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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수 Joshua Dec 28. 2019

마이크로 매니징의 기술, 매니저를 위한 실전 매뉴얼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3부

The art of micro-managing


지난 2부에서는 마이크로 매니징, 매크로 매니징은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한다면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아니며, 각 구성원의 TRM(Task-Relevant Maturity)을 고려하여 두 관리 방식 사이의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매니저들이 자신의 관리 방식을 천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에 최적화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 전략적인 접근을 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TRM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소 - 2부에서 발췌

1. 성과지향성
2.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
3. 교육
4. 트레이닝
5. 경험
High Output Management에서 설명하는 TRM과 이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관리 방법. 제조업 기반으로 쓰여진 점은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와 지침을 갖고 최적화를 해야 할까요? 다소 모호하지만 지난 글에서 제시한 리더십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팀 성과의 극대화입니다.


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모든 팀원이 마이크로 매니징없이도 주어진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팀원들은 마치 매니저의 분신처럼, 매니저의 생각대로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도출합니다. 덕분에 매니저는 팀원의 업무의 세부사항들을 일일이 돕는 과정에 쓰일 리소스를 좀 더 레버리지 높은 활동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기 부여, 팀의 비전/미션 설정 및 강화, 전략 수립과 같은 것들이겠지요.


하지만 위와 같이 팀원들에게 권한이 100% 위임된 상태는 적절한 마이크로 매니징없이는 결코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개별 구성원의 TRM을 끌어올리기 위해 OJT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트레이닝이나 경험의 축적의 의미도 있지만, 회사의 핵심 가치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의 체화 등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더 나아가 비록 매니저의 많은 도움 하에 진행된 과제일지라도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성취감은 팀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태도 측면에서의 TRM 상승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일시적으로)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매크로 매니저가 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매크로 매니저가 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목표가 설정되었으니 지금부터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매니징 방식을 적절하게 구사함에 있어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지침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f(팀원)이 아닌 f(팀원, 과제)에 따라 결정한다.


어떤 팀원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매크로 매니징 방식 중 적합한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 매니저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팀원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기준으로 일괄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입니다. 원색적인 예를 들면 팀원 A는 일을 잘하니까 좀 더 방임하고, 팀원 B는 그렇지 못하니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접근은 우리 뇌가 효율적인 정보 처리와 판단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라 편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고, 또 좀 더 숙련된(충분한 트레이닝/경험이 있는) 성격의 업무와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접근입니다.


위의 예를 이어서 설명해볼게요. 팀원 A에게 기존에 경험이 없던 완전히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고 합시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매니저는 평소에 일을 잘해왔던 팀원 A이고, 마이크로 매니징 방식보다는 권한을 확실히 위임하는 것을 선호하는 팀원이므로 안심하고 방임합니다. 매니저는 나중에 결과물을 검토해본 후 깜짝 놀랍니다. 팀원 A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포커 페이스에 능하지 못한 매니저는 본인이 실망했다는 기색을 팀원 A에게 내비추고 맙니다. 팀원 A의 사기는 저하되고, 괜히 새로운 일을 맡아서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앞으로는 새로운 일을 맡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과제를 잘못 수행하는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팀원의 사기와 향후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까지 꺾어버린 중대한 사건일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TRM에 악영향을 끼친 것이지요. 따라서 새로운 과제를 부여할 때에는 아무리 기존에 매크로 매니징 방식을 구사했던 팀원일지라도, 일시적 마이크로 매니징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매크로 매니징 방식은 팀원과 과제의 함수로 결정해야 하며, 팀원에 대한 기존의 선입관이 아닌 과제 단위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아울러 과제라는 변수 뿐만 아니라 팀원이라는 변수 또한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고, 팀원 개개인의 사기 및 의지는 미묘한 요인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변화합니다. 어떤 사람은 그 변화의 폭이 더 크고, 어떤 사람은 그 변화의 폭이 더 작습니다. 이러한 차이들을 이해하고 각 팀원별로 세심하고, 계획된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면, TRM의 증가 및 감소 요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TRM의 증가 요인

(1) 관련 경험의 축적으로 인한 성장

(2) 적절한 트레이닝으로 인한 성장

(3) 성공 경험을 통한 성과지향성/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의 증대


TRM의 감소 요인

(1) 새로운 영역의 과제의 부여

(2) 일시적으로 능동성/사기가 떨어진 상태



2. 마이크로/매크로 관리 방식을 조종하는 구성요소를 이해한다. 


