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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Mar 14. 2024

기대한 적 없는 기쁨

작년 가을에 잡아온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배춧잎을 잔뜩 먹고,

참깨보다 작은 똥을 잔뜩 싸대다 고요한 번데기가 되었다.

죽은 건지, 살아 있는 건지 도통 알 길이 없어서 들여다보기만 했던 것 같은데

어느 날 연약한 날개로 팔랑이는 날갯짓을 보고 감동이 밀려왔다.

아기가 뒤집기 하던 그날처럼.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어느 날에,

어제는 고치였다가 오늘은 나비가 된 모습을 보니

행운이 필요한 어느 순간에 함께 나누고 싶을 만큼 긴 여운을 남겼다.

고작 나비 한 마리가 희망이나 기쁨이 될 거라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오랜 시간 통 안에 붙어 있던 고치는

이렇게 예쁜 나비가 될 줄 알고 긴 시간을 지나왔을까?

봄이라는 계절보다 몇 걸음이나 먼저 찾아와

이렇게 뜻밖의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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