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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림 Jun 15. 2021

네덜란드에서 카라반 빌리기 _ feat. 레이든

네덜란드에서 유럽 여행 하기

우리 가족은 올여름에 캠핑카로 유럽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직 확실한 일정은 정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처남이 살고 있는 독일을 지나 스위스가 최종 목적지가 될 것 같다. 산이 없는 네덜란드를 떠나 최대한 자연을 만끽하며 우리 딸과 함께 온 가족이 야호~~~! 를 외치고 오리라.


스위스는 3년 전에 15인승 밴을 빌려 처가 친지 분들과 다녀왔다. 마터호른 전망대에서 파는 한국 라면도 먹고,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눈이 덥힌 산을 보며 처음 접한 대 자연의 아름다움에 연실 감탄하던 기억이 난다. 78일의 일정에 중간중간 쉬면서 운전을 했지만, 네덜란드로 복귀하는 내내 마치 큰 덩치가 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었고, 다시는 경험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어느덧 그 느낌은 다 사라져 스위스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인다.


집사람과 나는 유튜브로 스위스에 위치한 캠핑장들의 사용 후기가 어떤지, 샤워시설은 구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난 여름이라도 찬물로 샤워를 못하고 무조건 따뜻한 물이 나와야 하기에 필수 체크 목록이다. 집사람은 다이어리에 한가득 준비물을 적어 놓았고, 캠핑용품샵에 들러 필요 물품들을 이것저것 미리 사놓고, 한국 마트에서 라면이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들도 미리 구비해 놨다.




우린 인터넷으로 알아본 캠핑카 대여 업체들 중에 집에서 가까운 곳을 몇 주전에 방문했다.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는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고, 캠핑카와 카라반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기에 오늘 직접 보고 결정해야겠다.


리셉션에 계신 아주머니에게 안을 구경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무언가 네덜란드어로 대답을 하셨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 외곽을 조금만 벗어나도 영어를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꼭 영어 대화가 필요한 경우는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되물어보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는 들어가도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셨으니 대충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을 듯싶다.


입구에 놓인 카라반은 너무 예뻤지만 2인승으로 적당했다.


쇼룸 안에는 크고 작은 캠핑카와 카라반, 텐트 및 캠핑 용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쇼룸을 지나 외부 주차장에는 한두해 때가 묻은 캠핑카와 카라반이 놓여 있었고, 우린 하나하나 들어가서 확인해보며 몇 명이 누울 수 있는지, 샤워는 가능한지, 내부 저장 공간은 얼마나 되는지, 접이식 테이블을 침대로 변환도 해보며 이것저것 확인을 해봤다. 마침 카라반, 캠핑카로 분리된 카탈로그를 발견했고, 인원수별로 분류되어 있었으며, 차종별로 내부 레이아웃이 전부 달랐다.


캠핑카는 시내 곳곳을 이동하기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아, 카라반을 캠핑장에 세워 놓고, 자동차로 이곳저곳 다니기로 결정했고, 장인어른께서 지금 네덜란드에 와 계시기에 우린 4인용을 알아봤다. 맘에 드는 차종 몇 개 중 레이아웃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했고,  오늘 리셉션 아주머니와는 대화가 안될게 뻔하니,  렌트 날짜를 확정하고 집에 가서 이메일로 예약 신청하기로 했다.


우리가 결정한 차종은 430 TS 시리즈 카라반이다.


참고로 카탈로그에 Mover라는 표시는 카라반을 차에서 분리시킨 후 움직일 때 편리한 장치다. 사람의 힘으로는 1톤이 넘는 카라반을 밀면서 이동시켜 자리를 잡기가 힘드니, 바퀴 옆에 장치를 달아 움직이게 하는 거다. 처음에 우린 4인승 중에 가장 큰 모델을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 차 무게에 카라반의 무게를 더했을 때 3.5톤이 넘을 경우 그에 맞는 운전 면허가 있어야 했고, 차종별로 뒤에 걸 수 있는 최대 무게 또한 정해져 있었다. 인터넷에서 우리 차의 무게와 뒤에 달수 있는 최대 한도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1.1톤짜리 카라반으로 결정했다.


차량을 결정하고 나니 실물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이것저것 넣을 저장 공간도 다시 확인하고, 물은 어디에 저장이 되는지, 가스렌즈 및 난방은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도 미리 확인하고자 다시 한번 업체를 방문했다. 우리가 정한 모델은 너무 길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은 사이즈였다. 솔직히 크기가 크고 길이가 긴 모델을 달고 움직이기엔 부담이 됐다.


난 군대에서 구난병으로 레커차를 몰았었다. 사고 현장을 다니며 파손된 차량이나, 고장 난 차량을 견인해 오는 업무였다. 한 번은 5톤짜리 큰 레커차로 뒤에 45인승짜리 긴 버스를 달고 반포대교 앞 왕복 10차선 도로에서 유턴해본 특이한 경험도 있다. 제대 후 약 20년 만에 차 뒤에 살림살이를 끌고 다니려고 하니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사실 오늘 일정은 캠핑카를 확인하고, 로테르담 킨더 다이크에 가기로 했으나, 시간이 조금 애매했다. 점심시간은 이미 지났고, 킨더 다이크 근처에는 먹을 때가 마땅히 없을 것 같았다. 집에 가서 밥을 차려 먹고 다시 나오기는 너무 귀찮아, 결국 우린 가까운 레이든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돌다 집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집사람과 식사를 한 레이든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타이 레스토랑은 점심시간이 지나 이미 문을 닫았다. 똠냥꿍이 맛있는 네덜란드에서 몇 안 되는 타이 맛집이었는데 아쉬웠다. 대신 우린 운하 근처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레스토랑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날이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이 배를 끌고 나왔고, 배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애인과 오붓이 데이트를 하는 연인, 가족과 함께 마실을 나온 사람들 모두 햇살 가득한 이 좋은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음식을 기다리며 딸과 근처를 구경했다. 저기 끝에 장인어른과 우리 집사람이 보인다.


두 살 배기 우리 딸도 신이 났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손짓하며 인사를 하고, 거리에 있는 물건들을 보며 '이 거모야?' 궁금해하고, 강아지를 보며 '몽몽이!' 라 반가워하고, 지나치다 벽에 걸린 소 조각상을 보면서 '음머~~' 라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장인어른을 하비라 부르며 엄마랑 하비 사이에서 손을 잡고 매달리다가도 내가 조금이라도 앞서 가면 '아빠~~~!'라고 세상 떠나갈 듯 날 부르며 '나도 같이 가' 라며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우리 딸은 두 돌이 지난 후 말이 엄청 빠르게 늘고 있다. 새로운 것은 모든 스스로 만져보고 경험해 봐야 한다. 만약 엄마 아빠가 지지라며 못 만지게 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방해한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처음 보는 재질은 모든지 손 끝으로 직접 만져봐야 손이 후련했던 나랑 조금 닮은 것 같다. 우리 딸은 요즘 온 세상이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는 듯 즐거운 눈빛이다.






네덜란드가 궁금할 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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