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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수 Joshua Aug 05. 2018

동기부여와 교육, 매니저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1부


2014년 하반기 처음으로 이끌어야 할 팀을 갖게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저를 괴롭히는 가장 큰 질문은 '좋은 팀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스타트업 환경에서 그 답은 어떻게 달라지는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얻기 위해 주변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책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만 큰 흐름을 관통하는 원칙내지는, 철학적인 답을 찾게 된 것은 Intel의 전 CEO인 Andy Grove가 쓴 'High Output Management'라는 책에서 였습니다.


Intel의 전설적인 CEO, Andy Grove


Andy Grove는 Intel의 첫 번째 직원으로, 공동 창업자는 아니었지만 1968년 Intel이 회사로서 설립되는 날 합류하여 1987년에는 CEO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0년대 후반까지 회사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어 낸, 오늘날의 Intel을 일구어 낸 인물입니다.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Fairchild Semiconductor 사에서 Assistant Director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였지만, 경영과 관리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Google이 인사 제도로 활용하면서 Startup 및 IT 업계에 광범위하게 보급된 OKR - Objective and Key Results - 은 본래 Andy Grove가 고안하여 Intel에 적용했던 것이 일종의 모범 사례가 되어 산업 전체에 도입된 것이기도 합니다.


(주: 여러 매체에서 Andy Grove를 공동 창업자라 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Andy Grove가 Intel의 시작부터 함께하였고 또 회사의 성장에 가장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인 듯 합니다. 실제 Intel에서 공식적으로 작성한 문서를 보면 결코 그를 공동 창업자라고 칭하지는 않습니다.)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Andy Grove라면 어떻게 답을 할까요?





팀 리더의 성과


팀 리더의 성과 (Manager's output)
=
해당 팀의 성과
(The output of his organization)
+
팀 리더의 영향을 받는 인접 팀의 성과
(The output of the neighboring organizations under his influence)


Andy Grove는 팀 리더의 성과를 위와 같은 단순한 공식으로 정의했습니다. 공식에 따르면 팀 리더의 성과는 그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직의 성과의 총합이므로, 조직원들의 성과가 곧 팀 리더의 성과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팀 리더가 실무자(Individual Contributor)로서 기량과 성과를 내는 것보다는 조직원들의 성과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원들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팀 리더는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할까요?



못하거나 안하거나


When a person is not doing his job, there can only be two reasons for it. The person either can’t do it or won’t do it; he is either not capable or not motivated.


어떤 조직원이 충분히 성과를 내지 못할 때에는 원인은 단 두 가지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 - 못하거나 (Can't do it)

주어진 일을 수행할 의지가 없는 상황 - 안하거나 (Won't do it)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Motivate)교육(Train)에 집중해야 합니다. Andy Grove는 조직원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동기부여와 교육, 단 두가지 뿐이며 그 외 다른 것은 없다고 역설했지요. 동기부여는 '안하거나'를 해결할 수 있고, 교육은 '못하거나'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봐도 결국 '안하거나', '못하거나' 혹은 그 둘의 조합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직원에 대한 동기부여와 교육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의 핑계 또한 못하거나 혹은 안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Managerial Leverage


사실 동기부여와 교육은 팀 리더가 자신의 시간을 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실무자로서 투입하는 시간은 딱 그 시간 만큼의 성과를 낼 수 밖에 없지만, 동기부여와 교육에 투자된 시간은 조직원들의 전반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직관적인 이야기로 풀어볼까요. 영업 팀장 Simon은 본인을 포함한 6명으로 구성된 영업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Simon이 본인의 자원 100%를 투여하여 영업 활동을 진행할 시 월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만약 Simon이 50%의 자원을 조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교육에 투자한다면 당장은 본인의 매출 약 5억원 가량 감소하겠지만 조직원들의 성과와 매출은 거꾸로 인 당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5명의 성과가 5억원 만큼 증가하니, Simon의 매출이 5억원 감소하더라도 총 매출은 20억원 만큼 증가하게 됩니다.


