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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Jan 20. 2021

[넷플릭스 추천] 브리저튼

욕망과 사랑으로 가득 찬 19세기 트렌디 가십걸


늘 넷플릭스를 켜면 '대체 무엇을 봐야 하는가'로 한참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것저것 넘겨보다 볼륨을 높여요 출연 때 폴킴 씨가 최근 <브리저튼> 시리즈를 정주행 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시대극은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왠지 끌리는 썸네일에 일단 주행 시작, 8시간을 내리 보고 말았다. <그레이 아나토미>를 연출한 숀다 라임스의 '숀다랜드'와 넷플릭스가 합작한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대체 시즌2 언제 나오냐구! (SHUT UP AND TAKE MY TIME!)



<브리저튼>은 줄리아 퀸의 브리저튼 시리즈 중 <공작의 여인>, 외국 로맨스 소설을 뜻하는 할리퀸 소설이 원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우리 때로 따지면 귀여니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설 류의 이야기랄까. 역시나 동서고금 막론하고 잘 되는 스토리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다만 현대의 우리도 이 시리즈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는 배경이 1800년대 영국 사교계이기 때문! 게다가 디테일을 살린 캐스팅과 연출이 8시간 내리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연출은 맡은 숀다 라임스는 미국 ABC 방송국의 대표 프로듀서로, 15년간 ABC에서 근무하다 넷플릭스로 이적한 바 있다. 나는 <그레이 아나토미>밖에 본 작품이 없긴 한데.. 그 외에도 <스캔들>, <How To Get Away With Murder> 등 거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었다고. 명성답게 그녀가 2020년 12월 말 내놓은 이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TV 쇼
(*참고로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프로그램 70% 이상 시청이 아닌
최소 2분 이상 해당 콘텐츠를 시청한 사용자로 집계 기준을 변경했다.)
1위 더 위처 시즌1 7600만 명
2위 종이의 집 시즌4 6500만 명
3위 타이거 킹 6400만 명
4위 브리저튼 6300만 명
5위 퀸스 갬빗 6200만 명
6위 너의 모든 것 시즌2 5400만 명
7위 투 핫 5100만 명
8위 래치드 4800만 명
9위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2 4300만 명
10위 네버 해브 아이 에버 4000만 명, 스페이스 포스 4000만 명
HUFFPOST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를 중요한 순으로 꼽아보자면



1. 야하다. 야하다. 야하다.


연출이고 나발이고 '야함'을 가장 먼저 꼽는 이유는, 야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의 히트를 치지 못했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 내가 어렸을 때 읽던 인터넷 소설들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은 므흣한 배드신이었다. 메이저 베스트셀러였던 귀여니 소설은 그런 게 덜한 편이지만, 입소문 타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읽히던 많은 인.소 들이 그러했다. 방탕하고 세상 츤데레 일진 남주가 평범한 여학생인 여주를 만나게 되고, 그렇게 일진 남주는 개과천선에 사랑을 배우.. 쿨럭. 혹은 평범한 회사원 여주가 츤데레 재벌 2세 사장 아들을 만나게 되고 이러저러하게 사랑에 빠져 그들은 ..쿨럭.


<브리저튼>도 이러한 할리퀸 소설, 로맨스 소설의 공식을 따르는데, 사실 나는 5화까지만 해도 이게 그렇고 그런 므흣한 시리즈인지 몰랐다. 4화쯤 볼 때였을까 너무 재밌어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추천하던 중에 '그거 야해'라는 답을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친구는 6화까지만 기다려보라는 말과 함께 홀연히 톡창에서 사라졌지. 그리고 약속의 6화가 도래했다.


5화까지의 빌드업 이후에야 배드신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남녀 간의, 특히 여성의 문란한 성생활이 용납되지 않았던 19세기, (키스도 못한단 말야..?!) 어찌 됐든 여주의 시대적 정통성을 살리면서 합법적으로 섹스를 할 수 있는 조건은 두 사람의 결혼 이후에만 만들어졌을 테니까. 그러한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브리저튼> 정도면 꽤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강단 있게 보여준 편이다. 여주인공인 다프네가 남주인 헤이스팅스 공작의 권유에 따라 스스로를 사랑하는 장면도 등장하고, 두 사람의 첫 키스신도 꽤나 격렬(?)하게 이루어지기 때문.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꽤나 로맨틱하고, 정열적이고, 어딘가 따스한 면까지 품고 있어서 이것이 어쨌든 판타지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내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딱 알맞은 산타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2. 오만과 편견 X 가십걸, 싫어할 수가 있나?


