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월든"과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잇다
숲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수프라는 단어도 좋아한다
숲에서는 수프 냄새가 나기도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책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은 닮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4살 무렵
외할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콩코드로 귀향한 적이 있는데,
이때 난생 처음 본 월든 호수가
소년에게 원풍경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 혜원(김태리)도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서울에서 그곳으로 4살 때 내려왔다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 Bing images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헨리는 다시 콩코드 월든 호수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혜원(김태리)도
서울로 대학을 간 이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하버드를 졸업했지만
직업없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이웃 하나 없는 외딴 숲 속 월든 호숫가에
손수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을 살았다
그 기록이 바로 월든이라는 책이다
나는 내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월든”을 꼽을 것이다
영국 시인 에이츠는 한 때
'나는 월든을 읽고 이니스프리 섬에서 소로우와 같은 생활을
해보려는 야심을 가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작은 호수는 8월의 잔잔한 비바람이 불다 멈추다 하는 사이사이에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이 되었다! ” (월든 중에서)
답답한 직장 생활 속에서 우연히 읽게 된 월든은
사무실에 작은 숲을 만들어준 책이었다
나의 작은 숲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월든” 책이었다
테헤란로의 빌딩 사이에서 불어오는
퇴근 무렵의 바람은 시렸다
내일도 같은 날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서, 우연히 읽은 책 월든은
답답한 가슴이 숨쉬어지는
종이 산소였다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에,
해결되지 않는 업무 속에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몇 페이지라도 읽고 나면
사무실 사이에 나만의 작은 숲 길이 만들어지고
나는 겨우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나에게 10번 정도 반복해서 본 영화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리틀 포레스트(일본판,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 편)은 두 버전 모두 10번 넘게 본 것 같다
생활이 지칠 때면
나는 반복적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있었다
거의 대사가 없는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사무실 속에서 읽던 월든 같은 존재였다
겨우 숨이 다시 쉬어지고
무릎에 힘이 들어가며
자 이제 쉬었으니 다시 힘을 내자고!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주연) 속 대사
“그렇게 바쁘게 살면 문제가 해결돼?”
우리는 바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글:로런스 쇼터)라는 책은
내일을 마법으로 만들어주는 힘으로
인간의 게으름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현인들의 이를 일컬어 “무위”라고 했다
애쓰지 마라!
몸이 이완되고 집중력이 생기는 몰입의 단계는
어쩌면 이 게으름 상태에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애쓰지말라 고
노력하지 말라 고
바꾸려하지말라 고
위로받고 싶어지는
오늘 소로 탄생 200주년 기념
특별판 양장본 월든을 사 왔다
번역이 다른 맛으로 다시 읽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월든, 리틀 포레스트
문학으로든 영화로든
숲이 있다는 것,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