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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ug 30. 2023

디지털 노마드 2년 2개월 차 지금 나를 괴롭히는 생각

이래저래 요동치는 8월

8월이 후딱 가버린다. 아쉬운데 돌이켜 보면 해낸 일도 많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의 추는 바람에도 휘달려 무게감을 놓치는 걸까. 8월에는 치앙마이에서 다녀와 멍디님과 연봉 1억 노마드 마케터의 노하우라는 강의를 했다. 여권을 잃어버리고 정신없이 한국 도착해서 이틀 만에 진행한 강의였다. 반응은 뜨거웠고 많은 분들이 디엠을 보내주셨다. 알차고 멍디에게서 배운 것도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조각들이 생겨났다.


네팔 계획도 취소가 되었다. 8월에는 새로운 미국 마케팅 일을 맡게 되었는데 부담이 많이 되지만 하나씩 하고 있다, 하루가 느리고 지루한데 의자에서 일어나면 벌써 밤 11시가 되어 있다. 개인약속은 다 모른 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다가 고장이 난 건가. 고개 처박고 가슴팍만 들여다보다가 지금 8월이 다 가버렸다. 생각이 쌓여 숨 쉴 틈이 없으니 낮잠을 잔다. 회피다. 분명 8월은 내게 아름다웠는데 뭐가 지금 이렇게 마음결에 끼어 쾌쾌 묵은 내를 내고 있는지 들여다보려고 글을 쓴다. 왜 좋은데 지금 이 찝찝한 건 뭔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


01. 나는 멘토도 정답도 아니다.

강의와 강연을 많이 하고 있다. 18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력과 세일즈력을 키우기 위해서 마케터로 무대에 억지로 나갔다. 마케팅 공부를 더 하게 되고 클라이언트가 기대감을 품고 내게 왔다. 괴롭던 절망의 시간들도 연습하니까 나아진다는 멋진 목격을 했다. 22년 1월부터는 개인 이야기로 강의와 강연을 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로 마케터로 어떻게 나를 알리고 포폴을 만드는가. 세일즈를 하는가를 강의로 풀어서 진행한다. 두려운 마음을 떨치는 방법, 기회를 잡는 방법으로 22년부터 처음으로 강연도 도전해보고 있다. 추후 나는 사업이나 마케팅으로 미국에서 무대에 오르고 싶다. 배움을 품고 또 그 길에 킴제이의 생각들을 풀어 강연을 더 잘하고 싶어서 오늘도 연습한다. 


강의로 사람들에게 용기도 주고 나의 삶의 시간 한켠을 내준다는 게 좋다. 그런데 8월에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정답과 방법을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처음엔 편하게 답을 해드렸으나 호기심과 절박함을 앞세워 물어볼 때는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나는 여행과 일을 좋아해서 해보고 있다.  수많은 지구인 중 하나로 나만의 삶을 써보는 것인데 이건 정답도 방법도 아니다. 멘토가 되어달라. 집 근처로 갈 테니 이야기를 해주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들이 꽤 오기 시작했다. 커피챗 문의도 많아졌다. 


몇몇 문의와 대화들은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들은 킴제이 그대로를 보지 않고 (근데 온라인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보겠냐) 일부대화나 강의를 기반으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내 모습으로 본다. 엄청난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나를 빚어두시고 여쭤보신다. 그런 내가 내놓는 말이 정답으로 포장돼버린다. 남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말실수를 하는 꼴이다.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어 배움과 응원이 되는 분들도 역시 많아서 복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종종 앞뒤 없이  정답을 요구하는 기대의 눈빛을 보면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2,000원 드릴게요 지식의 두부 180g 3초 만에 내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ㅎㅎ)  사업가 분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사람들의 니즈가 명확히 보이면 사업화를 하라고 하셨다. 마케팅 일로 바쁘지만 이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프로그램화도 해야겠다고 기획해 보았다. 자주 들어오는 질문은 콘텐츠 화하여 블로그나 유튜브 링크를 전해서 피로도를 낮추라는 좋은 의견도 받았다. 그리고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쉽게 인스타로 물어보지만 답변을 해도 어땠는지 답이 없는 경우들이 많이 때문에 구글시트나 유료 상담으로 받으라는 아이디어도 주셨다. 그 단계만 있어도 필터링이 돼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올 거라고 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게 가치롭다. 오





02. 온전한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제리와 한국에 들어왔고 네팔이 취소가 되면서 어쩌다 한국에 더 머루르게 되었다. 어디서 지내야 할지도 알아봐야 한다. 11월에는 친구가 2주간 꼭 여행을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고 9월에 한국에 올 테니 꼭 만나자는 프랑스 친구도 있었다. 고마운 시간들이 많으니 순간 망설이는 내가 민망했다. 일이 많아지고 만나고 싶은 가족들도 있고 제리랑 있는 시간을 제대로 못 보내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일과 강의, 강연으로 만난 새로운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주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그 와중에 일 붙잡고 아등바등 거리는 내가 있다. 22년부터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회와 돈이 오고 귀인들이 오고 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지금 내 인생이 열렸다는 표현을 많이 했다. 정말 뭐랄까 그 미세한 꼭지들이 맞아서 맞물린다고 해야 하나. 궤도가 맞는 시기가 되었나 우주의 기회가 내가 온다고 해야 하다. 이게 관심 있어서 고개를 돌리면 고 기회 놈들이 내게 오고 저기 보면 저기서 굴러들어 왔다. 수많은 돌을 일단 해봐? 하고 마당을 열어뒀더니 진짜 자리를 잡고 누울 보석의 공간이 없다. 