팀원, 그리고 과제의 함수로 마이크로/매크로 매니징 방식 사이의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이해셨다면 이제 그 방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건드릴 수 있을지 알아봅시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레버의 활용을 통해, 마이크로/매크로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리뷰 시점

가장 먼저, 어떤 과제의 진행 상황을 리뷰하는 첫 시점을 언제로 하느냐가 마이크로/매크로 수준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초반에 설정한 과제 수행 방향성이 틀어질 경우 그 뒤의 내용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이는 팀원들에게 단순한 시간 낭비 이상의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TRM이 낮은 상황일수록 첫 리뷰 시점을 빠르게 잡는 방식으로 마이크로 매니징해야 합니다.


리뷰의 빈도

중간에 과제 진척 상황을 얼마나 자주 리뷰할 것인지 또한 큰 영향을 줍니다. 매크로 매니징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총 1~2회의 리뷰 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할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 매니징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매주 혹은 매일 리뷰를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위임의 방식

마지막으로 '어떻게 위임할 것이냐'는 가장 중요한 레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The 7 levels of delegation' 이라는 글에서 이를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는데요. 아래와 같이 7가지로 위임의 수준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래로 내려갈수록 매크로 매니징 방식이 됩니다.


'통보'는 군대가 아닌 이상 과연 쓸 수 있는 카드인지 모르겠지만...


(1) Tell (통보): 팀원을 위해 대신 결정을 내린 후 통보하지만 이에 대한 토론은 허용하지 않음

(2) Sell (설득): 팀원을 위해 대신 결정을 내리지만 이를 설득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팀원이 참여감을 느끼게 하고자 함

(3) Consult (상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팀원의 의견을 먼저 묻고, 이를 의사결정 시 반영함

(4) Agree (협의): 관련된 모든 인원과 함께 토론하고, 모두가 인정할만한 결론을 도출

(5) Advise (충고): 당신의 의견을 제시하지만 팀원들이 듣기를 바랄 뿐, 최종 결정은 팀원들이 직접 내림

(6) Inquire (질의): 팀원들이 먼저 의사결정을 내린 후,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질의 응답을 통해 확인함

(7) Delegate (위임): 팀원들이 의사결정하며, 이에 대해 신경쓰지 않음



3. 매니저의 접근 방식을 팀원에게 직접적이고 투명하게 사전 공유한다.


매니저와 팀원 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면 그것만큼이나 소모적인게 없습니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던 매니저가 어느날 갑자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경우 팀원은 "이 사람이 갑자기... 왜? 혹시 기분이 안좋은 일이 있었나? 아니면 내가 최근에 일을 잘 못했나?" 같은 생각을 하게될 수도 있고 신경이 쓰이면 집중이 잘 안되는 법이지요. 따라서 매니저는 팀원에게, 각 과제 별로 접근 방식을 투명하게 사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제는 낯설테니 조금 더 꼼꼼하게 같이 볼게요"
"이 과제는 최대한 위임할테니, 80% 정도 완성되면 그 때 리뷰해요"
"이 부분까지는 제가 더 자세히 안봐도 되죠? 믿을테니 한 번 더 챙겨주세요"


이렇게 접근 방식을 공유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가 쌓이게 되면, 팀원들이 피드백을 주기도 합니다. 잘 해낼 수 있으니 좀 더 매크로 매니징해주셔도 된다라던지, 이번 과제는 조금 더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지요. 이 정도의 관계가 되면 찰떡궁합같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위와 같은 주제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 '개념/용어의 공유'과 이루어지고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매니저, 팀원과 함께 편하게 이야기를 나눔에 있어 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 이 글은 그 목적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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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1부 - 동기부여와 교육, 매니저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

2부 -  마이크로 매니저는 무조건 나쁘다고?

3부 - 마이크로 매니징의 기술, 매니저를 위한 실전 매뉴얼

4부 -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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