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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림 Aug 19. 2020

우린 네덜란드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네덜란드 코로나 검사 후기 (feat. 드라이브 스루 테스트)

날이 너무 더워 잠을 설치 던 8월의 어느 일요일에 우리 아기가 갑자기 고열이 발생했다. 열이 39.2도까지 올라갔고, 집사람은 미지근한 물을 손수건을 적셔 얼굴과 몸을 닦아 주었다. 난 당연히 찬물로 몸을 닦아 주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집사람 말로는 온기가 식으며 차가워지니 괜찮다고 한다. 내가 아플 때 찬물이 내 몸에 닿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했으니,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 열은 대략 38.5도에서 더는 떨어지진 않았다. 오늘 먹은 음식들도 마저 다 게워내고, 울다가 지쳐 잠들었으나, 잠자는 내내 열은 점점 심해졌다. 아내와 나는 몇 시간마다 깨 몸을 닦아 주었다.


월요일 아침, 우린 둘 다 출근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의심되는 상황이라, 우선 집에 있는 가족들 모두 집 밖에 나가지 않은 체 GP에 연락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는다. 아기가 어제보다는 조금 활동적이고, 열이 너무 높지는 않아, 우선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리와 몸은 아직 열기가 떨어지지 않았고, "주말에 먹은 음식이 체한 걸까?"라고 의심하며 오후를 보냈고, 저녁이 되니 열이 어제처럼 다시 올랐다.


화요일 아침, 구글에서 코로나 검사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마침 네덜란드도 드라이브 스루 검사법을 도입해 쉽게 검사를 할 수 있단다. 우선, 코로나 의심 증상을 GP에 알리고, 코로나 테스트 일정을 예약해야 했다. 동네 병원이 휴가로 문을 닫아 바로 옆 다른 병원에 연결해주었으며, 아기가 고열이 며칠째 반복되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GP 업무 보조원은 증상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이내 지역 GGD에 연결을 해주었으며, 또다시 증상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었고, GGD에서는 조만간 테스트 일정을 잡기 위해 누군가 우리에게 연락할 거라고 했다. 연락이 금방 올 줄 알고 전화기를 손에 붙들고 있었으나, 연락은 2~3시간 후에 왔다. 가장 빠른 시간으로 일정을 잡았으며, Coronatest라는 이름으로 문자와 이메일에 날짜와 시간, 장소가 찍혔다. 


검사 장소에는 차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관계자가 차에 아기가 타 있는 걸 확인하고, 우선순위로 검사를 받게 해 주었다. 우리는 차를 검사장 한쪽에 대고 기다렸으며, 몇 분이 되지 않아,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와 검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면봉같이 생긴 긴 막대를 코와 입속을 각각 다른 막대로 검사를 했었는데, 여기는 입에 넣었던 막대를 그대로 코에다가 다시 넣었다. 과연 검사가 제대로 되는 건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이렇게 빨리 검사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검사 결과는 24시간에서 48시간까지 걸린다고 한다. 다행히 주말에 먹을 것을 조금 사 두었기에 그 시간만큼은 밖에 나가지 않은 체 집에서 버틸 수 있었다.


수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혹시나 검사 결과가 오지 않았을까 문자와 이메일을 확인했으나, 아직 소식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 전화가 왔고, 상대방은 좋은 소식이 있다며,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했고, 일상생활 및 병원에 가도 된다고 했다. 우린 바로 GP에 긴급으로 상담을 요청했고, 그날 오후 바로 의사와 상담을 했다. 의사는 바이러스의 일종인 것 같고, 소변 검사를 해도 되지만, 우선 며칠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우린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먹였었는데, 의사가 구글에서 찾아보니 네덜란드에서 흔히 처방되는 진통제의 일종인 파라세타몰의 한국 버전이었다. 그녀는 네덜란드 버전 파라세타몰을 먹여 볼 것을 권했고, 우린 약국에서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또 열이 발생해 아기에게 우유를 먹인 뒤 약을 먹였다. 쉽게 먹일 수 있는 시럽이고 1세에서 2세까지는 5ml를 먹여야 했다. 다만, 아기가 너무 격렬히 저항을 하는 바람에 주사기에 시럽을 넣어 타이르며 겨우 약을 먹였다. 몇 분 뒤, 먹은 우유며, 약이며 다 토했다. 아기는 자신도 놀라 자지러지게 울었고, 우린 너무 당황해 바로 병원에 전화를 했다. 아기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방금 토했으며,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운다고 말했으나, 상담자는 차분했다. 아기의 증상을 하나하나 다시 물어봤으며, 내가 말하는 대답 속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는 듯했다. 아기가 체 한 것 일수도 있으니, 항문에 삽입하는 형식의 약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우리 집에 그런 건 없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로켓 모양처럼 생긴 그것을 우리 집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으나, 딸은 이미 울다 지쳐 깊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집사람이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돌발진 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마침 아기의 온몸에 열꽃이 피고 있었고, 지금은 그 열 꽃도 없어져 다시 원기 왕성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몇 주 뒤에, 내가 병원에 갈 일이 생겼다. 마른기침이 거의 두 달째 반복되고 있었으나, 딸아이가 코로나 검사에 음성 결과가 나왔으니,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체,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버티고 있었다. 다만, 기침이 잦아지면서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져 일상생활에 무리가 따랐다. 집사람의 걱정이 커졌고, 나 역시 점점 불안해 회사 점심시간 전에 병원에 전화를 했다. 마른기침이 두 달이 넘게 반복되고 있다고 하니, 콧물은 나오는지, 몸에 열은 나는지 등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했지만, 의사를 만나려면 코로나 검사를 먼저 받아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바로 회사를 벗어나 집으로 가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우선 황급히 회사를 빠져나왔다. 밖을 나와 차 안에서 회사 담당자님께 자초 지경을 말씀드린 후 집으로 갔다. 이미 우리 딸이 검사를 한번 받아 봤기에 절차는 알고 있었다. GGD에 연락을 해 내 정보를 알려 줬고, 테스트 일정만 받으면 된다. 전화로 날짜와 시간을 정했어도, 검사를 받으려면 확인 문자나 이메일을 받아야 했다. 이메일 주소를 제대로 알려 준 게 맞는지 찜찜하던 차에 문자와 이메일이 동시에 도착했다. 내일 아침 8시 50분, 우리 동네가 아닌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검사장이었다. 


