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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Apr 14. 2024

낙선은 아쉬운 것.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온이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 히죽 웃고, 유는 입 주변이 여덟 팔자를 그리고 있다.

충분이 예상이 되는 상황이다.


엄마는 짐작했지만 평소처럼 "형님들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하며 표정을 살폈다.


먼저 들어오던 온이가 "엄마. 온이가 회장이 됐어요."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뒤 따라 들어오는 유의 표정을 보면서, 온이에게 큰 소리로 축하해주지 못했다.

대신 등을 토닥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최고야! 우리 온이 최고! 축하해"

헤벌쭉 웃는 온이를 들여보내는데, 유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시무룩하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망한듯한 표정을 보니 괜스레 가슴이 일렁였다.

유가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이미 원하는 바를 다 이룬 것 같았지만, 속으로 조금 더 욕심을 냈었다. 기왕이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해보니까 별거 아니네'하는 가뿐한 마음이 보태지길 바랐으니까.


"엄마 난 안 됐어"

누군 되고, 누군 안되면 시원하게 축하하기도, 조심스럽게 위로하기도 멋쩍어진다.

"괜찮아. 잘했어! 엄마는 도전 자체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그리고 2학기때 다시 하면 돼. 기회는 또 있어 다시 도전하면 되지"


엄마는 네 마음이 다칠까, 갑자기 구구절절 말이 많아졌다.

참 다행스럽게도 너는 "응. 괜찮아 2학기때 하면 되니까요"라고 말했다.


"안 돼서 서운해?"


"서운하지는 않고 아쉬워요. 기대했거든요"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너는 이렇게 또 배우고 있구나 싶었다.

처음부터 당선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낙선의 경험을 먼저 만났으니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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