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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an 12. 2017

<라라랜드>

영화에세이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현재에 도달하게 된 과정에 있어서 나는 결코 그를 빼놓을 수가 없다. 독하지 못한 나는 하루가 멀다고 우왕좌왕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흔들렸고 그럴 때마다 그가 나를 더 믿어주었다. 다시 다잡은 마음이 어느 순간 또 무너지고 그가 나를 설득하고 그렇게 모든 것이 일시적이었지만 일시적인 것이 모이고 반복되니 어려운 시기가 지나갔다. 모든 게 다 지나고서야 드는 생각은 그가 나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는 것이다. 그가 특별히 내 꿈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지만, 나의 가족이었고 나의 팬이었고 나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매번 달아나려는 나를 안아주며 여기가 맞다고 했다. 여기는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화려한 도시 그리고 그의 곁이었다. 기회를 잡은 것은 나이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것은 전적으로 그였다.

   

꿈으로 가는 외로운 길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의 꿈을 가장 지지하는 이, 꿈으로 가는 길에 함께 걸어갈 동반자였다. 언제나 앞을 보고 있으니 우리의 관계는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였다. 늘 꿈에 관한 고민과 이야기로 범벅이 되었고 열정은 분명 서로가 가진 매력 중 하나였다. 나는 이미 꿈을 이룬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그런 이의 삶과 조언은 내게 와 닿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그리고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사람을 필요로 했던 나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참 이성적이었다. 그와 나는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지만 많은 것이 직업에 치중되어 있었다. 좋은 아내, 그와의 결혼, 행복한 가정으로 가는 길에 직업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꿈이 직업일 뿐이었다. 그가 당시 내게 필요한 사람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나의 꿈에는 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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