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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Jul 01. 2023

2023년 2분기

프리다이빙/수영/과일/테니스/캠핑

프리다이빙/수영

대충 5월 말부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잠수풀장에 다녀오고 있다. 프리다이빙 이야기는 앞 글에 많이 써놨으니까 여기서는 패스. 


수영은 여름이 시작된 후로 일주일에 4~5번 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 월, 수, 금은 강습을 받는 날이고 화, 목은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다. 수영을 수영장에서 처음 배운건 7살이었고, 2018년쯤 잠실에 있는 수영장에서 소규모 그룹 레슨을 잠시 받았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뿐이지 영법은 허접하게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 등록할 때에 초급 레인에서 다시 시작했다. 지금은 접영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형도 힘들고, 배영은 가끔 물을 먹고, 평영은 앞으로 나가지 않으며, 접영은 멀리서 보면 help me 인 줄 알고 구조하러 올 것 같다. 그래도 물에 몸을 담근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다른건 다 필요없고, 이 즐거움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수영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도 있다. 강습료가 매우 싸다. 일주일에 다섯번 운동을 하러 갈 수 있고 그 중에 세 번은 선생님이 있고 또 샤워실도 맘껏 쓸 수 있는데 한 달에 7만원에서 8만원 사이면 등록할 수 있다. 한 번 가는데 삼~사천원 꼴이다. 엄청 재미있고, 가르침도 받을 수 있는데, 싸다. 어떻게 이런 운동이 있을 수 있지? 수영장에 갈 때마다 놀랍다. 물론 수경, 수모, 수영복 코디를 하기 시작하면 지출은 걷잡을 수 없다. 이번 달에만 다섯벌의 수영복을 구매했다. 이제 올해에는 더 안 살것이다.




과일

집 근처에 신선하고 단 과일을 매일 들여오는 과일 가게를 찾았다. 요즘 수영하고 돌아와 시원하고 달달한 과일을 먹는 재미에 빠져있다. 공복에 격한 운동을 하고 돌아와 당분과 수분을 보충하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신비복숭아, 참외는 제철일 때 많이 먹었고 태국 망고, 골드키위, 바나나는 수입이라 철에 상관없이 먹고 있다.  나날이 망고를 자르는 솜씨가 늘어간다. 이외에도 사과, 대극천복숭아, 자두 등 다양하게 사먹어보고 있다. 요즘엔 자두가 새콤달콤하니 정말 맛있다. 한 입 베어물자마자 '여름의 맛이다!' 감탄이 나온다. 


사과와 땅콩버터를 같이 먹으면 맛있다
골드키위를 정말 많이 먹었구나



테니스

4월에는 애인이 테니스 라켓을 생일 선물로 사줬다. 초보일수록 자기 라켓이 있어야 한다는 사장님의 말은 진짜였다. 대여 라켓을 쓸 때에는 레슨을 받을 때마다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내 라켓을 쓰니 익숙한 무게, 길이, 무게중심 덕분인지 실력이 빨리 늘고 있다. 대여 라켓으로 치던 지난 1년 보다 내 라켓으로 친 몇 개월 동안 실력이 더 많이 늘었다. 디자인도 무게도 모두 마음에 들어서 망가지지 않는 한은 교체하지 않을 것 같다.


일주일에 1~2번 레슨을 계속 받고 있다. 포핸드로는 랠리를 조금 할 수 있는데, 백핸드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발리는... 테니스에 소질은 전혀 없는 것 같지만 성인 취미는 소질로 하는게 아니니까! 천천히 늘어도 좋으니 재미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테니스야 나의 평생 취미가 되자. 내년쯤에는 어디 놀러가거나 호캉스를 할 때 테니스 라켓을 챙겨가서 랠리하며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캠핑

2023년 2분기에도 소소하게 캠핑을 다녀왔다. 거창하게 좋은 캠핑장 알아보고 대단한 먹을거리 사가고 할 것 없이 있는 장비들고 당일에 마트에서 장봐서 아는 캠핑장으로 갔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엄청 바쁜 와중에 다녀오느라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건데 기대가 없으니 마음이 가벼워서 오히려 즐거웠다. 


작은 화로에 숯불을 붙여 고기과 방울토마토를 구워먹고 크지 않은 텐트에 옹기종기 앉아 술을 마셨다. 너무 떠들어서 출출할쯤 컵라면도 끓여먹고 잘 때에는 야전침대 세 개를 나란히 놓고 잤다. 아침에는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커피를 내릴 여유도 있었다. 집에 돌아올 쯤에는 '이제 캠핑쯤은 뚝딱 다녀올 수 있게 되었구나'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국립수목원에 들렀는데 유리 온실이 아름다웠다. 포천에는 늦게까지 벚꽃이 있어 예상치 못한 꽃구경도 실컷 했다.



요즘엔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한다. 허지원 교수님의 '실패에 우아할 것'을 인용하면서 2023년 2분기 회고를 마친다.


기대하세요. 내일의 날씨, 이따가의 점심메뉴, 오랜만의 시내 외출, 개봉할 영화와 새로운 드라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는 힘은 지치지 않는 기대에서 나옵니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달걀샌드위치가 형편없었대도 저녁으로 먹을 소고기 덮밥은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의 학점이 개판이었대도 내일 보기로 한 영화는 재밌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취미는 '기대하는 것'. 백 번을 실망한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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