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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Oct 10. 2023

4. 눈물 마를 날 없는 신혼, 이혼을 떠올리다

신혼 때 알콩달콩함은 정말 잠시였다. 

몇 주 갔었나? 한 달은 갔었나? 

연애 때 거의 다툰 적이 없어 '이런 천생연분이 있나'라고 외쳤던 남편과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웬수'가 되기 시작했다. 


'전생에 웬수가 부부가 된다'는 말이 딱 그짝이었다. 

그 당시의 분위기를 잠깐 상기하자면 집순이인 내게 집이 불편한 수준이었다. 

나보다 더한 집돌이인 남편이 안 나가니 내가 밖으로 나가서라도 마음을 편히 쉬어주고 싶었다.


남편의 끝없는 잔소리와 쉴 새 없는 비난에 자존감도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만약 내게 직장이 없었다면 직장에서 인정 받지 않았다면 나의 자존감은 바닥 밑 하수구 끝까지 떨어져서 주우러 가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 맞춰가는 일이라고 하는데 마치 나만 일방적으로 맞춰가는 느낌이라 숨이 턱하니 막히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혼을 떠올리게 되었다.


 1.눈물 마를 날 없는 신혼, 남편살이가 시작되다.


처음에는 남편이 원하는 바에 맞춰주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나는 나 딴에 남편과 잘 지내기 위해 '남편이 요구하는 생활 습관이나 방향'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30여 년이 다른 삶을 살아왔으니 현실적으로 다 맞춰주기도 힘들고 맞춰준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다. 한 예로 설거지 후 행주를 걸어두는 방식인데 내가 걸어둔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박 받으니 '아니 이제 이런것까지 간섭하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더 치열하게 다퉈야 했다. 그럼 내가 마음고생을 하긴 했겠지만 홀로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안방에서 데스노트를 쓰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일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평화주의자이고 분쟁을 싫어하다보니 '에이 맞춰주자'라고 생각했던 게  큰 실수였다. 


<여기서 잠깐>

혹시라도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을 하신 분이라면 서로 잘 조율해서 맞추겠지만 얼토당토 않는 걸 요구하거나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걸 상대방측에서 요구한다면 참지 말고 강하게 대꾸하자! 그러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 알지 못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싫은 건 싫다고! 그렇게 말해야 알아먹는다.


생활 습관이라는게 서로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중간점으로 맞춰지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이 중간점을 맞춰가는 시간'을 남편은 참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상대방에게 맞춰주기로 한 걸 내가 놓치거나 잊는다면 엄청난 잔소리를 연이어 들어야하는데 그게 다시 나의 자존감 도둑이 되어버렸다. 이런 삶이 반복되니 숨이 막히고 '이 집에서 나만 사라지면 평화롭지 않을까'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2.자연스럽게 떠올린 이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때 생각했던 가장 큰 2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남편의 따뜻하고 다정한 말투 

2.여행이나 데이트를 함께 하고 싶은 편안함 


남편은 예쁜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고 데이트를 갈 때 잘 맞는 코드와 편안함이 돋보이는 그런 남자였는데 결혼을 하니 그런건 싹 사라졌다. 


당연히 잔소리를 하거나 나를 비난할 때 남편의 따뜻하고 다정한 말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남편은 사실 굉장히 투박한 말투의 사람이었다. 평소 말투나 말하는 방식이 '툭 던지는 방식'의 남자였는데 어떻게 연애 2년 동안은 감쪽같이 속였는지 모르겠다. 


하나 받고 하나 더! 알고 보니 남편은 사실 짜증이 엄청 많은 사람이었다는 점이었다. 

데이트를 나가서 차가 막혀도 엄청 짜증내고, 대기줄이 길어도 엄청 짜증내고, 날씨가 덥다고 짜증내고, 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짜증내고 하다 보니 데이트를 가고 싶은 마음도 싸악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낌새는 신혼여행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신혼여행 때 관광지 근처의 흑돼지 돈까스를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대기 줄이 길어 사전에 예약해 둔 티 체험을 받기 위해 식사는 건너 뛰고 들어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아니 흑돼지 돈까스 주제에 왜 이렇게 대기줄이 기냐며' 홀로 방방 뛰며 화를 내던 사람이었다. 근처 음식점이 마땅한 곳이 없어서 펜션 주인분께 추천 받은 음식점이었다. 서로 동의해서 간 곳이었는데 저러니 당시에는 너무 어이가 없고 얄미웠지만 삐진 남편을 풀어주기 위해 달래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확~뒷통수를 때려주고 싶다'


영등포로 데이트를 갔을 때는 갑자기 갤럭시 워치 설정을 다시 맞춘다고 홀로 이것저것 조작하더니 설정이 본인 마음대로 안된다고 계속 옆에서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데이트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모른채 짜증을 내니 정말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단칼에 사라졌다. 


나 : 제발 데이트 갈 때 짜증 좀 안내면 안돼?

남편 : 너한테 내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짜증 내는 건데 그것도 안돼?

나 : 같이 간 사람이 옆에서 자꾸 짜증을 내면 데이트 같이 간 사람 기분이 어떻겠어? 


그래서 남편과의 데이트를 끊기 시작했다. 그러자 왜 집에만 있고 데이트는 같이 안 가주냐고 나한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이다 보니 점점 불만과 분노가 온 몸에 독소처럼 퍼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이혼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이혼을 하는지, 그리고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남편이 다툴 때마다 내게 윽박지르거나 화내고 소리칠 때 마다 그가 불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한가득 퍼져서 계속해서 이혼이란 글귀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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