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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an 27. 2024

나를 위한 새벽 여섯 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삽니다 : 미라클 모닝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로 한 나와의 다짐은 어느덧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 새해라서 내세운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고 그저, 마음먹은 날부터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 되었다. 침대를 휘젓다 내가 없음을 알아차리면 귀신같이 일어나 '엄마'를 부르는 29개월 아들을 키우는 터라 계획했던 일은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는 건 바로 모두가 잠들어있는 오전 여섯 시. 대게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 공부를 하고 공부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날에는 책을 읽거나 일주일에 한 번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쓴다. 밤에 쓰는 글은 다시 읽다 보면 이따금 이불을 걷어차게 되지만 아침에 쓰는 글은 대게 감정을 덜어내고 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은 대게 스터디윗미를 켜놓거나 시끄럽지 않은 백색소음으로 채운다.



 글을 쓰고 사색을 즐기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변사람들에 비해 어떤 방식들이 스스로에게 더 맞는지를 잘 아는 편이다. 밤샘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점, 기분이 좋지 않을 땐 하염없이 걷다가 맛있는 라테 한잔을 마시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풀어진다는 점, 행복한 마음으로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여섯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글을 쓰며 밖에서 에너지를 쏟고 들어오는 것이 낫다는 결론까지. 물론 이런 결론들에 깔끔하게 이르렀지만 상황과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잘 알고 있는 일들을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해요소가 최대한 없는 새벽 시간을 활용해 보자는 것.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이 새벽 시간은 오롯이 혼자이기엔 더할 나위가 없다.







@ 산티아고 순례길

 

 10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새벽녘 동이 터오는 오솔길을 혼자 걸은 기억들이 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 다섯 시 반, 골목길을 나설 때까지 가로등에 의지하며 길을 걸었지만 이내 조금씩 밝아져 오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눈물날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누군가의 말을 내 두 눈으로, 내 두 발로 온전히 경험한 시간들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힘든 일이 생겨도 지금의 시간을 지나면 새벽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요즘은 그 새벽을 기다리며 조용히 그리고 온전히 나를 채워가는 시간이고 말이다.


 

 인위적인 소음이 모두 잠들어있는 시간은 오감이 부쩍 살아난다. 푸른 밀밭 사이로 바람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던지, 새벽녘에만 맡을 수 있는 새벽 내음, 멀리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 그리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동트는 하늘의 그러데이션까지. 내가 가진 것들로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있음에 마음이 부쩍 행복해지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크게 가진 것이 없어도, 내가 비록 아이만 키우는 엄마임에도 이 순간이 되면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긴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까지도 말이다.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해 나는 여행지에 가면 동트는 풍경을 보기 위해 늘 일찌감치 현관을 나서는 버릇이 있다. 물론 거기에 따뜻한 커피 한잔이 함께라면 나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예전에는 결혼한 남자가 이 풍경들을 함께해 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오히려 그가 더 푹 자주길 바랄 때가 많다. (그리고 대게는 코를 골며 깊게 자고 있다) 결혼이라는 것은 각자 온전하게 존재할 때 더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누나, 새벽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아침이 오는 기적'이라고 해"



 10년 전, 산티아고를 함께 걷던 이가 건네준 예쁜 말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았다. 아마 그가 나에게 건넨 이 문장은 새벽을 맞이하는 모든 순간마다 함께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문장을 쓰고 싶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말들을 건네고 싶다. 요즘은 그런 마음으로 오롯이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크고 거창하지 않지만 조금씩 소박하게. 오늘도 기적과 같은 순간들을 온전히 채우며 아이의 아침을 깨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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