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떤 곤충이 제일 좋아요? 내가 잡아 줄게요”
담쟁이넝쿨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 온이와 유가 말했다.
“엄마, 엄마 담쟁이넝쿨에 넘실넘실 파도가 쳐요.”
“엄마 봤어요? 담쟁이넝쿨이 춤을 춰요”
벽면 가득, 목이 꺾여라 고개를 들어야 할 만큼 넝쿨은 높디높은 벽면을 끝까지 타고 올랐다.
온이와 유는 담쟁이넝쿨이 춤을 추고, 파도가 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넝쿨을 타고 올라가면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황금알을 가질 수도 있겠다며 유는 줄기 하나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 이거 잡고 올라가다가 동아줄에서 떨어진 호랑이처럼 될 거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지? 너무 신기해요”
지나는 길에 담쟁이넝쿨을 보았는데 잭과 콩나무 그리고 해님달님까지 이어진 너희의 생각과 표현이 크고 또 풍부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엄마는 내심 놀랐다.
그리고 이제는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표현도 많은 너희에게 엄마의 일방적인 정보전달보다 유연한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보여주는 세상 너머의 것이 궁금한 너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욕구도 커졌는데, 엄마만 제자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챙겨야 하는 아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스스로 할 수 있게 놓아주고 바라보는 일이 조바심 났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은 엄마 스스로 조금 더 마음을 놓아야 될 것 같았다.
유는 아빠의 목마를 타고 온이는 엄마와 손을 잡고 걸어갔다.
온이와 손을 잡고 이야기하며 걷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엄마, 어서 잡아보세요 엄마가 술래예요” 하며 킥보드를 타고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손을 잡고 걸어갈 틈이 없었는데 오늘은 바람에 서걱서걱 소리를 내는 갈대밭 사잇길로 온이와 함께 걸어갔다.
온이는 땡볕에 눈을 찡긋 거리면서 날아가는 나비를 쫓아 높이뛰기를 하고, 꽃에 앉아 있는 벌을 쫓아 쪼그리고 앉았다. “엄마, 벌은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벌도 공격 안 한대요. 그래서 이렇게 보면 된대요. 엄마도 앉아보세요.”하며 벌을 바라보다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곤충을 찾아 헤매었다.
온이는 다정하고도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는 어떤 곤충이 제일 좋아요? 내가 잡아 줄게요”
온이가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걸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곧장 땅을 파 개미를 잡아주고, 못에 있는 올챙이도 잡아주었다. 하지만 엄마는 쉽사리 손을 뻗어 받을 수도, 징그럽다는 표정도 지을 수가 없었다. 대신 채집통을 내밀어주었다.
비 오는 날 화단에서 기어 나온 지렁이가 보도블록 위를 기어가고 있으면 손으로 덥석 주워 “엄마 꿈틀꿈틀 너무 귀여우니까 엄마한테 선물로 줄게요”하며 내밀고, 오늘처럼 햇빛에 말라죽어있는 지렁이를 보면 길에서 자면 안 된다고 주워다 흙 위에 놓았다.
어른 걸음으로 20분이면 족히 도착할 거리를 온이의 걸음에 맞춰 걷는 온이의 세상은 2시간 이상으로 재미있고 신비로운 세상이었다.
+ 안양천이 없었다면 너희가 흙과 곤충과 벌레를 좋아할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 안양천이 없었다면 엄마가 너희를 매일 자연에서 뛰게 할 수 있었을까
안양천이 없었다면 너희가 이토록 호기심 많은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너희와 엄마는 안양천에서 계절을 느끼고, 그리고 자연에서 매일 뛰게 하고 싶었던 엄마의 작은 소망을 가까운 안양천에서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 안양천이 가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그 덕에 흙과 곤충 벌레 꽃이 있는 자연을 놀이터 삼을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