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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Oct 03. 2023

올레 14코스(저지~한림)

저지 곶자왈에서 한림항까지

제주 오름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며, 오르막이 없이 내리막으로 가는 길이라 비교적 쉬운 코스 중 하나이다. 다만 19.1km이며, 6~7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긴 코스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저지예술 정보화 마을에 내린다. 맞은편에 올레안내센터에 있다. 옆에 걸어가던 사람이 배낭에 간세(올레길 말 모양 올레 상징)를 가방에 매달고 다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동한 것도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한땀 한땀 손으로 직접 만든 인형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가게에 들어섰다. 파랑은 제주, 주황은 규슈올레를 상징한다. 몽고올레는 노란색이다. 인형들이 수제로 만들어져 가격이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세상에서 하나뿐이라는 아이템에 만족을 한다. 화장실은 지지마을 사무소 뒤편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저지마을은 전형적인 제주의 오름에 위치한 곳이다. 

오른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오름들과 함께 풍차도 보이고 관광객들이 전혀 여기를 온 적이 없는 듯한 마을의 제주 골목길을 걷는다. 아직 스레트지붕에 페인트를 칠한 지붕이 담장 너머로 보인다. 제주의 돌들은 무심하게 많은 시간과 세월을 그렇게 보냈으리라.






가을의 시작점에 밭에는 얼마 전에 심은 듯한 양배추들이 자라나고 있다. 토질이 다소 좋고 물 빠짐이 좋은 곳은 푸릇푸릇하고 자갈이 많고 토양이 풍부하지 못한 곳은 입새가 이제 나오거나 나오자마자 말라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신음하는 양배추들도 보인다.


이런 곳에서 자라는 귤나무들은 도대체 물을 어디에서 공급을 받으면서 성장했을까? 중간지점에서는 물이 땅으로 흡수되고 그 물들이 해변 주위로 모아지는 제주도에서 나무나 식물들이 자라나는 제각기의 생존 방법들이 있을 테고 용수의 공급의 원활로 인하여 용수탑이 설치된 곳들도 보게 된다.


오름에는 물이 아주 귀하다. 그래서 소형 저수지 같은 것을 마을에서 사용하였다. 그것을 장학굿물이라고 한다. 습지에서 물을 가두고 필요시 그것을 사용했다. 이쪽 남서쪽은 양배추를 많이 심어 재배하고 있었다. 땅이 척박한 곳이라 뿌리 혹박테리아가 붙은 콩과 식물인 콩과 옥수수로 땅을 중성화시켜 양질의 토양으로 만드는 시도도 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내에서 여기까지 진입하여 거주하거나 이동할 때 다른 불편은 없을까? 제주살이 한 달만 산다고 하면 이내 불편함이 생겨서 다시 육지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마다 다양한 나라를 다닌다.

14코스는 버스를 타고 중간쯤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른 올레길처럼

그 많은 돌들을 밭에서 골라내고 그 돌들로 담벼락을 만들고 길을 만들어냈다.

파란 밭에 콩이 자란다. 콩과 옥수수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페루의 마추픽추의 그 고원의 인공테라스에서 옥수수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올레길을 걷다 보니 사유지 표시를 핸 둔 곳을 보게 된다. 사유지를 기꺼이 걷게 허락해 준 분의 마음을 담아서 걸어 보자는 문구들이 보인다. 콩을 척박한 자갈밭에 심어서 토지의 형질을 바꿔 보려고 하는 땅주인의 마음이 보인다. 

덩이 괭이밥


굴렁진 숲길로 움푹 파인 지형을 제주어로 굴렁지라고 하는데, 제주올레에서 개척한 이 굴곡이 있는 숲길이라 해서 굴렁진 숲길로 이름 지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개척이라는 말이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새삼 올레 길은 만들 이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제주의 담벼락에 여유가 보인다. 세월의

흔적을 따라 주인이 심은 다육이 여기저기 발을 뻗히고 있고 새로 더 쌓은 담 위에 흙을 덮고 제주 자생 식물과 꽃을 심었다. 시멘트 콘크리트 담에서는 보기 힘들다. 아마도 화산암 바위 돌덩이 자체가 자연석이며 그 자연에 식물이 자연스럽게 공생을 하기 때문이다.

