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08. 2024

아픈 아기를 보고 내가 병이 났다 2


https://brunch.co.kr/@kimikimj/119


그때 선생님이 열나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했는데 지금 열이 난다. 39.7도

진료를 봤다. 목에 수포가 있는데 그게 목감기라면 38도 대까지는 해석이 되지만 이걸로 39도가 넘는다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소변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수유실로 들어가 기저귀를 벗기고 패치를 붙이려는 찰나에 소변을 싼다. 어찌어찌 두 번째 붙인 것도 새 가지고 못했다. 4시 30분에 들어간 병원은 7시가 되었다. 소변검사는 어려울 것 같다며 밤에 검사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셨다.


그동안 해열제 먹으면서 열이 또 내렸다. 37.8인가 그랬다. 수유실에서 모유수유도 하고 계속 목이 타서 물을 마셨다. 허둥대다가 말을 못 들을까 봐 귀를 활짝 열며 설명을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기가 순하다며 말을 걸어주셨다. 부모님 성품을 닮아서 순한가 봐요 하시고. 3살-5살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이 우리를 보니 어머 아기가 작다며 흐뭇하게 쳐다보신다.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지 주변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 간단히 식사를 했다. 밤에 병원 가서 소변검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가기로 했다.

금요일이라 지금 넘겼다가 주말이 되면 더 불편해질 수 있으니 가는 게 좋겠다 판단했다. 태현이도 함께 갔다. 

제리랑 나만 가면 된다고 했는데 엄마가 같이 다 갈라고 태현이한테 부탁을 했다. 굳이 다른 생각에 불편해지고 내 감정들이 예민해진다.


병원에 가니 다시 39도. 심장이 떨린다. 찬물도 한잔 마시고 진료실에 들어가니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달빛소아과라고 하는데 밤에 진료를 볼 수 있고 왠지 나라에서 운영하는 듯하다.

선생님께 39.7도 이야기와 소변검사를 제안받았다는 이야기. 그런데 다 새 버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귀랑 목을 보더니 얘 목 아픈 거라 했다. 


"선생님 근데 밥을 너무 안 먹어요"

"엄마도 몸안 좋으면 밥맛없을 때 있지 않아요?"

"지금 39도고 39,7까지 올랐는데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다른 병원에서는 요로감염 테스트도 해보자셨어요"

"아냐 목이 너무 많이 부었어. 요로감염은 아닌 거 같고.. 그리고 열 숫자는 아이마다 다른 거예요.

얘는 보니까 열 경 기도 없겠네"


그게 금요일 밤이었고 태현이는 나랑 제리 없이 다른 친구집으로 갔다. 다 같이 만나기로 한 건데 상황이 어려웠다. 금요일 밤. 토요일. 일요일까지도 열이 났다. 열이 났다는 것만 기억나고 뭘 먹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제리랑 나랑 교대로 아이를 보자 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안 했다. 토요일엔가는 싸웠던 거 같다.

금요일이었나. 제리가 차 반납을 하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 되었다. 아기가 열이 다시 올라 38.4도가 돼서 해열제를 먹였다. 달래고 품에 재우니 제리가 왔다. 제리가 자기가 안겠다고 해서 아기가 이제 막 잠들어서 내가 품고 있겠다고 했다. 어? 침대에 기저귀도 새고 옷도 졌었다고 했다. 시트는 갈았는데 아기 옷을 지금 갈아입히면 깰 거 같아서 다음에 깨면 갈자고 내가 말했다. 제리가 화가 났다. 몇 마디씩 했는데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은 아이가 중요하니 집중하려는 찰나 제리가 거실에서 자겠다며 나갔다.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움직일 수 없는 나는 눈물만 났다. 아파서인지 작은 소리에도 깨고 품에서 떨어지면 울었다.


나중에 둘이 대화를 나누니 서로 생각하는 기준이 달랐다. 제리는 소변에 젖은 아이를 주지도 않으려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고 했다. 나는 이제 막 잠들었으니 깨우면 안 된다. 그때도 내가 밤새 물수건질해서 못 재웠다고 말하지 않았으냐 했다. 사실 이건 누가 맞는지 모르겠다. 둘 다 며칠간 잠도 잘 못 잤고 예민해져서겠지? 그래도 매번 이렇게 싸울 때마다 부부의 살을 도려내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욱 사랑을 나누고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마음이 괜찮아질 시간이 없다.


그냥 넘어가면 좋겠는데 싸우게 된다. 이해를 바라는 내가 사실은 더 예민하다. 그저 다 이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아이한테 잘 못 될 수도 있으니 그게 서로 잘 안된다. 서로 잠 못 들어 힘들어도 잠깐 10분 산책하며 억지로 이야기를 꺼내본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눈물이 그냥 뚝뚝 흐른다. 나도 귀엽게 토라져 상황을 예쁘게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 늙은 살쾡이처럼,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진다.



 아이가 목이 아파서인지 모유수유를 하려고 하면 3-5초 먹고 울어버린다. 젖병으로 주면 30ml 먹고 또 운다. 6개월 미만이라 물은 줄 수가 없고 어렵다. 억지로 주면 거부한다고 하니 안 먹는 선도 타협한다.

창호네 큰누나에게 톡을 보냈다. 언니는 자연주의로 아이를 키운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귀인. 언니라면 모든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가 아이가 잠들면 재우라고 했다. 아기는 스스로 이겨나갈 힘이 있는데 엄마가 감정적으로 개입해서 평균의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했다. 해열제 먹는 간격도 늘어나고 아기도 못 먹는 거지 쳐지는 건 아니라 괜찮다고 했다.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바이러스랑 싸우는 거라고 땀이 나면 열이 떨어지는 거라 했다. 그러고 보니 땀이 났었다. 혼자서 싸울 시간을 내가 안 주고 괴롭힌 건다.


아 모든 사람들 말을 다 귀 기울여 들으면서 내 탓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주가 뒤틀려 꼬여 나를 찌른다. 찔린 상처를 꽉 잡아 보여 이게 무기인척이라도 해본다. 마음이 편하면 이런 일도 지나가려나. 근데 그게 안된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일요일 오전 일찍 결혼식을 다녀오고. 이것도 문제다 잠을 못 잤는데 정신이 없어서 갔다. 이동하는 길에 잠을 잔다 생각했지만 계속 엄마들에게 통화하며 정보를 얻었다. 그러면서 불안의 압력이 더 올라갔다. 제리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는 마음으로 나를 보냈지만 나는 준비가 안되었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다가 잠들었고 제리에게 맡겼다. 물수건 꼭 해줘 미지근하게 살짝 따뜻해도 좋아. 열 식으면서 되는 거니까.


다른 방에 있다가 안방에 들어가니 제리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재우고 있다. 물수건질은 하지 않고

열이 또 오르는지 아이가 엥하고 운다. 머리가 지끈거려 다가가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 어? 허리가 펴지질 않는다. 얼마 먹지 못할 모유수유를 하고 아이를 넘기니 갑자기 손이 떨린다. 내 세계가 꼬구라져 휘몰아친다.


*다음 3편

https://brunch.co.kr/@kimikimj/121


작가의 이전글 아픈 아기를 보고 내가 병이 났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