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유가 교문을 걸어 나오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진 고개는 쉽사리 들어지지 않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지만, 꾹꾹 눌렀다가 평소보다 열 배는 더 다정하게 유를 꼭 안으며 말했다.
"잘 갔다 왔어? 엄마새끼~"
유는 엄마 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내 아무 말이 없고, 고개가 떨어져라 바닥만 쳐다봤다.
"무슨 일 있었어?"하고 온이가 물어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단추 한 알을 발견했다.
"엄마 이거 왠지 아빠 거 같은데?"
고개를 떨구고 걷던 유가 쪼그리고 앉자, 온이도 거들었다.
"맞아, 아빠 옷에 이런 단추가 있었어"
좀 전까지 시무룩하던 녀석은 단추 한 알에 생기가 돌았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다 단추를 주워가야겠다고 했다.
단추를 잃어버린 사람이 아빠가 아닐 수도 있으니, 아빠 옷에서 떨어진 단추가 있는지를 물어보자고 했다.
녀석들은 이마를 탁 치며 "엄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역시 엄마는 똑똑해"라고 말했다.
자꾸만 건망증이 커져가는 내게 똑똑하다는 말을 해주다니.. 귀엽고, 고마웠다.
아빠가 전화를 단 번에 받지 않자, 단추를 줍지도 못하고 자리를 뜨지도 못했다.
온이와 유는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총총 뛰었고, 엄마는 코도 시리고, 머리도 시려서 얼른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 집에 갔다가 아빠 전화 오면 그때 다시 나오자. 너무 춥잖아"
마지못해 발걸음을 떼는 찰나 전화가 올렸다.
"아빠다!"
온이와 유는 엄마 핸드폰을 냅다 들고 단추가 있던 곳으로 뛰었다.
"아빠 아빠 옷에 단추 떨어졌지? 아빠 단추가 여기 떨어져 있어!"
너희는 당연히 아빠 꺼라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아빠 거 아니야."
온이와 유는 그럴 리 없다며, 영상통화로 전환해 단추를 비추었다.
"아빠 보여? 잘 봐봐. 이거 아빠 거잖아."
단추를 보여주려고 엉거주춤 몸이 기우는 모습도 귀엽고, 어디를 비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진심을 다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가 "저 집 아빠는 참 좋겠다."라며 나를 보며 웃으셨다.
엄마는 너희 모습을 보고 귀여웠다가, 아주머니 말에 흐뭇하기까지 했다.
떨어진 단추가 아빠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유의 떨어진 고개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속상했던 일을 엄마에게 훌훌 털어내고 다시 맑은 표정으로 웃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에 살짝 고민하는 모습도,
매일 밤 서로 아빠랑 잘 거라고 엄마를 양보하는 모습도,
단추를 보고 아빠를 떠올리는 오늘의 너희 모습도. 고맙고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해 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