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오수 Joshua Dec 24. 2019

마이크로 매니저는 무조건 나쁘다고?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2부

마이크로 매니저에 대한 Myth


'마이크로 매니저(Micromanager)'는 팀원과 함께 어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세부사항(이하, 디테일)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관리자를 의미합니다. 흔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래 그림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쓸데없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늘어놓거나, 지나치게 짧은 단위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자 하는 관리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그 관리자가 정말 구제불능 수준으로 무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 또한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팀원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킨다면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인 '동기부여'에 실패하는 것임은 인정해야겠습니다.

엄격한 형식 하에 쓰인 보고서가 때로는 더 믿을만한 인상을 주는 것은 맞지만, 내용이 아닌 띄어쓰기, 들여 쓰기 등 형식에만 집착하는 것은 부정적인 마이크로 매니저의 징후다.


마이크로 매니저의 대척점에는 매크로 매니저가 존재합니다. 매크로 매니저라는 단어가 입에 착 붙지 않듯, 이는 마이크로 매니저만큼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표현인데요. 이것만 봐도 우리는 마이크로 매니저의 폐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매크로 매니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이 매크로 매니저보다는 마이크로 매니저를 싫어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매크로 매니저가 지나치게 자유방임할 경우,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게 되고 팀원들 또한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마이크로 매니저는 즉각적인 스트레스로 여러분을 힘들게 할지도 모르지만, 매크로 매니저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죽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마이크로 매니저, 그리고 매크로 매니저에 대해 갖고 있는 Myth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1. 마이크로 매니징은 무조건 나쁘다?


마이크로 매니징도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 있고 또 유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Task Relevant Maturity(이하 TRM)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TRM은 쉽게 말해 '해당 업무에 대한 숙련도'를 의미하는데, 단순히 기술적 숙련도에 그치지는 않고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태도적인 측면도 포함합니다. TRM을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성과지향성
2.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
3. 교육
4. 트레이닝
5. 경험


이 중 성과지향성과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는 태도의 영역이고, 교육, 트레이닝, 경험은 기술적 숙련도와 관련된 항목입니다. 교육은 대학 등 긴 기간 동안 진행되는 전공 교육 등을 의미한다면, 트레이닝은 사내 프로세스, 자사 제품의 구조 등 회사에 한정된 지식을 전달하는 (통상적으로는) 짧게 진행되는 연수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구분합니다. 경험은 과거 유사 직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는지로 평가합니다.


성과지향적이고,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하며, 충분한 교육, 트레이닝을 받았고, 또 경험까지 있다면 TRM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반대라면 TRM이 낮은 것입니다. 다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TRM이 높은 상황에서는 매크로 매니징이 적합하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적합합니다.



2. 스타트업에서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적합하지 않다?


흔히 대기업의 체계적이지만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프로세스가 싫어서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생긴 Myth라고 봅니다. 많은 이들이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업무 수행을 원해서 스타트업에 합류했는데, 마이크로 매니징이 웬 말이냐는 거죠. 실제로 스타트업에 합류하시는 분들의 경우 TRM 평가 척도 중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성과지향성' 또한 '일을 맡고자 하는 의지'만큼은 아니지만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는 TRM의 다섯 가지 평가 척도 중 두 가지에 불과한 것이지요. 따라서 나머지 세 가지 요소인 기술적 숙련도를 추가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고정관념과 정반대로, 스타트업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 보니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합니다. 아울러 체계가 덜 잡혀있다 보니 트레이닝 프로그램 또한 부실한 경우가 많죠. 신입사원 온보딩 프로그램을 만든다 하더라도, 회사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6개월 뒤면 그 내용들이 쓸모없어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각 구성원들의 TRM을 높게 유지시키기 힘든 구조인 것입니다. 충분히 트레이닝되지 않고, 경험이 부족한 구성원들이 적절한 관리 없이 방임될 경우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더 많은 시행착오와 더 높은 확률의 실패일 것입니다. 


따라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구성원들을 트레이닝하고, TRM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OJT(On-the-Job Training)입니다. 단, 이 경우에도 마이크로 매니징의 목표는 구성원의 기술적 숙련도를 끌어올려 추후에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음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3. 매니저의 마이크로, 매크로 매니징 성향은 천성이어서 바꿀 수 없다?


매니저들도 사람인만큼 관리 스타일 또한 천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스타트업 환경의 특성상 매니저 또한 많은 실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하게 매크로 매니징을 고수하게 되는 사례도 많이 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본인의 관리 스타일로부터 비롯되는 비효율과 문제들이 합리화될 수는 없습니다. 매니저는 예전 글에서도 서술했듯 본인과 본인 팀원의 성과의 합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만큼, 팀원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 혹은 야기해서는 안됩니다. 매니저는 본인의 성격에 지배되어 TRM을 고려하지 않고 한 가지 관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지, 바쁘다는 핑계로 팀원들을 방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의도하지 않은 매크로 매니징은 마이크로 매니징만큼이나 나쁘며, '스타트업의 쿨함'으로 포장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치며


TRM을 고려한 마이크로 <> 매크로 매니징 스타일 간 최적화, 많은 매니저들이 단순히 이러한 개념에 대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매니저들이 실제로 이러한 개념을 적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를 살펴보겠습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1부 - 동기부여와 교육, 매니저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

2부 -  마이크로 매니저는 무조건 나쁘다고?

3부 - 마이크로 매니징의 기술, 매니저를 위한 실전 매뉴얼

4부 -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2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