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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Aug 14. 2021

코로나 시대의 일상

지난 8월 10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수는 2천 2백명을 넘었다. 이후로 서서히 감소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2000명에 가까운 숫자고, 거리두기 단계 또한 4단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연일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기사가 나온다.


이렇게까지 4단계가 오래 갈지 몰랐다. 한 2주쯤 단단하게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그 다음에는 그나마 편안한 수준으로 내려갈거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먹고 모든 외부 약속을 취소했다. 부모님도 시골에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 정부 지침이 4단계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 사이에 할아버지의 병세가 갑자기 안좋아져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다. 요즘에 요양병원은 병문안이 안된다고 한다. 아마 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2018년부터 다니던 보육원에도 2020년부터는 가지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아이들은 지금 고학년이 됐을거다. 종종 보육원에 같이 다니던 분들과 연락이 닿으면 아이들이 우리가 자기를 잊어버린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갑자기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마지막 만남 이후로 긴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하나도 잊지 않았다.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뭔지,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어떻게 밥을 먹는지, 얼마나 공부를 싫어하는지, 얼마나 적극적인지.


보육원은 보육원 교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잠을 자는 것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놀면서 성장해야 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보육원은 외부 사람들의 방문을 받지 않았다. 외부인의 발이 끊기면서 후원도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단체 생활을 해야하니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아마 아이들도 보육원 밖에 쉽게 나가지 못할거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이전과 같은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시설 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까?


2019년 11월 2일 보육원 바자회에 가는 길


2019년에 보육원 초등학생 여자 아이 둘을 데리고 여름엔 한강 수영장에, 겨울엔 실내 놀이장에 갔다. 실내 놀이장에서 트램펄린을 태우다 날이 어두워져서 데리고 나오려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놀자며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하나를 잡으면 하나가 도망가고, 하나를 잡아놓으면 또 하나가 도망가서 놀이장을 뱅글뱅글 뛰어다녔던 것 같다. 그 때,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함께 외출하지 못할거라는걸 알았다면 더 놀고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다음을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요즘 내가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르겠다. 6월 말부터 거의 두 달이 다 되가는 시간 동안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면서 쌓인 답답함과, 도저히 내려갈 생각이 없는 일일 확진자 그래프를 보면서 생긴 화가 내 안에서 똘똘 뭉쳤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여름 휴가 사진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동시에 설명할 수 없이 안좋은 기분이 드는 양가감정을 경험한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좁아지기 쉬운 요즘이다. 모두가 같은 방송을 봤던 티비 시절과는 다르게 유투브는 알고리즘으로 끊임없이 나라는 사람을 자가복제한다. 유투브 타임라인은 온통 내 취향이다. 그래서 좋지만, 그것이 우리를 좁아지게 한다. 미래에 대한 체념과 나조차도 먹고살기 팍팍한 얇은 지갑이 타인의 아픔에 더 쉽게 눈 감고 상황을 외면하는 구실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들 조금만 더, 지금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조금 있으면 개학하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그리고 아픈 누군가를 너무 외롭게 두지 않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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