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첫날, 첫사랑
이토록 야릇하고 설레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단어들이 있을까?
가끔 밤 새 눈이 설탕가루 쏟아지듯 내린, 다음 날 새벽길, 첫걸음에 망설여진다. 왠지 내 발자국이 남을까, 내 발자국으로 길이 생길까, 내 발자국으로 뭉개질까, 하는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리는 처음이 몇 번이나 있을까?
따숩고 어떠한 외부 자극도 없는 자궁을 박차고 좁디좁은 산도를 힘겹게 비집고 나왔을 때, 세상의 첫 찬 공기와 마주한다. 찢어질 듯 한 차가움과, 한 숨이 아쉬운 숨 가쁨에 드디어 첫 비명을 질러낸다. 아니 쏟아 낸다. 치열하게 앞으로 마주 할 세상의 모든 것들에 경고하듯 울부짖는다.
풍선처럼 터질듯한 배, 온몸의 체액을 다 쏟아내는 듯한, 피부 조각조각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아이와 첫 대면을 한다. 알 수 없는 아니 앞으로 이 아이와 함께 할 고달프고 미치도록 행복하고 나를 버려도 될만한 존재의 탄생에 시샘이라도 하듯 여자는 고통과 희열을 불쏘시개 삼아 ‘어머니’로 변태를 한다.
첫사랑? 누구나 있다. 짝사랑일지라도..
수많은 이들이 그것에 대해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만큼 크게 각인되는 첫 경험이라 그러지 않을까 한다. ‘좋아한다?’, ‘사랑한다?’에 대해 구별해 표현할 수 있는 경계선을 그릴 수 있는 크레용을 찾게 된다. 첫사랑을 겪어내면 누군 분홍색일지도, 누군 검은색일지도 모르지만..
세 글자 만으로도 고되고 값진 치열한 처음으로 얻어 낸 …
수많은 처음과 마주했다.
기억엔 없지만 첫걸음마를 할 때 셀 수도 없이 넘어져 다쳤을 것이다.
처음으로 매운 김치를 먹었을 때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쓰렸고.
처음으로 성적표라는 걸 받았을 때 어깨가 으쓱할 만큼 좋았고,
처음으로 교복을 입었을 때 순정만화처럼 푸르매<인어공주를 위하여~~주인공^^)가 나타날 거라 생각하고 ,
처음으로 소주를 넘겼을 때 타오를 듯 찌릿함에 진저리가 쳐졌고
처음으로 부모님의 보호자로 싸인을 했을 때 손톱 밑까지 아리고 아팠다.
앞으로 또 다른 처음과 마주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죽여주게 후회 없게 맞짱 떠 볼까 한다.
남은 나의 ‘처음’들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