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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영 Oct 06. 2017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흔들리는 삶에서 스치는 행복, 그 뒤에 드리우는 '불안'이라는 그림자

가장 기쁜 순간이 찾아왔고 많이 사랑하고 사랑받았지만 내게 20대는 많이 아프고 힘겨운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힘을 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계속되었고 불안으로 가득했던 삶은 스스로를 작은 일에도 움츠리게 만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은 더없이 버겁게 느껴졌고, 덧없이 흐르는 시간은 늘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조바심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아무리 종종거리며 살아보아도 현실은 계속 비참하게만 느껴졌다.



무엇을 배운다거나 어떤 가능성에 나를 맡길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없었다.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해야만 할 때가 많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서글픈 생각이 들 때면 남몰래 펑펑 울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저 않아 마음껏 우는 일뿐이었다. 그래도 눈물을 쏟으며 한참 울고 나면 마음이 좀 후련했다. 우는 것만큼은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기이자 내게 주어진 유일한 특권 같았다.



불행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왔고, 삶은 그때마다 어김없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 속에 잠시 스치는 행복, 그 찰나의 순간이 찾아와도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그 뒤에 드리우는 '불안'이라는 그림자는 언제나 나를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신이 있다면 내게 이래도 되는 걸까? 때때로 못마땅한 생각에 아파하거나 체념해 보기도 했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찾아드는 한줄기 빛 같은 그런 기적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더 큰 불행이 찾아오는 건 아닐까? 불안해!


불안에 찌든 삶은 진짜 기뻐해도 될 만큼 기쁜 순간이 찾아와도 온전히 기뻐할 수 없게 만들었고, 주어진 잠시의 행복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더 큰 불행이 찾아오는 건 아닐까? 불안해! 왜 이렇게 불안하지? 행복 뒤에는 언제나 불행이  대기하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놈은 원래 그렇게 찰나인 것이 분명하다 여길 만큼 그 필연들은 내게 증명이라도 하는 듯 반복되었다. 나는 행복해도 되는 순간을 아직 닥치지도 않은, 얼마만 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정체 모를 불행이 두려워 떨어야만 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공포로 가득해 현재에 집중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은 나를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게 만들며 끊임없이 좌절을 안겨주었다. 나의 20대는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는 소용돌이 같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불안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기뻐할 때는 기뻐하고, 다른 걱정들은 잠시 접어두고 싶었다. 그 불행이라는 그림자는 안타깝게도 내가 모든 것들 체념하고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사라졌다. 이루고 싶었던 목표, 내가 살고 싶었던 삶, 남들에게 보이고 싶었던 내 모습...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았다.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에 대해 감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안도하며, 불안함을 느낄 때는 생각 자르기 연습을 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나와 상관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나는 그것들을 구분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또 현실에 닥친 일들이 힘든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일 까지 모두 끌어와 미리 걱정하고 힘들어할 여유가 스스로에게 없음을 100% 인정해버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피할 수 없는 어떤 일이 막상 닥치게 된다면 내가 해결해야 할 일임을 각오하고, 닥친 일에만 일희일비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두려움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졌다. 행복할 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마냥 행복해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야지. 지금은 몰라... 난 지금 무지 행복하니까... 또 그때부터 나는 좋은 일이 생기거나 생각하지 않은 약간의 여윳돈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구두를 한 켤레씩 선물했다. 스스로에게 주는 격려와 위로의 선물, 최고의 사치였다.



힘든 일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그늘을 만든다. 무척이나 밝았던 나를 힘겨웠던 20대는 그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내 본성은 그리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밝은 구석이 많고, 웃으며 나의 상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제법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당연하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겨!

지금의 내가 이렇게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쩜 20대에 있었던 그 힘든 시간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 다시 물어본다. 행복한 순간에 들었던 의문.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당연하지. 이제 마음껏 행복해해도 괜찮아. 지금 이 순간을 즐겨! 그래야 또 힘들 때 힘을 낼 수 있으니. 네 인생은 결국 그 순간순간의 퍼즐 조각들로 완성될테니까.



삶이란 결국 어떤 노래 가사처럼 이런건 아닐까.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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