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우리 머릿속의 시간을 구별하자면,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는 그 과거와 미래라는 개념을 통해 사고를 하고 삶을 계획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한 삶,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게 됩니다. 즉 우리가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 데이터는 과거의 경험을 사용하게 됩니다. 나의 직접적인 경험이 데이터로 사용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책과 이야기 등을 통해 데이터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미래를 기억한다’ 고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과거를 배우는 이유 역시 미래를 계획하기 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학교 교육은 과거, 현재, 미래 중에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요? 당연히 가장 좋은 교육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밸런스가 잘 맞는 교육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은 밸런스가 잘 맞나요? 아마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대체적으로 과거에 치우쳐져 있다고 봅니다. 국어에서는 과거의 문학작품을 분석하고 한글을 이해하는 교육이 중심이 될 뿐만 아니라, 영상 미디어 시대에 텍스트 위주의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사와 세계사는 현재의 국가 상황, 국가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단지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여 입시에 반영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고, 수학은 과거에 풀이된 논리 방정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다른 과목 역시 이미 지나간 사례들을 교과서로 정리하여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상황은커녕 현재의 상황조차 반영을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수행평가 등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는 교육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변화가 빠른 미래에는 충분하지 않은 비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렇게 교육이 과거에 치우쳐져 있다 보니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고, 또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본인들이 찾을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눈앞에 보이는 점수, 등수, 대학 입학, 취업과 같은 단기적 목표만을 위해 공부하게 되는 것이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꿈과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른들이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가야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만 믿고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말의 눈앞에 당근을 달아놓고 달리게 하는 꼴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그 행복에는 아무리 달려도 닿을 수 없습니다. 행복한 미래란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가르쳐야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죠. 그런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결국 미래를 가르치는 방식은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고령화가 이렇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바뀌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은 이렇게 발전이 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직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와 같이 현재의 상황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미래를 마음껏 상상하게 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죠. 주제는 고령화부터 시작해서 저성장, 환경오염, 드론, 3D 프린터 등 수없이 많을 겁니다.
물론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이렇게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끼워놓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래학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교과목에서는 여전히 미래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을 하루 종일 배우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교육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환골탈태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1분 1초가 미래 대비에 도움이 되도록 엄청난 변혁을 가져와야 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일은 무리입니다. 현재 교사들의 재교육부터 시작해서, 교육 과정을 새롭게 짜고, 그에 맞는 교재를 개발하고,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기생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을 축소, 변형하는 일까지 너무나 거대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아이들 정규 교육 시간에 의무적으로 미래학 시간을 추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분 안에 보는 미래모습: https://www.youtube.com/watch?v=nVx71-Z47r8
미래학을 현재의 교육과정에 끼워놓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아이들의 각성
만약 아이들이 미래학 수업을 통해 현재의 상황 변화를 인지하고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면 현재의 교육과정에 의문을 더욱 강하게 제시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통한 외국어 번역 기술의 상황을 접한 아이는 왜 자신이 영어 단어를 그렇게 열심히 외워야 하고 문법을 공식처럼 외워야 하는지, 또 왜 영어 학원에 다니며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끼게 되겠죠. 또 시험기간에 역사를 암기하고 있는 아이는 검색하면 나오는 자료를 자신이 왜 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각 교과목의 선생님들에게 왜 자신들이 지금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고 항의를 하게 되겠죠. 그리고 당연히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의 아이라면 그러한 질문을 선생님께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2. 교사들의 각성
만약 아이들이 그렇게 의문을 제시하기 시작한다면 교사는 아이들을 설득해야 할 겁니다. 왜 지금 이 수업시간이 중요하고 대학 입시는 왜 중요하고, 아이들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자신의 수업방식과 내용의 필요성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들이 그러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 교사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수업에 집중이나 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교사의 자격 자체가 없는 것이겠죠.
그리고 만약 교사가 아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본인들도 스스로 교육과정 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변화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교사 본인도, 그리고 수업을 듣는 아이도 왜 이러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면 그러한 수업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공교육 시스템의 변화 속도를 더욱 가속시킬 수 있게 되겠죠.
이렇게 미래학 수업을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더욱 빠르게 일어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현재 교육 시스템에 더욱 큰 의문을 던지게 하여,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 안일한 교사, 교육 시스템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힘을 가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미래에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를 스스로 계획하고, 현재의 교육 체제는 그를 뒷받침해주는 쪽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죠.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에 미래학 수업을 추가하기 위해 새로운 교사를 양성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대신에 그 역할은 현재의 진로지도 교사가 담당하면 됩니다. 진로지도 교사가 하는 일이 아이들의 진로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아이들 진로에 도움이 될 일을 도모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로지도 교사 스스로가 현재의 상황 변화를 인지 못하고 미래를 상상할 능력이 아이들보다 떨어지는 상태에서 미래학 수업을 이끌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로지도 교사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최신 자료들과 토론 주제들을 전달하는 일을 담당해줄 부서를 교육청에서 새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최신 자료들과 토론 주제들은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최신 트렌드와 이슈들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부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미래학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학 수업을 담당할 진로지도 교사의 주된 역할은 최신 트렌드를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상상하고 망설이지 않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주된 역할이 되는 것이지 본인 스스로가 미래학자가 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문제는 아이들로 하여금 어떻게 미래를 즐겁고 효율적으로 상상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교육 공학자들의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간단히 생각해보자면 조별과제로 의견을 모아 그림을 그리게 하던지, SF 소설을 쓰게 하는 법, 미래 사회에 대한 상황극을 구성하게 하는 법 등을 이용할 수가 있을 겁니다. 결국 예술창작 수업 방식이 많이 활용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미래학 수업시간에서 만큼은 성적 경쟁에서 벗어나 즐겁게 자신이 살아갈 최고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상상을 하게 된다면 본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이것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하고 배워야 하는지를 어른들에게 질문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현대의 아이들은 인터넷 검색에 익숙한 세대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질문은 본인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던지 관련 강사를 초빙한다던지, 해석이 어려운 외국 자료 번역을 도와준다던지 하는 정도가 되겠죠.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보통 많은 분들이 미래 수업하면 소프트웨어, 기계, 로봇, 컴퓨터 디자인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만을 많이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 사회의 한 부분일 뿐, 아이들이 미래를 상상하게 함에 있어 전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미래는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서로의 능력을 주고받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사회이기 때문이죠. 글을 잘 쓰는 아이는 글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고, 음악적 재능이 있는 아이는 음악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적성에 맞지도 않는 코딩을 모든 아이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는 와중에 자신들의 적성을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최고의 미래를 선물해주기 위해서 어른들의 역할도 바뀌어야 합니다. 변화가 빠른 미래 사회에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상에서 거의 모든 지식이 공유되고 있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고 지시하는 사람이 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의 부담은 벗어던지고 아이들이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정도, 그리고 그를 위한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최소한의 자리가 바로 공교육 시스템에 미래학 수업을 끼워 넣는 일부터 시작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