병원을 가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걱정은 되었다. 회사 업무를 보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각종 식당에서 점심 저녁도 먹었고, 회사에서도 요즘은 덥고 답답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만약 코로나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문제가 복잡하다. 아침 8시 반쯤 검사장에 도착하니 내 앞에 차가 한대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 검사 장안에 캄캄하고, 이제 막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뒤, 어떤 여성분이 번호가 전해진 푯말을 들고, 정문 앞으로 왔고, 1번 푯말을 드니 앞차가 이동했다. 


곧 여성분이 2번 푯말을 들자, 나는 무의식 적으로 2번 데스크 앞에다 차를 세웠다. 데스크에 있는 또 다른 요원은 내 생년월일과 주소 및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스티커를 하나 줬다. 다음 데스크로 이동해 그 스티커를 건네주니, 검사 요원이 화장지를 한 장 줬다. 검사 전에 코안에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코를 풀라고 했고, 그 후 긴 검사 막대로 나의 입속에 쓱쓱, 왼쪽 코 중간 지점쯤 넣고 뺀 후, 오른쪽 코에는 아주 깊숙이 넣었다. 몇 번 검사를 받았지만, 이 부분에서는 항상 눈물이 난다. 이제 24시간에서 48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집으로 바로 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금요일은 항상 일이 많기에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내일이 오길 기다렸다.


나는 검사 당시 주말에도 검사 결과가 통보되는지 물어봤었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이번 주말에는 정원 칸막이를 새로 설치해야 해서 이것저것 살 것이 많은데, 아침 내내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더치로 코로나 테스트 어쩌고 저쩌고, 중간에 말을 끊은 체 영어로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을 했고, 전화를 건 여성분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이 있다고 했다. 최근에 코로나 확진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회사는 언제 마지막으로 갔는지,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간 적이 있는지, 발열이 나는지, 콧물이 나는지 등등. 질문이 거듭 될수록 내 긴장과 걱정은 극을 치달았다. 


그래서 당신의 검사 결과는...?


긴 질문 끝에 마치 연말 연예 대상자라도 발표하듯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음성입니다." 그렇다. 처음부터 음성이었다. 질문을 왜 그리 많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당신은 음성이지만, 이런저런 질문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안 되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우선 기뻤다. 궁금한 점은 없느냐는 말에 혹시 검사 결과를 이메일로 받아 볼 수는 없는지 물어봤다. 혹시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받아두려 하였으나, 유선상으로 통보하는 것 이외에는 안된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병원에 전화해 금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 결과가 나왔고, 의사를 만나 보고 싶다고 했으나, 상담원은 의사에게 확인한 후 나한테 다시 전화를 준다고 했다. 아침 8시에 문 열자마자 전화를 했는데, 12시까지 전화가 다시 오지 않았다. 오늘은 휴가를 냈기에 괜찮으나,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을 해야 하기에 오늘 꼭 의사를 만나야 했다. 병원에 다시 전화해 퉁명스럽게 내가 아직 당신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알렸고, 상담원은 나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의사와 의논을 해보니, 우선 약 두 개를 처방해 줬다고 한다. 난 마른기침이 나는데 코 스프레이를 두 개 처방해 줬다. 일반적으로 약만 처방해 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 검사까지 받아보라고 해놓고 유선으로 약을 처방할 줄은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한인 교민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그룹 사이트 내에서는 네덜란드 병원 업무 처리에 대한 답답한 글들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병원에서 이메일로 처방받은 코로 넣은 약물이 목으로 넘어가기는 하나,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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