코비드19 같은 이슈가 있을 때 비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게 교육, 강의 시장이다. 비바람 치고는 또 몇 년을 그저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강사 중에는 부업을 하거나 N잡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도 흔하다. 물론 이런 기간에도 시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강사가 존재하지만 매우 소수라는 점이다. 50만 원이라는 금액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한 인간이 업을 이어가기 위해 수없이 준비하고 버텨 온 날들과 견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전에 동료 강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일이 많지도 않은 중에 터무니없이 낮은 강의료가 책정된 일이 연이어 의뢰될 때면 내 실력이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고백했다. 애초에 밝은 면만 보고 시작한 일이 아니고 그랬다면 여기까지도 오지 못했다는 걸 알기에 다시 처음 이 일을 시작하던 때의 마음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보듬어 안아본다. 나는 3만 5천 원짜리 강사도 아니고 100만 원짜리 강사도 아니다. 내 가치는 시장이 정하기 이전에 내가 안다. 그동안의 노력과 시도를 모두 다 아는 사람은  나니까.

강사란 무엇인가? 강사는 삶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타인에게 전달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매달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낫겠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 그림을 그려야겠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





'해바라기'










매거진의 이전글 중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