시리즈를 딱 시작하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미드 <가십걸>. XOXO로 유명한 상류층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인 <가십걸>에 어퍼 이스트 사이드 학생들의 가십을 '문자'로 전달하는 가십걸이 있다면 18세기 가십걸에 해당하는 사람은 바로 <브리저튼>의 미스 휘슬다운이다. 사교 파티에 다니곤 하던 귀족 사회 사교철 가십들을 모아 전달하는 런던의 XOXO. 이 시기에는 찌라시 신문으로 내용을 전달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본인에게는 사랑과 구혼이 인생 최대의 난제일지언정 제3자가 보면 가십 중의 하나인 것이다.


프로듀서가 참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거기에 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어디까지 각색된 것인지 나는 파악하지 못하지만,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람들은 가십에 민감하고, 또 그 '가십걸'의 존재가 사건의 큰 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뻔한 귀족 사교 스토리여도 흥미진진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생각나는 스토리가 있다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실제로 여자 주인공인 피비 디네버는 살짝 마일드하고 소녀소녀한 버전의 키이라 나이틀리를 닮았는데, 성격 또한 살짝 비슷한 부분이 있다. 물론 키이라 나이틀리 분인 영화 <오만과 편견>의 '리지'가 훨씬 더 톡식 하고 사회 부적응자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오만한 츤데레남 헤이스팅스 공작과 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면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게다가 <오만과 편견> 역시 그 시대 대표적인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에 이 <브리저튼> 시리즈를 만드는 데 분명 참고가 되었을 듯. 희대의 역작들을 믹스 짬뽕 비빔밥 했는데, 재미있지 않을 수 있나?


3. 다인종 캐스팅, 최신 팝 연주곡으로 풍성해진 입체감


시대극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딘가 고리타분한 냄새가 나서인데, 그 냄새가 사라진 건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가 사교 무도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다. 뭐지 이 익숙한 멜로디는? 뭐지 이건 아니 마설 땡큐 넥스트가 클래식을 샘플링한 거였어? 라며 잠시 혼돈에 도가니탕이 되었지만 이후 계속해서 나오는 최신 팝에 이르러, 아 연출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마룬 파이브의 <Girls Like You>, 션 멘데스의 <In My Blood> 등 다양한 팝이 클래식하게 편곡되어 배경에 흐르는데, 요게 참 묘한 이질감과 동시에 트렌디감을 부여한다.


블랙 워싱으로 논란이 있기도 했다지만, 왕비가 흑인으로 등장한다든가, 남주인 헤이스팅스 공작도 흑인으로 등장하는 등 메인 캐릭터들이 유색인종인 것도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한다. 그리고 중간에 동양인 지휘자도 본 것 같은데.. 이건 확실하지 않다. 물론 역사적으로는 그리 옳은 구현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뭐 그게 드라마인지 모르고 보는 사람들도 있남. 어떤 면에서는 이런 퓨전 시리즈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유색인종 캐릭터들이 참 매력적인 역할로 등장하고, 남주 역할을 맡은 레리 장 페이지는 블랙팬서를 맡았던 채드윅 보스먼(RIP..)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여주와 남주의 투샷이 참 멋진 시리즈 중 하나.


4. 그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


귀족들의 생활과 다양한 옷감, 일은 안 하고 탱자탱자 사교만 하러 다니는 꿀 빠는 금수저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고. 그들은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넘치며, 사랑을 하는 것이 하나의 일이기도 한 것이다(...!) 부러운 것일까 안타까운 것일까.


아무튼 결국 사랑은, 그리고 굴곡과 갈등이 있는 사랑은 6300만 시청자를 연초부터 네모상자 앞에 몰아넣을 만큼 올타임 애정 받는 스토리인가 보다. 사실 마지막 편에서 미스 휘슬다운의 정체가 밝혀진 것과 그 정체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긴 하지만, 그리고 결국 다프네가 원하던 대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굴러가는 것처럼 끝나는 것이 앞으로의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기대감으로 시즌2가 기다려진다. 과연 또 어떤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로 사람들의 재생을 낚을까?


코로나 때문에 촬영 일정이 밀려서 2022년 7월쯤 시즌2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맙소사가 맙소사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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