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선미 Jul 01. 2023

프리다이빙 (재)도전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프리다이빙과 헤어질 결심

잠시 과거 회고를 해보면... 2018년 9월에 보홀 돌조비치에서 SSI Level 1 자격증 과정을 한 이후로 프리다이빙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 풀장 교육부터 시작하는 국내 교육과는 다르게, 바로 바다에서 수심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에 바다가 컴컴했을 뿐더러 교육이 정말 빡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바다 속을 유영하는걸 기대하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산호는 커녕 물고기 한 마리를 못 봤다. 즐거움은 없고 고통만 있었다.


디지털 풍화된 2018년 당시 사진


당시 쓴 다이빙 로그북을 보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Date: 2018.9.27 (오전)

Location: 돌조비치

Weather: 비, 흐림

Water Temperature: 29

Number of Warm-up(Depth/Time): (3.9/14sec), (7.1/30sec), (10.7/55sec)

Number of Dives(Depth/Time): (8.0/38sec), (10.8/38sec), (9.7/40sec), (10.7/44sec)

Comments: '강사님 사인을 잘못 이해해서 올라옴',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상승함', '10m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출발함. 가슴이 답답했으나 견딜만 했다. 10m 지점을 보면 마음이 급해졌다'


2018년 9월 27일 오전 다이빙 로그


Date: 2018.9.27 (오후)

Location: 돌조비치

Weather: 흐림

Water Temperature: 29

Number of Warm-up(Depth/Time): 기록 없음

Number of Dives(Depth/Time): 기록 없음

Comments: '오전보다 훨씬 편안했다.',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피닝을 했다. 강사님이 다리를 붙잡았다.', '수면에서 마스크를 벗어보고, 5m 지점에서도 벗어봤다.'


기록을 보니 같은 날 두번 다이빙을 나갔나보다. 오후 다이빙에도 날씨가 여전히 흐렸고, 아마 암스트로크로만 상승하기, 레스큐, 마스크 벗고 올라오기 등 자격증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테스트 하느라고 수심 기록을 안한 것 같다. 마스크 벗고 올라오는게 너무 겁나서 자격증이고 뭐고 때려치고 싶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강사님이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고 갈거냐고 바다 위에서 혼쭐을 내셨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흑'이라고 애원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보홀에 있을 때 체류 기간이 꽤 길어서 스쿠버다이빙 레스큐 과정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스쿠버 강사님과 프리다이빙도 배우고 있다고 하니 'I can not understand... I'm happy with my air.' 라고 대답했던게 기억이 난다. 아사이볼을 함께 먹으며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막연하게 프리다이빙이 스쿠버다이빙보다 장비가 훨씬 적으니까 자유로울거라고 예상했었는데, 물 아래에서 숨을 참아야 하니까 오히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로도 여행을 쭉 다녔지만 스쿠버다이빙만 하고 프리다이빙은 다시 건드리지 않았다^^



그놈의 인스타그램이 문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아버지가 프리다이빙 강사라는 사실을 그놈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리다 알아버렸다. 해외 투어를 모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침 굉장히 가보고 싶던 지역이다. 고민은 짧게 하고 일단 DM을 보냈다. 


'제가 3년 전쯤에(나중에 알았지만 5년도 더 된 일이었다) 자격증 과정을 한 번 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거든요. 처음 하는 사람처럼 기초 훈련부터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혹시 가능할까요?' 


가능하단다.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성수 오피스에 모여서 정기 회의를 하는데 정기 회의에서 이 얘기를 한 번 꺼내봤다. '혹시 다들 여름 휴가 가시나요? 저 7월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다녀와도 될까요? 프리다이빙 투어인데요...' 같이 놀길 좋아하는 회사 사람들이 혼자 가냐며, 자기도 가고 싶다며 정보를 물어왔고 하루만에 프리다이빙 투어 인원이 4명이 됐다. 강사님께 다시 DM을 보냈다.


'4명 정도 등록하게 될 것 같아요! 프리다이빙 처음인 친구도 혹시 등록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단다. 신난다. 호주에 사는 친구한테 연락이 온 김에 '나 프리다이빙 투어 가기로 했어' 자랑했더니 그 친구도 온댄다. 인원이 순식간에 5명이 됐다. 나는 분명... 스쿠버 공기통과 함께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왜 갑자기 친구 넷과 프리다이빙 투어에 가게 된 것일까? 그리고 당장 투어 전 자격증 훈련 일정이 잡혔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고 전진이다.



