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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an 17. 2024

아홉 살의 넋두리

눈 오는 날

10분.

20분.

30분.

집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간을 맞춰야 하는 건 너희인데,

시간에 쫓기는 건 왜 나인지.

모가지라도 끌고 와야겠어서 잡으러 가본다.


멀리서도 새하얀 눈밭에 벌겋게 언 손이 빛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장갑이 없으면 맨손으로,

바닥의 눈을 끌어모아 눈사람을 만드느라

집에 가는 걸 잊었다는 아홉 살의 패기.


어른들은 어린이의 마음도 모르고

염화칼슘을 뿌려서 나쁘다고 하는

아홉 살의 넋두리.


어린이는 어른들의 마음도 모르고

집에도 안 오고 눈밭에서 구르고 있네?

엄마 흰머리 백개 나라고?

이것은 엄마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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