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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Aug 03. 2021

일의 우선 순위 정하기

일의 난이도와 보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생각보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아서 그렇다. 적당히 할 수 있는 일, 누군가가 시킨 일을 하는게 대체적으로 더 편하다. 시킨 일을 하기에도 바쁜 것이 회사 생활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해야하나?'


일의 우선순위와 방향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 건 계기가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인하우스 분석가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게 됐다. 그런데 대표님이 쿨하다. 무슨 일을 같이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같이 데이터 분석이라는걸 해보자는거다.


"다음 회의에 무슨 일을 같이 할지 얘기 해봅시다"


수많은 분석 주제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분석가가 없는 회사니까 아직까지 간단한 분석도 안해봤을 가능성이 높고, 데이터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 볼 수 있을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초록빛 미래보다 이 생각이 떠올랐다.


'뭐부터 하자고 하지'


머리속이 하얘졌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프리랜서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에게 헬프를 쳤다.


'~님 안녕하세요! 다른게 아니라 제가 데이터 분석으로 의뢰를 받았는데요.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제가 질문을 좀 준비하고 상담을 할 수 있을지 해서 DM 드렸어요. (상황설명) 저는 계속 회사일을 했는데 이런 식의 분석 외주 의뢰를 받은건 처음이라서 당황스러움 반,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 반 인데요. 시간이 있으실 때 상담이 가능하실지... 궁금합니다. (수미상관구조)'


시원하게 상담을 해주시겠다고 약속 하셨다. 어느날 점심을 같이 먹었다.




'곧 대표님하고 그 회사분들하고 만나서 어떤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얘기를 해야하는데요. 아직 그 회사에 분석가가 없어서 뭘 해본적은 없을 것 같고 딱히 염두해둔 주제도 없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리 쪽에서 제안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하자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좀 막막해요'


가만히 들어보던 베테랑 프리랜서는 테이블에 가로로 긴 선을 그렸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자 봐요. 오른쪽으로 갈수록 이 일이 주는 이익이 큰거고, 왼쪽으로 갈수록 이익이 작은거예요. 오른쪽에 가까운 일을 해야겠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이번에는 세로로 줄을 그었다. 2차원 평면이 됐다.


'위로 올라갈수록 어려운 일이에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쉬운 일이고요. 이왕이면 아래에 있는 쉬운 일을 하면 좋겠죠. 어려운 일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서로가 처음이잖아요. 그러니까 끝낼 수 있을지 아닐지도 잘 모르겠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는 빠르게 마무리를 볼 수 있는 일이 좋죠. 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크게 프로젝트 규모를 키우면 되고요.'

또 맞는 말이다. 나는 코앞에 이 일만 보고 있었는데, 베테랑 프리랜서 선생님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 다음이 있을거라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양쪽이 처음이니까 거대한 목표보다는 빠르게 실현 가능한 목표가 낫다.



'자 그러면 우리는 이 좌표 평면 상에서 중앙에서 아래쪽 ~ 오른쪽 하단 에 해당하는 일을 해야해요. 물론 오른쪽 아래 영역에 있는 일(들이는 에너지는 적으면서 소득은 많은 일)은 흔하지 않죠. 중요한건 최대한 가벼운 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어떤 버튼 하나만 눌러줘도 큰 임팩트가 있는 일이라면 좋겠죠. 같은 맥락이지만 양쪽 모두 이 프로젝트가 파일럿 프로젝트라는 감각이 있어야해요. 그래야 서로 기대치를 내려놓을 수 있고 또 기대치를 내려놓아야 즐겁게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야 그 다음일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어요'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데 가장 미숙했던건 그걸 다 해보고 싶었다는거다. 매출 분석도 해보고 싶고, 화면에 들어가는 데이터에 대한 개선도 해보고 싶고, 전환율 분석도 해보고 싶고, 이용자들의 프로덕트 사용 패턴 분석도 해보고 싶고, 상품들끼리 유사도 계산도 해보고 싶고...


거기에 베테랑 프리랜서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한방 콱 쏜 것이다.


'니가 하고싶은거 말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득이 되는 일이 뭔지 생각해! 그리고 한 치 앞도 못보는 조급한 사람이 되지 말고 조금만 더 멀리 봐봐. 지금이 있으면 그 다음도 있는거야.'


그리고 점심도 선생님이 사주셨다. 참된 어른. 본받아야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생각의 방식은 How Now Wow 매트릭스라는 방법론에서 오는 것이었다. X 축이 혁신의 정도(innovation)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같다. How Now Wow 매트릭스라니 참 서양사람들이 했을법한 네이밍이다 싶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일리가 있다.


출처: https://miro.com/templates/how-now-wow-matrix/


1. How

혁신적이지만 지금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운 아이디어. 어떻게(How) 해야할지 고민이 더 필요하고 미래의 큰 목표(야망)으로 설정할 수 있다.


2. Now

평범하고 익숙한 아이디어다. 실행도 어렵지 않아서 적용한다면 잘 작동하리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당장(Now) 적용할 수 있는, 낮게 달린 과실이다.


3. Wow

창의적이면서 쉽게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위치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Wow)이다. 이 영역의 아이디어를 많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이나 아이디에이션 용도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론인데, 나는 베테랑 프리랜서 선생님의 컨설팅 이후로 일의 우선순위를 생각하는 도구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여러분~ 이라며 질문하면서 끝나는 글은 어쩐지 좀 느끼하고 징그러운데 오늘은 꼭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디쯤에 있나요? 정말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저는 그 일들을 놓치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우선순위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내가 재미있는게 제일 중하다. '이 일이 주는 이익'에 '나의 즐거움'을 빼고 계산하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ง'̀-'́)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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