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선미 Aug 24. 2021

아이들

2020년 1월 20일의 기록

2018년 봄에 처음 갔으니까 보육원에 드나든 지 꽉 채워 2년이 되어간다. 아이들이 멀리에서 보이면 나는 발이 빨라지고, 아이들은 전력으로 뛰어온다.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아이의 엉덩이를 받치고 지난 한 달 안부를 묻는 것으로 토요일 하루가 시작된다. 자기 얘기를 잘 안 하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금세 오전이 간다. 


아이들 얼굴에서는 빛이 난다. 수줍은 얼굴도, 당당한 얼굴도, 개구진 얼굴도 다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다. 한 발짝 떨어져 예쁜 면들만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육아를 하는 사람 얘기를 들어봐도, 활동가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아이들을 돌보는 건 순수한 아름다움이나, 낭만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그래도 그 말간 얼굴들에게 뽀뽀를 하지 않을 수 없지.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사람, 웃는 얼굴만 보여주는 사람도 아이들 인생에는 필요할 테니까 그 역할에 한동안은 충실하려고 한다.




지금 보육원은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마 이 글을 쓴 날을 마지막으로 보육원에 다시 가지 못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