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참 어렵다.

엄마가 너를 키우는 건지, 네가 엄마를 크게 하는 건지..

by 자잘한기쁨

엄마가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지만 언제나 결과는 같았다.

경험치를 쌓아주는 것, 무심한 듯 지켜보는 것,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그중에 제일 어려운 것은 화내지 않는 것. 아이들과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화를 낼 때가 있다. 아니 많다.


그런데 어느 날 유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는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어른이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왜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거예요? 어른이면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거잖아요.”


복싱을 해본 적은 없지만 기분상으로는 강펀치로 세게 두드려 맞아 정신을 잃은 것만 같았다.

고작 다섯 살짜리 입에서, 이토록 조리 있게 감정표현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나에게 시련이나 다름없었다.

아니, 생각해본 적도 고려하지 않았던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엄마에게는 당연한 시련이었다.


너희는 최근 들어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게 늘었고, 도대체 왜 엄마 말을 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너에게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불러 앉히는 것부터 해야 하는데 너희는 왜 지금. 앉아야 하는지부터가 불만이기 시작했다.


잘 먹이고, 잘 놀아주고, 잘 재워주면 콩나무 자라듯 쑥쑥 자랄 거라고 생각했던 엄마는 정말이지 기본적인 욕구 그 이상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고작 다섯 살 너희와 감정적으로 크게 부딪칠 일이 있을까 싶었고, 설령 부딪친다 해도 누구나 커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신생아 때나 다섯 살이 된 지금이나 여전히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놀아주는데, 욕구 충족에 대한 스펙트럼은 넓어졌고 미미한 체력으로 애쓰는 하루가 바쁘고 피곤했다. 여기까지가 엄마의 변명이자 핑계라면, 이제는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걸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신나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너희에게 엄마가 마주하는 감정적인 것들은 폭탄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지, 옆으로 날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전시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고 실전에 강하지 않고, 강의 줄기차게 들으러 다녔다고 실전에 유연하지도 않았다. 고작 다섯 살 된 녀석들의 아기 때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이제 체득한 것들이 나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리 만무했으니까. 결국 하나같이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들을 익히느라 엄마는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 와중에 너희에게 상처를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유의 말에 엄마가 말했다.


“엄마가 어른이지만, 어른도 화를 참다가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어. 엄마가 세 번이나 기다렸어. 그런데도 계속하니까 엄마가 화가 났지. 너라면 어떨 거 같아?”


네가 이해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의 기분을 얘기하고 싶었던 엄마는 고작 다섯 살 너를 다 큰 아이 대하듯 나무랐다.


“화 날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잘못한 거 같아요. 근데 엄마 그래도 예쁘게 말하면 더 좋았잖아요. 소리 지르지 않고 말하면 더 좋았잖아요”


유는 스스로 감정을 표현했고, 우리는 제법 대화다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키가 자라고, 몸무게 느는 것만 생각하다가 네 마음이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형님이 되고 싶은 너를 그저 아이로만 대한 건 아니었는지, 잘해주려다가 뜻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화를 냈던 건 아니었는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오늘처럼 소리치다가 감정적인 호소를 하다가 너를 인격적으로 대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지금처럼 한바탕 소란이 지났을 때였다.

후회하는 상황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데, 네 마음을 할퀴고 엄마 역시 상처를 하나 안고 있는 기분이라 온종일 마음이 편치가 않다.


좋은 엄마는 아니어도 나쁜 엄마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육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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