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가장 쉽고 편한 전시 기획, 이지트립
아이와 함께 여러 전시를 다니다 보면 종종 아이들을 들어올려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키가 큰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된 작품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아 올려야만 비로소 작품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아이 뿐 아니다. 비장애인 성인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된 작품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도 높은 위치다. 작품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도 뭔가가 보여야 할 텐데 아래쪽에서 목을 꺾어 작품을 보다 보면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손에 닿지 않거나 휠체어 이용자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전시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휠체어로 다니기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정작 작품에 대한 접근성이 나빠 제대로 된 관람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지체장애인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나 자막 설명이 필요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오디오 가이드나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직은 적다.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작품 위치나 동선을 수어로 설명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작품 및 설명을 별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영상으로 작품을 설명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직접 만져보면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전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새로운 서비스를 더해야 해서 비용적으로 효율이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비장애인에게 제공하는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를 장애인의 입장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원래 제공했어야 할 서비스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최근, 용산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으로 이지트립 촬영을 다녀왔다. 전쟁기념관은 휠체어로 다니기에도 편한 곳인데 얼마 전부터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해설이 일부분이지만 서비스 되고 있었다. QR코드를 찍으면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는 수어 영상으로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도 조금씩 다양한 형태의 관람이 가능하도록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모아스토리 역시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누군가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가장 쉽고 편한 전시,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벽이 없도로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이동, 누구에게나 동일한 문화 경험, 누구에게나 동일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시작하는 이가 없을 뿐, 시작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도 바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늘 그렇듯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