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잡아온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배춧잎을 잔뜩 먹고,
참깨보다 작은 똥을 잔뜩 싸대다 고요한 번데기가 되었다.
죽은 건지, 살아 있는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어서 들여다보기만 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연약한 날개로 팔랑이는 날갯짓을 보고 감동이 밀려왔다.
아기가 뒤집기 하던 그날처럼.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어느 날에,
어제는 고치였다가 오늘은 나비가 된 모습을 보니
행운이 필요한 어느 순간에 함께 나누고 싶을 만큼 긴 여운을 남겼다.
고작 나비 한 마리가 희망이나 기쁨이 될 거라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오랜 시간 통 안에 붙어 있던 고치는
이렇게 예쁜 나비가 될 줄 알고 긴 시간을 지나왔을까?
봄이라는 계절보다 몇 걸음이나 먼저 찾아와
이렇게 뜻밖의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