극단적인 예시일수도 있겠지만, 팀 리더가 동기부여와 교육에 쏟는 시간은 팀 리더가 실무에 쏟는 시간에 비하여 조직의 성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시간 대비 훨씬 더 큰 영향을 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 'Managerial Leverage'라고 부릅니다. 단 1시간 남짓의 진심어린 대화가 조직원의 동기부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그의 1년 간의 업무 태도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Managerial Leverage는 무한대나 다름 없습니다.


 Financial Leverage는 Risk를 감수해야하지만 Managerial Leverage는 Risk조차 없다. (Image Source: CFA Institute)



스타트업 환경에서의 동기부여와 교육


어떤 조직원의 성과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할 때 많은 경우 동기부여나 교육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각 팀 리더들 또한 실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동기부여와 교육을 소흘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팀 리더는 조직 전체의 성과의 총합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만큼, 실무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통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팔목에 'Motivate & Train'이라는 문신을 새겨두고 매일 아침 되새겨도 될까 말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의 동기부여와 교육은 더 큰 중요성을 갖습니다.


가장 먼저,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 문화적 측면 혹은 자원의 제약 문제로 인하여 최대한 많은 책임을 위임하는 자율적인 업무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동기부여가 더 많이 된, 교육이 충분히 되어 필요한 모든 컨텍스트를 갖고 있는 조직원의 성과가 높은 것은 어느 조직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자율성을 추구하는 만큼 (혹은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만큼) 과업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에 피드백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동기부여와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기존과는 다른 매우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반면, 이러한 일을 수행하기 위한 지식들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 리더들은 보통 상대적으로 긴 시간 회사와 함께 한 인원일텐데 그들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많은 지식들이 조직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에 비하여 외적 동기부여 요소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 조직 또한 그 나름의 동기부여적 딜레마들을 갖고 있겠습니다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뛰어난 복지, 그리고 대기업을 다닌다는 브랜드 가치 - "저 OO전자 다녀요." - 는 조직원들을 붙잡아주는 최후의 보루로써 기능합니다. 스타트업은 이러한 외적 동기부여 요소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일을 하는 의미를 찾아주고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연료 - 동기부여 - 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조직원들이 끊임없는 방황(?)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죽하면 이런 유행어까지 돌까. '불효자'가 된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더욱 중요한 것은 당연한게 아닐까. (Image Source: 플래텀 / 스쿱미디어)



동기부여와 교육의 시작


조직원들에 대해 동기부여와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들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기획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를 싸매곤 합니다. 물론 일회적인 집중 교육이나 워크숍같은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경영 활동 속에서 동기부여와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1:1 미팅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팀 리더들은 통상적으로 주 1회에서 2회 정도 조직원들과 1:1 미팅을 가질텐데 이 때 조직원들이 어떤 분야에 대해 교육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특정 과업 수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는지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회사에 합류하여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 기본적인 교육이 된 상황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일을 맡은 것이 아닌 이상 양질의 1:1 미팅만 잘 가져도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맡은 적이 없었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다거나, 지속적으로 성과가 부족한 분야가 있다면 집중 교육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1:1 미팅 외에 시간을 추가로 내어 정기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도서나 자료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스타트업에 열정을 갖고 투신한 인재라면 적절한 피드백과 학습 방법만 알려주어도 금세 따라올 것입니다.


그 외에도 공유되어야 하는 지식들을 최대한 문서화하는 방식으로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가급적 이른 시기에 도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고도 성장기에 있는 스타트업들은 조직원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들을 교육하는데 전사적으로 많은 자원을 쏟게 되는데 이 때 지식의 체계적인 관리가 되어있다면 자원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1:1 미팅은 당장 어젠다가 없어보여도 가급적 진행하는 것이 좋다. 어젠다가 드러나지 않은 것일 뿐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Image Source: Work Tango)



마치며


위에서도 언급했듯 동기부여와 교육, 거창한 개념은 아니지만 실천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 글을 쓰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 글을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조직원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반성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2부에서는 마이크로/매크로 매니징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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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1부 - 동기부여와 교육, 매니저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

2부 -  마이크로 매니저는 무조건 나쁘다고?

3부 - 마이크로 매니징의 기술, 매니저를 위한 실전 매뉴얼

4부 -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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