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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Dec 15. 2022

트리의 꿈

- episode1 : 크리스마스에 우린 버려진 거야?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집집마다 먼지 뽀얗게 쌓인 트리 꾸미기를 내어 놓을 준비를 한다. 거의 1년 동안 찾지 않다가 꼭 겨울이 되면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트리를 찾는다. 사람들은 어김없이 반기며 알록달록 반짝반짝 트리를 꾸밀 테다. 


달그락 소리에 트리는 기지개를 켠다. 

“달그락달그락, 벌써 12월이 왔나 보네, 이제 일어나야 하나 봐, 방울아”

“난 기분이 좋지 않아, 우리를 1년 동안 컴컴한 다락방에 처박아두고선”

“그래도 우리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잖아, 그리니 우리 일어나 볼까?”

방울이는 기분이 나빴다. 12월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멋지게 뽐낼 자신이 있는데 사람들은 방울이의 이런 마음을 몰라준다. 


“별아? 어서 일어나 봐, 12월이 됐어. 아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트리야? 미안, 올해는 내가 반짝일 수 없을 거 같아”

“왜? 어디가 아프니?”

“모르겠어,  자꾸 기운이 없네. 올 크리스마스엔 나가기 싫어”

“별아? 그래도 네가 가장 높은 곳에서 반짝여줘야  크리스마스가 빛날 거야”

“아니, 내가 없어도 아무도 모를 거야. 그냥 쉬고 싶어”


별은 심통이 났는지 자꾸만 몸을 숨겼다. 늘 가장 높은 곳에서 밝게 빛났던 별인데 왠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도통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로이와 제시카는 12월이 시작되자마자 하루하루 설렘을으로 가득 찼다. 


“로이야?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께서 무슨 선물을 주실까?”
 “글쎄, 나는 새로 나온 게임기를 선물 받고 싶기는 한데”
 “나는 예쁜 옷이랑 가방, 아참 그리고 푹신푹신한 인형도”
 “크리스마스까지 얼마나 남았지?”

“제시카? 딱 일주일 남았어”


로이와 제시카는 일주일 남은 크리스마스가 한 달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설마 선물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할지, 친구들한테 자랑하기로 했는데 볼품없는 선물을 받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데 올해 로이와 제시카는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꼬박 이틀이 흘러 크리스마스까지는 이제 5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로이랑 제시카가 우리를 찾아오지 않지?”

“나는 궁금하지도 않아. 관심 없어, 흥”

“별아? 너는 혹시 들은 이야기 없니?”

“글쎄, 없는데.. 근데 트리야 나도 방울이처럼 관심 없어”

“로이와 제시카가 어디 아픈 거 아닐까? 지금까지 꼬박 3년 동안 우리를 잊은 적이 없었잖아.”
 
 

트리는 찾아오지 않는 로이와 제시가 걱정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분명 우리를 잊어버렸을 리는 없을 텐데 이렇게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무슨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났다 싶어 마음이 쿵쾅쿵쾅 뛰었다. 




깜깜한 이른 새벽, 다락 문이 드르륵 열렸다. 트리는 깜짝 놀라 깨서 빼꼼히 문쪽을 쳐다봤다. 


“그렇지, 우리를 잊었을 리 없아. 애들아? 어서 일어나, 로이와 제시카가 우리를 데리러 왔나 봐” 

별과 방울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눈을 떴다. 


“정말 이렇게 이른 새벽에 우리를 데리러 온 거야?”

“그럼, 그럴 거야, 아니면 다락문을 왜 열었겠어” 


설레는 마음으로 트리는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런데 다시 드르륵 다락문은 닫히고 말았다. 


“트리야? 어떻게 된 거야? 우리를 데리러 왔다며?”

“그러게 분명…. 데리러 온 줄 알았는데… “ 


한동안 트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른 새벽 다락에는 커다란 곰돌이 인형이 들어왔던 것이다. 

곰돌이는 차오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내며 울고 있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지? 제시카가” 

“그런데 너무 미운데 왜 자꾸 제시카가 보고 싶지?”


곰돌이의 우는 소리에 트리는 깜짝 놀랐다. 


