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10분.
20분.
30분.
집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을 맞춰야 하는 건 너희인데,
시간에 쫓기는 건 왜 나인지.
모가지라도 끌고 와야겠어서 잡으러 가본다.
멀리서도 새하얀 눈밭에 벌겋게 언 손이 빛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장갑이 없으면 맨손으로,
바닥의 눈을 끌어모아 눈사람을 만드느라
집에 가는 걸 잊었다는 아홉 살의 패기.
어른들은 어린이의 마음도 모르고
염화칼슘을 뿌려서 나쁘다고 하는
아홉 살의 넋두리.
어린이는 어른들의 마음도 모르고
집에도 안 오고 눈밭에서 구르고 있네?
엄마 흰머리 백개 나라고?
이것은 엄마의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