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아빠의 조금은 미안한 육아일기
아이들이 커가면서 각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이런 저런 잔소리에 부모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을 때가 많다. 오늘은 얼마 전 첫째와 버스 안에서 나눈 얘기를 나눠볼까 한다.
어느 집이나 첫째만의 부담이 있는데 장남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한 것 같다. 특히 남동생 둘과 함께 어디론가 갈 때면 주변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아이고, 다 한 집이에요?" "아들이 셋이네, 참 든든하겠네"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이런 덕담 뒤에 늘 "엄마가 참 힘들었겠네~" "엄마 고생이네, 고생" 이런 식의 반응이 따라온다. 그럴 때면 엄마는 "아니에요,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 좋죠. 아이들이 잘 도와줘요. 힘들어도 좋죠" 이렇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아빠는 "네, 그렇죠~ 아들이 셋이라 좋긴 한데 엄마는 좀 힘들 때가 있어요" 정도로 답을 한다.
이런 답을 하면서도 우리는 아들 셋과 이뤄 가는 5명의 가족을 독수리 5형제라고 부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대한 첫째의 기억은 '나 때문에 엄마가 힘든가?'하는 부담감이었다고 한다. 아들 셋이라서 얼마나 힘들겠느냐? 하는 질문은 아이들에게는 '너희들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라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래서 동생이 더 생기는 것도 싫고 부모와 함께 외출을 할 때도 긴장이 되었다고 한다.
첫째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던 어른들의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었겠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툭 던지는 한 마디에도 부담스러워하고 쉽게 대하지 못했던 것에 이런 이유가 있었다는 걸 참 늦게야 알게 되었다.
우린 아이들 입장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부모가 희생을 한다는 관점에서 아이들을 양육해왔었고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부딪히거나 아이들이 마음처럼 못 따라주면 아이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대했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성장한 요즘에도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한 번씩 "엄마가 힘들었겠네"라는 말을 하실 때가 있다. 예전에는 웃으면서 "하하하, 그렇죠 뭐~" 라거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도로 답을 했었는데 지금은 대답을 미리 준비해 뒀다. 또 누군가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아이들 귀게 똑똑하게 들릴 정도로 "아이들이 있어서 오히려 덜 힘들었죠. 아이들 덕분에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거든요" 라고 크고 분명하게 대답을 해야겠다. 이제라도 아이들 마음을 알아서 참 다행이다. 내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