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밖에서 그녀들은 어떤 운동을 할까?
농구하는 그녀들이 하는, '농구 이외의 운동'을 소개해요. 미엔에서 활약하고 있는 슬아, 일지, 윤경, 수진, 소영이가 즐기는 다른 운동과 그 매력에 대해 물어봤어요.
운동은 시작하고 싶은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간접 체험으로 한번 경험해 보면 어떨까요?
슬아가 즐기는 골프 이야기.
2008년 겨울방학 때 호주의 이모 댁에 머물면서 골프를 시작했어요. 호주는 동네마다 부담 없이 가볍게 칠 수 있는 (찐) 퍼블릭 골프장이 많거든요. 한국과는 달리,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으로 산책하듯 나와 여유롭게 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앞마당에서 스윙 자세를 몇 번 배우고는, 바로 동네 골프장에 가서 이모, 이모부와 바로 첫 골프 라운딩을 했습니다. 당연히 공이 잘나가지는 않았지만, 홀컵에 공을 넣으면 생각보다 기분이 짜릿하더라고요. 그렇게 골프의 맛을 느끼고 한국에 돌아와 다음 학기에 골프 수업을 신청하는 것으로 골프 인생이 시작됐어요.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농구를 닮은 부분도 있나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스포츠여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에 빠지는 것 같아요. 언뜻 보기엔 멈춰있는 공을 클럽으로 맞혀서 앞으로 보내 홀컵 안에 넣으면 되는 쉬운 스포츠 같지만, 생각만큼 쉽사리 원하는 곳으로 공이 잘 가지 않고, 트러블 상황(평평한 고른 잔디가 아닌 곳으로 공이 가는 상황)에 종종 빠지기도 하죠. 그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마치 인생과도 같아서 한번 골프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정복하고 싶은 느낌?ㅎㅎ 아마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코어를 한 타라도 더 줄이려고 하는 데서 가장 큰 재미를 느낄 것 같은데, 저의 경우는 제대로 된 스윙을 몸에 익히고, 그걸 매 순간 동일하게 잘 해내고 싶어 하면서 골프에 빠진 것 같아요.
스윙의 자세, 리듬, 궤도나 공에 힘을 싣는 방법 등을 하나씩 제대로 인지하고, 그걸 몸으로 잘할 수 있게끔 하는 데서 재미를 느껴요. 농구할 때 내 마음대로 농구공을 컨트롤하고 다양한 동작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며 재미를 느꼈던 부분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대로 익힌 스윙 동작을 매번 최대한 동일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해야, 실제 필드 라운딩을 나갔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그 자세가 바로 나오거든요. 농구도 나만의 슛 동작을 몸에 꾸준히 익혀야 수비가 붙은 경기 상황에서도 그 슛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는 점도 닮았어요.
반대로 농구는 굉장히 동적이고 호흡이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 상대 팀을 팀워크로 공략하며 함께 에너지를 발산하는 팀 스포츠이지만, 골프는 정적이지만 자신과의 싸움, 멘탈 게임이기에 오롯이 공과 나만 있는듯한 조용한 순간에 스윙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하는 개인 스포츠라는 게 다릅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격하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걷기를 좋아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필드 라운딩을 하면 산책하듯 초록 잔디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골프는 민첩성이나 순발력 등이 없더라도, 꾸준한 연습으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운동이예요. 반복 동작을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몇 달 꾹 참고 배워보기를 추천합니다! 다만 성격이 급하면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일지가 즐기는 배구 이야기.
어릴 적에 일본에서 “Attack No.1”이라는 (피구왕 통키의 배구 버전) 만화를 보게 되면서 배구에 흥미가 생겨서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집에서 오빠랑 비치발리볼로 재미로 시작하다, 중학교 2학년 되고서 학교팀 트라이아웃(tryout)*을 나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배구를 배우기 시작했죠.
*스포츠 팀에서 하는 선수 선발 테스트
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농구를 닮은 부분도 있나요?
배구의 매력은 공을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집념 하나로 몸을 날리면서 수비를 하고, 반대로 상대의 바닥에 공을 꼭 떨어트리겠다는 마인드로 공을 두들겨 패기도 하고 요령껏 빈 공간을 찾는 것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게 뭐라고!) 공 하나 살렸을 때, 공 하나 바닥에 찍었을 때 그 희열은 해보지 않으면 설명 불가.
농구와 닮은 점은 팀워크! 플레이어 한명 한명의 특장점/단점을 이해하고 상호보완을 하면서 팀의 색과 플레이들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첫 볼을 세터에게 전달하는 수비수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두 번째 볼을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세터가 좀 더 발을 많이 움직이고 정확하게 올려줄 수 있다면, 첫 볼을 정확하게 주지 못한 선수의 실수가 바로 만회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세터가 정확하게 공격수에게 토스를 올려주지 못한다면, 공격수가 어려운 토스를 해결해준다면, 세터의 실수 또한 만회되어요.
다른 점은 농구와 또 다른 피지컬과 스킬이 있어야 하는 점이예요. 농구보다 좀 더 반사신경과 민첩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또 농구처럼 몸싸움이 없어서 상대로 인한 부상은 적어요. 그리고 다른 팀 스포츠보다도 분위기가 중요한데요. 점수 한 점 한점마다 세레모니하고, 실점이 났을 때도 멘탈을 유지하도록 팀원들이 서로 격려도 하며, 점수마다 화이팅하는 게 자연스러운 스포츠이에요.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인터벌 운동**을 즐기는 변태 성향을 가진 (반사신경, 민첩성, 그리고 유연성이 좋은) 운동인!