전진, 앞으로

올림픽공원 잠수풀에서 첫 번째 교육을 받았다. 스쿠버 다이빙을 포함해 다이빙을 2017년에 시작했는데 실내 잠수 풀장은 처음이었다. 파도가 치고 깊고 컴컴하고 조류가 있는 바다에 비하면 5m 풀은 정말 밝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일단 바닥이 보이는게 행복했다. 이렇게 안전하고 아름다운데 못 내려갈 이유가 없었다. 최악의 경험과 비교하자니 이곳은 천국이었고 바닥과 수면을 오르내리며 칭찬도 받았다. '나 좀... 잘하는거 아닌가?' 근거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차오른 자신감을 안고 집에 돌아와서 장비를 사기 시작했다. 마스크, 스노클, 롱핀을 구매했다. 열심히 검색해보고 나름 입문용으로 좋다는 아이템들로 구매했다. 마스크는 스쿠버다이빙 겸용으로 골랐다. 프리다이빙에 대한 불신이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핀도 10만원대의 저렴한 것으로 골랐다. 언제든 스쿠버다이빙으로 발을 뺄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폴로 바이오메탈 마스크 D타입 (스쿠버, 프리다이빙 겸용)

스쿠버프로 스노클

리더핀 아이스 화이트


두 번째 교육은 K26 잠수풀에서 받았다. 가평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이 아름다웠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전날에 긴장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도 머리가 맑았다. 풀장에 도착했는데 여기도 바닥이 보인다! 실내 풀장이란 좋은 곳이구나. 26m의 깊은 물 속이 두렵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풀장에 가기 열흘 전부터 심한 비염을 앓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15m까지 다녀왔다. 강사님께 물을 한 번 먹인 것 말고는 레스큐도 그럭저럭 잘 해냈다. AIDA 2 자격증을 받기 위한 실기 테스트에 모두 통과했다. 원래 프리다이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가? 칭찬은 정말 고래도 춤추게 하는건가? 프리다이빙에 대한 불신이 조금 걷혔다.


집으로 돌아와 롱핀을 넣을 가방을 구매했다. 삼만원짜리 가성비 제품을 사려다, 조금은 쌓인 프리다이빙에 대한 애정을 보아 내 눈에 제일 예쁜 가방으로 샀다.


부샤 문디알 백팩2


이후에 자격증 정규 교육이 아닌데도 올림픽 공원 잠수풀에 자율 훈련을 다녀왔다. 앞으로 예약해놓은 올림픽공원 잠수풀 자율 훈련도 하나 더 있고, K26에서 하는 정규 교육도 한 번 더 있다. 프리다이빙 앱도 설치했다. 이산화탄소 적응 훈련을 하는 기능이 들어있는데 말이 멋있어 이산화탄소 적응 훈련이지 쉽게 말해 숨 참는거다. 2분 동안 숨을 쉬고 1분 동안 숨을 참고, 이후에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15초씩 줄여가며 1분 숨참기를 반복한다. 



왜 이렇게까지 진심이 됐을까?

나도 잘 이해가 안된다. 


한 번 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격 때문일수도, 요즘 날이 더우니까 물 속에 들어가는게 좋아서 그럴수도,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아서 그런걸수도, 물장난 치고 먹는 밥맛이 꿀맛이어서 일수도 아무튼 여러 박자가 맞아 2023년에는 프리다이빙에 (재)도전하게 됐다.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겁이나는 비가오는 날 새카만 바다의 기억을 밝고 잔잔하고 빛 내리는 실내 풀장으로 지워가고 있다.


햇빛이 좋은 날은 이렇게 수영 용품들을 말리면서 다음 물놀이를 준비한다. 수영을 하면서 다이빙도 다니니까 용품이 겹쳐서 좋다. 이런게 바로 가성비있는 취미가 아닐까(?) 물놀이용 샤워용품을 늘어놓은 사진을 보면서 설레는 것을 보니 이번 여름은 기대와 설렘이 있는 여름이구나.



작가의 이전글 2023년 1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