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흐르는 음악

by 이깐따



꿈 많은 대학생 시절 나는 한쪽 팔에 악보를 끼고 다녔다.

BEETHOVEN, BRAHMS 등이 적힌 악보를 끼고 다니며.. 이하는 생략하고 싶다.

특별해 보이기도 했고 좋아하기도 했다.

나는 음악을 좋아했을까 음악을 하는 내가 제법 마음에 들었을까

스무 살의 나는 음악에 깊이 매료되었다기보다 음악을 하는 내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음악을 하는 사람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듯 느껴진다. 현재의 삶이 실제로 그렇다.

나는 상담을 하고 있고 연주는 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정체성중에 많은 부분은 음악이 차지하고 있다.

심리학 대학원 과정부터 시작해 사회에 나와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시간은 벌써 10년이다.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한참을 헷갈려했다. 나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가. 내가 피아노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라는 생각은 현재도 문득문득 들 때가 있다.

이렇게도 깊이 각인이 된듯한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당혹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지 모르더라도 음악을 내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녹여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한다.


좋은 음악가를 만나면 설레고 행복해진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흐르기도 하더라.

나는 오래전부터 죽기 전에 가고 싶은 공연들이 몇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김동률 콘서트.

얼마 전 그 치열한 티켓팅 속에서 나는 티켓 두 개를 쟁취해 냈다.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비장했으니 쟁취해 낸 것이 맞다. 작은 승리와 성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공연당일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그곳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공연장에 모인 모두의 행복과 설렘이었다.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을 성인들이 아이로 돌아간 듯 하얗고 진한 설렘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뿜어내고 있었다. 신기하고 묘한 동질감이었다.

그의 공연은 말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진실하고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해나가는 그 시간들이 진득이 묻어나 내 마음속에 와닿는 듯했다.

무대를 함께 만드는 많은 세션들이 자신이 이 순간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을 행복해하는 듯했다. 그들 모두 반짝반짝 빛나더라.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와 이야기를 할 때면 의도치 않게 혹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부족함, 슬픔, 불안,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을 나누게 된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자신의 어두움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이 성장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 내가 마주하는 어두움에 대해 깊이 알아차릴 때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순간에도 어두움을 짙게만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가 반짝이는 순간들을 보면 나는 나의 내담자들을 생각한다. 나의 내담자들의 삶 속에도 분명 저렇게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으리라.

지금은 각자의 상황들이 부딪히고 맞물려 미처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모습들이 있으리라.

자신의 부족함에 사로잡혀 나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자신의 직장에서, 생활에서 반짝이고 빛나는 모습들이 있으리라.

누군가 그 모습을 보지 못할 때 나는 놓치지 말아야지. 당신의 성실함 속에, 묵묵히 그 길을 가는 모습에, 그럼에도 머물러 있는 순간에, 울고 있지만 도망치지 않는 그 모습에 당신의 반짝임이 있다고 그 또한 당신의 힘이라고 잊지 않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독방에서 홀로 연습하고 지난한 시간들을 보내며 무대에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독방에서 누군가의 삶을 함께 지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때로는 슬픔에 함께 머물고, 때로는 불안에 함께 하고 태연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기도 하고 묵묵히 옆에서 걸어가기도 한다. 나는 솔로이스트는 아니지만 반주자정도는 아닐까. 행진곡이 되어주기도 하고 조용히 마음에 머무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고 따끔하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꽹과리가 되기도 하는 게 아닐까. 협주자로서 함께하는 이 시간에, 모두가 기꺼이 내어주는 자신의 삶에 같은 템포로 흘러가는 음악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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