그 논과 밭에 펼쳐진 모양새를 보면 그 주인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밭은 돌멩이와 자갈을 정갈하게 골라내고 고운 흙으로 쟁기질하고 쟁기질 한 흙 이랑 사이로 무 씨앗을 뿌려 두었다.

무명천 산책길은 이 언덕에서 내려오면 도랑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일반 육지의 길과 같은 식물들도 있지만 제주 곶자왈자생 식물들을 보면 그 차이가 난다. 칡덩굴이 여기저기 있어서 칡꽃 보라 향기가 코를 향긋하게 만든다. 땅에 난 잔디들이 쿠션이 느껴진다

바위와 돌멩이들을 건너온 후에 그런 땅들은 참 고마움이 느껴진다. 삶도 굴곡진 상처 후에 잠시 오는 여유도 평탄길과 같지만 그 길이 오래가진 않는다.


무명천이 다 끝나는 길에는 월령선인장 자생지가 나온다.


월명선인장이 외래종인데 수많은 씨앗 중에 하나가 이 바닷가에 밀려와 싹이 나서 가시를 달고 붉은 꽃을 쉬지도 않고 피어 내었으리라. 겨울이면 그 열매인 백년초가 빨갛게 달려 있어서 가시 돋친 식물의 열매가 이쁘게도 보일 수 있으리라. 



월령선인장 자생지 앞에 풍력발전기가 나란히 바람개비를 돌린다. 그 바닷길 카페에 몸을 의지하고 백년초 열매 주스를 주문한다. 그다지 원액이 많이 함유되어있지 않은 듯하다.  월령리의 선인장은 한국에서도 유일하게 자생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쥐와 뱀들이 돌담으로 들어 오는 것을 막으려 선인장을 심었다고 한다. 



명월포 전적지 전경

응포포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고려의 삼별초 항쟁과 묵호난의 상륙전을 치룬 곳이다. 삼별초가 고려의 관군에 승리하면서 상륙했던 아픔의 흔적이 있는 포구이다. 

금능마을로 들어서는 바닷길 등대아래 삼촌이 미역인가? 톳인가? 무엇인가를 갈무리하고 있다.

금능마을로 들어선다. 유명한 협재해수욕장 옆 마을이라 그런지 집의 모양새가 육지의 집인데 담은 경계는 제주 돌담이다.


금능포구가 나오고 저기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가 보인다. 함덕해수욕장과 함께 어린이들을 데리고 해수욕하기에 적절하고 음식점과 주차 공간 여유가 되는 곳이다. 야자수 아래에 캠핑장은 꼭 한번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에 걸쳐서 아름다운 협재해수욕장은 가족끼리 와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캠핑족들이 야자수 아래에서 캠핑을 한다. 여름이나 겨울에 차에 캠핑 장비를 싣고 와서 캠핑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협재해수욕장은 중간에 틔어 나온 바위에 사람이 있을 때 그것을 반영으로 해서 저녁 해거름을 찍으면 작품 사진들을 많이 건져 낼 수 있다. 다만 해 지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사진에 관심 없는 가족이나 동행인이 있다면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는 식당을 예약해서 제주도 삼겹살에 저녁을 함께 하는 행복도 좋다. 

올레 14코스 종점 한림항 도선 대합실이다. 


한림항은 일제강점기때 일본인들의 어업전진기지였다. 제주 북서부의 동중국해의 풍부한 어장과 가까웠으며, 맞은편 비양도가 있어서 자연 방파자 역할을 하여 피난항으로의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한림항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을 찍고 택시를 타고 다시 협재 해수욕장으로 갔다. 거의 1시간 이상을 걸어왔는데 택시를 타니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이다. 황급하게 택시를 내려서 협재해수욕장의 해거름을 찍기 시작했다. 이 즈음에 핸드폰 배터리 케이블이 오류를 일으키고 가지고 있던 여분의 케이블도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여행 중에는 배터리 케이블을 상당히 좋은 정품용을 사용하고 여분의 케이블을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전날 숙소에서 보조 배터리로 10,000 암페어로 무겁지도 않으면서 두 번 정도의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휴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꼭 필요한 곳을 못 찍을 수도 있고, 핸드폰이 없는 블랙아웃상태로 지내야 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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