“어머, 너 곰돌이 아니니? 다락엔 웬일이야?”
 “어, 트리야 오랜만이야. “

“곰돌아? 그만 울고 이야기 좀 해봐” 

“으하아앙, 눈물을 슬픔을 멈출 수가 없어” 


그렇게 한동안 곰돌이는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다. 트리와 방울이, 그리고 별이는 곰돌이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줬다. 


“곰돌아? 이제 진정 좀 됐니?”

별이가 조심스레 곰돌이에게 물어봤다. 

“나는 곰돌이나 왜 우는지 알 것 같아, 곰돌이 너? 제시카한테 버림받았구나?”

트리와 별이는 깜짝 놀랐다. 

“방울아?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제시카가 곰돌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렇지 곰돌아? 아니지?” 


곰돌이는 한동안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울이 말이 맞아. 제시카가 나보고 다락에 가 있으래, 산타할아버지가 더 예쁜 선물을 주실 거라고”

“내 말이 맞지? 곰돌이는 버림받은 거야. 아마도 제시카는 곰돌이가 여기 있는 것조차 잊어버릴걸?”


방울이의 비아냥 거리는 소리에 곰돌이는 크게 소리쳤다. 


“야? 나만 버림받은 줄 알아? 너희들도 다 버림받았어” 


곰돌이의 한마디에 다락방은 영하 20도 보다 더 추워졌다. 


“곰돌아?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도 버림받았다니? 어?”

“곰돌아? 너 뭔가를 알고 있는 거니?”

“곰돌아? 아니지? 네가 화가 나서 부러 한말이지?” 


곰돌이는 크게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트리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손가락만 꼼지락 거릴 뿐


‘어떻게 하지? 아, 이 바보 같은 곰돌아, 그걸 말해버리면 어떻게 해?’


“곰돌아, 괜찮아, 진실을 말해주겠니?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겠어” 

트리의 간곡한 부탁에 곰돌이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며칠 전에 로이랑 제시카가 엄마에게 새로운 트리세트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어. 옛날 건 색도 바랬고 장식도 예쁘지 않다고.”

“그래서, 어서 계속 말해봐” 


방울이는 씩씩거리며 곰돌이를 재촉했다. 


“엄마는 안된다고 했는데 로이랑 제시카가 계속해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어. 새로운 트리세트를 사주면 겨울방학 동안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그래서 엄마가 우리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트리세트를 사줬구나?”

별이는 슬픔을 꾹꾹 눌러가며 이야기했다. 

“아니야, 엄마는 그러지 않았어, 엄마는 너희들을 잊지 않았어. 안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셨어”

“그럼, 그럼 도대체 누가?”

방울이는 참다못해 소리를 질러버렸다. 


“아빠가,, 아빠가 새로운 트리세트를 사 오셨어, 그런데 아직 꾸미지는 않았어. 다시 너희들을 찾아올지도 몰라” 


트리와 방울이 그리고 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기운도 없고 나가기도 싫었던 거야”

별이는 더욱더 구석으로 숨어버렸다. 


방울이는 차오르는 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여기저기에 시비를 걸고 다녔다. 


트리는 털썩 주저앉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로이와 제시카 그리고 엄마와 함께 보낸 크리스마를 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너무 낡긴 낡았지. 로이랑 제시카한테는 새로운 트리가 어울릴지도 몰라” 

“얘들아 그만 진정하고 그만 울고.. 알았지?”


결국 트리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느새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하루 종일 울어서 그런지 트리도 방울이도 별이도, 아참 곰돌이도 일찍 잠에 들었다.


“트리야? 트리야? 일어나 봐?”


트리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눈앞엔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 


“너는 누구니?”
 “나는 크리스마스 요정이야, 트리야 일어나”

“크리스마스 요정? 요정이 나를 왜 찾아왔어?”

“너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잠시 들렀어. 산타할아버지 몰래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작고 예쁜 불빛 날개를 펄럭이며 크리스마스 요정은 트리에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의 소원을 말해보라고?”

“응, 딱 한 가지만 , 내가 소원을 들어줄게..”


소원이라.. 트리는 지금까지 그런 건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때부터 트리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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