**인터벌 운동: 강도가 낮은 운동과 높은 운동을 섞어가면서 교대로 수행해가는, 고강도 운동
윤경이가 즐기는 수구 이야기
수영 연습을 하러 종합운동장 수영장에 갔는데, 마침 옆 잠수풀에서 사람들이 공을 던지면서 수영을 하고 있더라구요. 재밌어보여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갔어요. 얼마 후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따고 개인 sns에 올렸는데 지인분이 그걸 보곤 입영 잘하겠다 하면서 수구해보면 어떻게냐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알고 보니 수구가 제가 잠수풀에서 본 운동이었더라고요.
수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농구를 닮은 부분도 있나요?
수구의 매력은 무엇보다 물에서 공을 갖고 하는 스포츠라는 점! 물기가 있는 공을 패스하고, 공이 손에 촥촥 감길 때 느낌과 여러 명의 수비를 피해 득점을 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공격 시간도 30초로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수영을 안 하더라도 입영을 하고 있어서 쉴 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매우 커서 지치기 마련인데, 하고 나면 오히려 상쾌하고, 아드레날린이 더 솟아나요. 물 위에서는 볼 수 없지만 물속에서 이뤄지는 치열한 몸싸움도 하나의 매력이에요.
농구처럼 팀 스포츠로 4쿼터로 진행하고 팀원들과 패스를 하고, 개인 스킬과 여러 작전들을 연습해요. 그리고 팀원들의 합을 맞추어 골을 득점하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아, 농구에서 점프볼로 경기를 시작하듯이, 수구도 가운데에서 수구공을 던져주면 수영을 빠르게 해서 먼저 쟁취하는 팀이 공격 선제권을 갖게 돼요. 수구는 골리 포함 7명이 경기를 뛰고, 한 게임당 8분씩에 30초의 공격시간이 있어요. 무엇보다 다른 점은 지상이 아닌 2미터 이상 깊이의 물 속에서 진행되고, 아무리 땀을 흘려도 전혀 땀이 안나는 기분이에요.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저처럼 물과 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진이가 즐기는 요가 이야기
본격적으로 요가에 빠진 건 6년 전, 아주 바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예요. 제 경험과 역량보다 큰 책임을 맡아서 허덕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해서 저도 모르는 사이 굉장히 깊이 몰입했었나봐요. 업무 시간도 긴데, 일을 마치고 나서도 일 생각이 떠나질 않아 매일같이 일 관련 꿈을 꿀 정도였어요.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버릴 것 같았는데, 그런 저에게 유일하게 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매트 위에서 요가하는 한 시간이었어요. 이상하게 요가를 하는 시간만은 머리 속에 다른 생각들이 완전히 비워지고, 세상에 나의 숨과 몸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빠른 속도로 에너지가 회복되더라고요. 그렇게 요가에 의지를 하면서 살다보니, 요가가 더 궁금해져서 선생님 과정까지 하게 되었고, 지금은 평생 가져갈 인생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요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농구를 닮은 부분도 있나요?
요가의 매력은 참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요가가 정말 좋다고 느껴질 때는 오히려 요가를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을 때인 것 같아요. 일상의 확연한 차이를 느껴지거든요. 확실히 정신이 어수선하고 몸의 피로함을 쉽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요가를 하면 몸과 마음의 구겨진 곳들이 펴지면서 순환이 되는 걸 느끼면 요가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꾸준히 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목표나 경지가 있다기보다는 평생 가야 할 과정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요가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구와 요가가 닮은 점이 있다면, 아마 결국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같아요. 농구도 기본기인 드리블, 패스, 슛, 그리고 기초 체력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요가에서도 기본이 되는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닮은 점이 있다면, 역시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 같아요. 요가는 팀 스포츠가 아니라 혼자 하는 종목이지만 오래 마음을 붙이고 하기 위해서는 함께 수련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농구도 미엔이라는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오래 이어가지 못했을 것 처럼 말이에요.
요가가 농구와 가장 다른 점은 아마, 신체적 한계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들 요가는 유연하지 못하면 하기 힘들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요가는 유연성 운동이 아니에요. 요가는 나의 신체와의 소통이기 때문에 내 신체의 상태에 맞게 맞추어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이나 신체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다는 것이 농구와는 다른 것 같아요. 농구는 나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희열이 있었다면, 요가는 노화와 신체 변화가 수련의 한 부분이 되어서 끊임없는 탐구 과제가 됩니다.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저는 사실 요가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합니다. 특히나 스스로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에게는 더욱더 추천해요. 살다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리송해질 때, 매트위에서 요가를 하다보면 명확해지는게 있거든요.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나의 숨과 신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안보이는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영이가 즐기는 코프볼 이야기
슬램덩크를 보고 대학생이 되면 꼭 농구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농구 동아리는 남학생 위주라 포기하고 있었어요. 근데 친한 친구가 코프볼이라고 농구랑 비슷한데 여자도 같이 뛸 수 있다고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코프볼은 4:4로 하는 혼성 팀 스포츠인데요, 상대편의 골대에 슛을 넣는게 득점인 점이 농구와 유사한데 드리블 없이 진행된다는 것과 골대에 백보드와 네트가 없는게 다른점이에요.
코프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농구를 닮은 부분도 있나요?
코프볼은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데, 그 부분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농구나 축구 같은 다른 운동들도 비슷하긴 해도 드리블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팀을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코프볼은 드리블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팀원과 계속 패스를 주고 받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어렵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구와 비슷하게 손을 쓰고, 골대에 공을 던져 넣는 운동이지만 남녀가 함께 뛰고 골대에 백보드가 없어서 모든 방향에서 슛을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달라요.
이런 분에게 추천해요.
많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플레이의 즐거움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남녀가 함께 뛰는 종목이라 커플 분들에게도 좋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에게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