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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an 06. 2020

<총, 균, 쇠>를 읽어야 하는 이유

스포 없음

독서를 시작한지 1년 5개월만에야 비로소 독서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 바로 <총, 균, 쇠>를 읽고서였다!


2019년도 서울대생이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린 서적 1위로, 다른 명문대 도서 대출 순위가 대부분 소설과 에세이가 지배적인데 반해 사회서적이 1위인 것을 보고 참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샤대생이 된 기분이나 느낄겸 이 책을 구입한 게 시발점이었다


언제나 이 책을 떠올리면 가슴이 쿵쾅 쿵쾅한다


이전까지는 70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문학만 편식하던 탓에 막상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읽어보니 웬걸 작가와 번역가가 쉽게 잘 풀어써놓은 덕에 읽는 데 어려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지도와 도표와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옮긴이의 글에서 번역가는 ‘추리 소설을 읽듯 혹은 퍼즐을 풀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정도다’라고 말했는데 너무 적합한 표현이라 깊이 동감하는 바다 심지어 두꺼운 책임에도 오타 한 번 없어서 껄끄러운 부분 없이 매끄럽게 읽을 수 있다(민음사는 보고 배워야할 듯!)


나는 나름 비판적 사고를 하고 철학적인 생각을 누구보다 깊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이 책의 첫번째 질문이자 궁극적인 질문인 ‘왜 뉴기니(아메리카)는 유럽처럼 발전할 수 없었을까?’에서 바로 막혀버렸다 그 뒤로 이어지는 ‘아시아는 문자나 철기 식량생산에 모든 것에 앞섰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중심지는 유럽인 것인지’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는데 어째서 문명 발달이 느렸는지’ 등등 저자는 내가 태어나서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질문들을 던졌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한 세계속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 부록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는 일본이 원래 대륙이었으며, 그들의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충격적인 가설을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프랑스 대학 입시(바칼로레아)에서는 입시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판단하기 위해 논술을 치르는데 그 질문들은 이러하다

‘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는가?’

‘우리는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예술작품은 모두 인간에 관한 이야기인가?’


<총, 균, 쇠>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하게 만들고, 사고의 영역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확장시킨다 나는 그간의 나의 지적 세계가 오만과 자만, 고집 속에 있었음을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기반으로 느꼈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렇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던 독서의 중요성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직접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총, 균, 쇠>는 과연 대학교 필독서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 만큼 무지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인 게 확실하다 사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 같은 책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책을 쓴 위대한 저자때문에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저자 같은 사람을 처음 보았고 따라서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으며 저런 글을 처음 읽었는데 이 모든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 전율을 보다 더 많은 이들이 느낀다면 우리들의 지적 수준 또한 현저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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