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오수 Joshua Feb 02. 2020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 4부

정리: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란


앞선 글들에서 저는 성과를 내는 팀장이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2부 링크)

(1) 마이크로 매니징을 팀의 구성원의 TRM에 따라 트레이닝의 용도로 활용, 해당 과업의 성공적인 수행에 기여해야할 뿐만 아니라,

(2) 이 과정에서 각 구성원의 TRM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해야하는 팀원/과제의 비율을 줄임으로써

(3) 각 구성원들이 매니저의 큰 도움없이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매크로 매니저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팀 전체 성과의 극대화해야 함


위와 같은 이유로, 유능한 매니저라면 특정 구성원/과제의 조합에 따라 때때로, 그리고 잠시 마이크로 매니저가 될 수도 있어야 하며, 그런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작은 팁을 다음과 같이 제공한 바 있습니다. (3부 링크)

(1) 매니징 방식을 본인의 천성으로 간주하여 한 가지 방식을 고집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즉흥적으로 구사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계획/의도 하에 결정해야 하며

(2) 마이크로/매크로 매니징 방식을 구성하는 여러 레버(lever)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매니징 방식을 조정하며,

(3) 접근 방식을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공유하여 상호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 소모를 줄여야 함


글을 올린 후, 주변 분들과 몇 차례 짧은 토론을 가져보기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발견한 마이크로 매니저에 대한 오해나 마이크로 매니징 적용 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에 대해 몇 가지 덧붙이는 것으로 마이크로 매니저에 대한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사소한, 혹은 시의적절하지 못한 피드백을 주는 것은 주는 잘못된 마이크로 매니징의 대표적인 예일 뿐, 마이크로 매니징 자체가 나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항상 이러고 있는 매니저라면 팀의 성과가 절대 좋을리 없다.

매니저가 지나치게 사소한 사항에 피드백을 주거나, 구성원으로 하여금 "이제와서 이런 피드백을?"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것을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잘못 사용된 예로 보아야지, 마이크로 매니징 그 자체가 나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잘못된 피드백은 본인의 자율성이 침범 받는 것을 싫어하는 유능한 인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정말 노련한 매니저가 아닌 이상, 어떤 매니저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때 주는 피드백들은 무결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타당한 내용의 피드백이 대다수였다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에게 '비합리적인 피드백을 주는 마이크로 매니저'라는 식으로 각인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억울하다고 느끼는 매니저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이 모든 고민들의 목적이 팀 성과의 극대화라고 한다면 구성원들의 성과를 개선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극복하는 것 또한 매니저의 숙제입니다. 따라서 필요할 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거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본인의 마이크로 매니징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복기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이어 설명할 내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2. 매니저는 보통, 본인이 실제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보다 더 위임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마이크로 매니징에서 매크로 매니징으로 이행 시에는 보다 과감해야 한다.

누구도 스스로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니저들은 실제 팀원이 지각하는 것 대비 본인이 좀 더 위임하고,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마치 누구나 본인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팀원의 결과물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상황은 흔치 않습니다. 항상 어느 정도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교정하고자 하는 충동에 휩쌓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면 좀 더 과감하게 위임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충분히 가르쳤다면, 어느 순간에는 뒤에서 잡아 주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야 최종적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간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어느 정도 트레이닝을 시켰다면, 혼자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놓아 주어야 합니다.


'선수'로서의 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매니저일수록 확실한 위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당장의 부족한 부분이 눈에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럴 수록 스스로를 다스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꼭 팀원들 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다수의 팀원을 마이크로 매니징하고 있는(혹은 할 수 밖에 없는) 매니저는 팀 성과 극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의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3. 잘못된 마이크로 매니징은 최악, 팀원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은 차악이다.


가끔 팀원의 일을 대신해주는 경우를 봅니다. 어떤 과업을 팀원에게 완전히 위임하자니 TRM이 높지 않아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려고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으니 차라리 직접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항상 리소스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궁여지책일 뿐입니다. 리소스가 부족한 매니저는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팀원에게 업무를 맡겨 도리어 더 긴 시간을 투입하게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수행하는 것을 택하는데, 결국 이로 인해 리소스가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힘들지라도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한 트레이닝으로, 구성원의 TRM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추후 권한을 완전히 위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나은 투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만약 이 정도의 트레이닝으로 위임 단계에 까지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해당 팀원에 더 밀착하여 성장시켜줄 수 있는 사수 혹은 중간 관리자를 두거나, 더 적합한 능력을 갖춘 팀원을 영입하는 등의 좀 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4. 마이크로 매니징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향이어야 한다.

매일 새로운 일에 부딪히는 상황이라면, 매니저에게도 새로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마이크로 매니징이라 하면, 매니저가 팀원을 관리함에 있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매니저가 구성원들의 업무를 좀 더 면밀히 살핀다는 것은 거꾸로 실무적으로 중요한 사항들을 듣고 배우는 과정을 동반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보 수집 과정은 매니저가 올바른 피드백을 제공함에 있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절대로 경시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해당 과제가 팀원, 매니저 모두에게 낯설 경우에는 더욱 중요한 과정입니다.





나가며


"입사 시 짜임새있는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처음부터 정말 유능한 사람을 뽑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할 필요가 있느냐?"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인 버즈빌의 경우에도 상당히 짜임새 있는 신규 입사자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변화하는 모바일 광고 시장과 기술 트렌드,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 그리고 치열한 경쟁 상황을 제대로 이해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 때문에 트레이닝으로써의 마이크로 매니징은 정규 트레이닝 프로그램의 공백을 메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겪은 유능한 인재들 또한 마이크로 매니징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과업에 투입되었을 때 주기적으로 많은 질문을 던지거나, 더 자주 미팅을 요청함으로써, 실질적인 마이크로 매니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음 한 두 번 뿐이고, 금세 위임해도 충분한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마이크로 매니저가 나쁘냐, 아니냐는 논쟁은 더이상 무의미합니다. 결국에는 단어의 정의가 모호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논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팀장의 성과는 팀의 성과의 총합이며, 팀원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사람들이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밀착 트레이닝'이 필요할 수 있다." 정도로 그 의미를 받아들여 주시길 바라며, 마이크로 매니저에 대한 연재를 마칩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 많이 알려주세요.




Startup 환경에서 좋은 팀장이란


1부 - 동기부여와 교육, 매니저의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

2부 -  마이크로 매니저는 무조건 나쁘다고?

3부 - 마이크로 매니징의 기술, 매니저를 위한 실전 매뉴얼

4부 - 좋은 마이크로 매니저, 나쁜 마이크로 매니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