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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Jan 10. 2023

요상한 날

- 그런 날이 있다. 요상한

요상한 날

그런 날이 있다. 요상한 날..

아침부터 별거 아닌데도 꼬이고, 별말 아닌데도 빈정 상하고, 별 전화 아닌데도 받기 싫어 피하고.. 1월 6일이 딱! 그런 날이었다.


그 전날 요상하게 연락도 하지 않던 고교 동창생들과 연락해 억지스럽게 약속을 잡고, 아이들은 생전 그런 적 없는데 친정언니 집에 보내 놓고, 요상하게 그런 적 없는데 신랑이 신년음악회를 가자고 했다. 늘 음악회나 전시회에 목말라했던 나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하루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요상한 감정에 마음이 휘둘렸다.

‘어떻게 하면 10년 만의 친구와의 약속을 미룰까?’

‘어떻게 하면 꼭 가고 싶었던 신년 음악회를 못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요상한 지금 내 마음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희한하게 그런 날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날을 겪지 않았을까?


[카톡으로]

친구야 , 정말 미안하다. 내가 10년만에 도깨비처럼 나타나서 내 생각만 하고 만나자고 했네..

장거리 운전 힘들었을 텐데. 너 편한시간에 연락 주라.


전화할 용기? 아니 의지조차 없이 카톡으로 내 맘을 전하고 상대의 동의 없이 마음 편이 약속을 미뤘다.


[거리를 두며]

아무래도 이번 음악회는 내가 빠지는 게 좋을 거 같아.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내가 있으며 아무래도 불편하지 않을까? 나는 다음에 갈게..


은근슬쩍 상대를 위한 배려로 거절했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음악회도 무마되었다.


모든 문젯거리를 다 해결했는데도 요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밀린 집안일을 몰아쳐 하기 시작했다. 손걸레질에, 밀린 이불빨래, 그리고 냉장고 청소, 잠시 짬을 누리며 쉬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엄마>띠리리링~~ 띠리리리링~~


받기 싫었다. 분명 무언가 부탁하거나  아님 오늘 하루 있었던 억울한?  일에 대한 넋두리 던가. 뭐 대충 그런 이유인 줄 알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40분쯤 지났을까?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엔 언니


“너 왜 전화 안 받아?  지금 엄마랑 통화했는데 아빠가 이상하대”

“아빠가 왜?”

“엄마 말로는 말도 잘 못하고 어눌하고 이상하대, “

“알았어. 내가 엄마랑 통화해 볼게”


“엄마? 아빠가 왜?”

“니 아빠, 이상해, 말도 어눌하고 이상하고 얼굴도 벌겋고 아무래도 술마신 거 같아 술 먹었냐 하니 아니래”


[내 아빠는 술로 인해 몇 년 전 생사를 오갔고 가족이란 바운더리 안에서 떨어져 나갈 뻔했으며 본인을 잃어버릴 뻔했다. ]


서둘러 친정으로 향했다. 비인지 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차창 앞 유리로 흩날려 뿌려지는데 도무지 내 앞길이 보이질 않았다.


“병원 가라고, 옷 입으라고,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 침 흘리고?”


공기를 찢어버릴 듯 한 엄마의 목소리에 한쪽 눈이 절로 찌그러진다.


“아빠? 괜찮은 거 아는데.. 그래도 병원 한번 가보자, 지금 아빠가 침 흘리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네. 별이상 없으면 그냥 오면 되니까, 알았지?”


아버지를 태우고 응급실로 어떻게 달려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검사를 하고, 동이 틀무렵에 겨우 알았다. 내 아빠의 상태를…


뇌경색이라고.. 다행인 게.. 골든타임 안에 왔다고..


요상하게 흐른 하루가.. 내 아빠의 명줄을 놓칠까 싶은 불안감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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