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장점을 알게 해주는..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감나무가 두 그루 있는 집을 찾았다.
“호주는 포장 이사 안해서 힘들겠다.”
내가 이사를 하는 방법을 얘기하면 한국 가족들과 지인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호주에 포장 이사가 없는게 아니라 있어도 잘 이용하지 않는 거다. 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여기 문화상 별로 필요가 없다.
솔직히 나는 다시는 한국 같은 포장이사는 돈을 줘도 하진 못할 거 같다. 돈만 내면(그것도 호주에서 보면 엄청 저렴이) 타인의 노동을 너무 하찮게 써대는 문화가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
아마 호주가 나에게 잘 맞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무시받고 천대받는 직업들도 이곳에선 그렇게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정당한 월급이 주어지니 그들도 거칠게 일하지 않는 편이다.
밤줍기 체험을 집에서 할 수 있겠군!
예로 한국에서 포장 이사를 하면 결국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이사짐 인부들이 너무 거칠었다. 사다리차 설치와 차 빼기 등으로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니 너무 시끄럽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빨리해야 하니 요란하고, 오후가 되면 너무 거친 언어들을 쏟아냈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방식이 좋은 건 아니다.
이웃에게 눈치가 보이고, 인부들의 눈치도 보였다. 아마 내 성격도 많이 좌우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그리고 결국은 짐을 다 들여 놓은 상태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짐을 다시 첨부터 정리하려면 더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버릴 물건들 까지 다 싸들고 와서 재정리가 필요했다.
우리는 이제 이사가 잡히면 한달 전부터 짐을 싸서 가라지에 차곡차곡 쌓는다. 가끔 추억의 물건들도 들춰서 얘기도 하고, 아이의 신생아 사진도 들춰보고, 몇년간 안 쓴 물건들은 도네이션 박스에 놓고 고장난 것은 버린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물건에 대한 애착도 생기고, 내가 어느 부분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지도 보인다.
보통 일주일간 새집과 기존집의 두 곳에 월세를 낸다. 그 기간 동안 새집 청소하고 수리가 필요한 것은 부동산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한다. 그 후에 쌓아 놓은 물건들을 나르면서 정리한다. 그 사이에 주소도 바꾸고 각종 인터넷, 가스, 물 사용 등의 공과금 주소를 바꾼다.
이렇게 잔짐이 다 빠지면 예약한 날짜에 트럭 한대와 인부 둘을 부른다. 한 두 시간 잡으면 새집으로 큰 짐들을 다 날라준다.
물건을 트럭으로 나르고 실으면서 서로 사는 얘기도 하다 보면 친구같은 사이가 된다. 지난번에 날라 준 그리스계 친구들이 다시 도와주기로 했다.
이사는 기본적으로 힘든 것.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니까 짐싸는 노하우, 짐정리 노하우, 집보는 안목 등이 많이 는다.
다음에 집을 산다면 부엌의 동선, 수납장의 형태와 디자인, 방에 딸린 수납장의 디자인, 가든의 형태, 가라지의 디자인, 창문의 햇빛 가림막, 화장실의 위치와 디자인 등에 대한 나의 선택이 머릿속에 다 들어왔다.
한국에선 이사하면 남편과 진짜 말타툼을 많이 했다. 서로가 피곤하고 외부 요인까지 겹쳐 아주 신경질 적인 상태에서 가장 만만한 존재는 배우자였다.
근데 멜번에선 이사를 하면 남편의 장점이 아주 돋보인다. 꼼꼼함. 정확함. 세밀함. 남에게 일을 미루지 않는 솔선수범. 물건 탐색 능력. 각종 문서작업.
아, 담번엔 내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둘이 박자 맞추고 서로 상부상조하여 기가 막힌 집 찾아낼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