아!

그래 우선순위가 없었다. 뭐가 진짜 중요하고 좋은 때깔을 가졌는지 보려면 한 발치 멀리서도 봐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 무기력에 그저 누워서 핸드폰 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진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뇌와 마음을 온전히 놓지 못한 채 이도저도 아닌 시간을 보냈다. 아 글을 쓰면서도 그 시간들이 아깝다. 생각이 많은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과 글인데 운동도 손 놓으니까 다시 쥐어들기가 귀찮아졌다. (멕시코에서는 매일 운동하고 살사 췄다. 미국에서는 10개월 지내면서 8개월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요가 수업을 들었다. 때로는 하루에 2회씩 고강고 근력운동이 곁들여진 요가를 했다.) 그 빈 시간에 딴 사람들의 요청과 의미 없는 SNS가 들어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문을 걸어 잠그지 못했다. 아니 이거 좀 부끄럽다. 내 시간이 없었다고 쓰면서 남들에게 뺏긴 건가 8월은 줏대가 없었다. 내가 내 시간을 무시했다. 어쩌면 그래서 네팔이 취소되었는지 몰라. 네팔 가기 전에 몰아서 해야 한다고 일만 붙잡았더니 조금만 정신의 피로도가 느껴지면 그냥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봤다. 언제든 네팔을 여행하며 하루하루 수련하고 요가를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뒤로 미뤘다. 그래서 네팔의 기회가 내게 오지 않았다. 매일 요가연습하고 네팔을 사는 사람이 되어야 네팔이 오는 거지. 



03.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내가 머리를 썼다.


머리를 썼다. 이게 방향이 맞는지 이득을 따졌다. 강의를 했을 때 이 돈이 맞나 보고 협력의 기회에서 앞으로 내가 얻을 기회는 얼마인가를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계산에 밝지도 않고 지금까지 내게 온 기회들은 작은 발돋움부터 시작해서 도미도처럼 큰 문들이 내게 왔었다. 내가 문을 열았다는 이유만으로 저 앞에 있는 큰 문의 도미노도 떠밀려서 길이 열렸다. 그런데 작은 문고리 하나 보고 이익을 취하려고 했더니 더 피곤해졌다. 마음이 밝은 사람이다 나는. 좋고 싫음이 그냥 온갖 표정과 몸으로 흐른다. 싫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뱉지 못하면 독이 서려서 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이번주에 두드러기 남. 지금 스트레스, 마음관리를 안 하고 있다는 뜻) 


네팔에 함께 가려는 선생님들도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이게 맞나 하고 각을 재기 시작했다. 잘 못돼서 내가 모든 책임을 받으면 어쩌지. 내가 놓치는 건 없나 생각을 해버렸다. 한강에 바람 쐬자고 나가는 친구와의 대화에 각을 재서 뭐 하나. 행복하면 되는 거지. 온갖 것들이 나에게 방해가 되었다. 마음이 굳어졌다. 환기가 되지 않아서 생각이 고이고 몸 구석구석에 가라앉아 때가 끼었다. 눈앞에 먹잇감이 나타나면 온몸과 신경이 전략적으로 바뀌어 빠르게 행동을 취한다. 사자는 먹이가 보이면  뇌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몸이 안다고 했다. 

나도 그런다. 나를 키워주고 행복하게 해 준 대단한 사건들은 모두 내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귀신같이 달려들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몸과 마음이 반응해서 내가 해보겠다고 손을 든다. 그런데 그 사자가 이번엔 사냥 이론을 배워보겠다고 야생을 떠난 셈이다. 갑자기 쓰지도 않는 줄자를 가져와서 이 정도 오면 내가 점프를 몇 미터 해서 목덜미를 물어야지 적어보고 각도기로 정글을 쟀다. 그러다 저 지나가는 사슴 떼 기회들에 몸이 솔깃한 기회들을 놓쳤다. 



아 킴제이. 아 정은아 부디 너는 제발 마음으로 살아라. 머리를 쓰는 순간 너는 영혼이 죽는 거야.

직감이 아주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다. 마음이 똑똑한 사람이지 부디 제발 마음을 들어라.

지금은 몸이 굳어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다. 그러니 몸을 써. 나무를 안고 자연을 만끽해.


서울만 오면 무슨 득달 같이 일에 파묻히니. 억울함과 야속함을 보여주려고 일로 대응하지 마.  일의 정의를 너만의 펜으로 써. 이전에 치열한 척하며 나를 돌보지 않던 찌질한 마음습관이 아직 있는 거니. 여행과 자연을 미루지 않고 일을 즐겨. 여행에서 일하고 하루를 즐기듯 행복을 일구면서 살아. 

지금 이 모든 고민들도 겁이 나서 적은 것들. 큰 마음을 먹고 그저 즐기면서 해보렴.


너는 큰 고래. 바다를 찾아가지 않아도 네가 있는 곳이 바다다. 그러니 네팔도 결국 서고 싶은 미국의 무대도. 마케팅이 궁금한 베트남도. 지금 제리와의 서울의 시간도. 엄마와 지내는 거실의 나날들도 다 나의 바다다.

즐겨. 8월의 큰 배움이다 진짜. 매일매일 네팔을 살지 않았기에 네팔이 내게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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