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셋이서 떡볶이 한 접시

쌍둥이 아들의 열한 살의 기록

by 자잘한기쁨

온 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기대에 부풀어 말했다.


“엄마, 저 용돈으로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그래? 근데 떡볶이가 얼마야?”


“몰라요.”


그랬다. 그동안 녀석들은 메뉴판을 봤고, 엄마만 가격표를 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돈을 모아본 경험보다 쓰는 경험이 더 많았으니까, 헛걸음도 해보고 실망도 해보라고 가격을 알려주지 말까 하다가 매서운 날씨에 실망한 마음을 안고 두 블록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오는 네 모습이 안쓰러워 가격을 알려줬다.


“떡볶이 1인분에 사천 원인데, 얼마 있어?”


"오천 원이요."


매일 지갑에 돈을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지갑을 열었다 닫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두 주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거금 오천 원이었다.


“제가 떡볶이 사준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는데…. 그럼, 돈을 모아서 가자고 해야겠어요.”


용돈을 받는 친구가 몇이나 있을까 싶어, 마음 저 끝에서는 ‘엄마가 이번만 용돈을 더 줄 테니까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어’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첫 단추부터 대신 끼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짠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고, 없으면 없는 대로 그 속에서 또 배우는 게 있겠지 싶어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한번 의견을 모아봐.”라고 말했다.

오천 원을 모으는 동안 뽑기도 하고 싶고, 편의점도 가고 싶어서 몸이 들썩들썩하던 녀석이 한 푼도 쓰지 않고 참은 거라 계획하고 쓰는 것 자체가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친구들에게 온전히 사주지 못하는 게 아쉽고 서운했어도, 처음으로 친구들과 분식집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에 부풀었다.


이튿날, 온 이는 현관을 열고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엄마. 목요일에 친구들이랑 오천 원씩 모아서 떡볶이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그래? 잘됐다~ 목요일 엄청나게 기다려지겠다!!”


"빨리 자야지 아침이 빨리 오니까 오늘은 진짜 빨리 잘 거예요."


그리고 대망의 목요일, 하교 후 녀석은 입은 귀에 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떡볶이 맛있게 먹고 왔어?”


“친구들이 깜빡하고 돈을 안 가져와서 사천 원으로 떡볶이 사서 나눠 먹고, 남은 천원으로 무인가게 가서 젤리도 사서 나눠 먹었어요.”


너는 눈빛과 표정으로 기쁨을 이미 다 말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기분을 확인하듯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자선냄비에 기부금 냈을 때처럼 뿌듯하고 좋았어요. 돈은 써서 없어졌는데 친구들이 좋아하는 거 보니까 뿌듯하고 추억이 더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조막만 한 녀석들 셋은 떡볶이 한 접시를 놓고 하나라도 더 먹고 싶어서 손이 얼마나 바빴을까,

엄마의 허락을 구하고 친구끼리만 분식집을 간 인생 첫 일탈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엄마는 배부르게 먹으라고 떡볶이값을 보태줄걸 그랬다고 자꾸 후회됐는데, 네 마음이 든든해져서 온 걸 보니 그 후회가 감사로 바뀌었다.

이런 마음을 오래도록 가져갔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르바이트는 파국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