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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영 Aug 04. 2018

오게끔 한다 vs 사게끔 한다 vs 경험하게끔 한다

마케팅에 대한 생각의 변화

저는 지난 5년 동안 빈브라더스에서 마케팅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였고,
2개월 뒤에는 멋진 통안에 들어가있는 세련된 커피 원두 정기구독 서비스가 되어 있었고,
1년 뒤에는 첫 번째 매장이 오픈했습니다.

섭스크립션 서비스 기획 Kick - Off 회의록. 참으로 재미있고 재미있던 시절.


온라인에서 저는 1년동안 아주 힘껏 헤맸습니다.
효율보다는 효과를 먼저 생각하는 타입이여서 정말 ROI가 안 나오는 이벤트들도 많이 했죠.

할인 쿠폰을 만들어서 대치동 은마아파트 1천세대 우편통에 편지모양의 할인코드를 꽂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쫓겨나기도 하고,
(쿠폰 사용율은 0%, 아마도 경비아저씨들이 빼놓은 것도 많았겠지만..)
커피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선물로 줄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보겠다며 생화 바구니를 가득 실은 트럭을 하루 종일 타며 커피 도구 세트와 함께 차를 오르락 내리락하곤 했죠.  
매출은 나왔으나 다음해에는 할 수 없고 마진은 박했던 이벤트...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했을 것이나,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실패했던 사례들이네요.

그러던 와중 - 온라인에서 힘껏 뛰어보기도 전에 카페가 오픈해버려서
Scope이 갑자기 넓어지게 되었어요.

혹은 사실 아예 다른 일을 하게 되었죠.

처음 카페 마케팅을 맡게 되었던 해는 '14년도 였습니다.
합정 매장은 5월 31일에 오픈했는데 - 오픈하자마자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상한 것 보다 고객 유입이 많아, 사실 더 집객시키거나 마케팅을 할 필요성을 많이 못 느꼈죠.

그러다가 7월에 인천 매장과, 신세계 영등포점 매장이 오픈하게 됩니다.

추억의 신세계 영등포 매장. 약 9개월간의 팝업 생활을  마치고 마무리하였다.

브랜드가 아직 초기 단계인데 의도치 않게 백화점에 너무 빨리 들어가게 되면서 - 그것도 가장 합정과 다른 느낌의 상권인 영등포에 들어가게 되면서 저는 큰 벽에 부딪혔습니다.
(사실 입점도 제가 신세계 파트너 포털에 커피원두를 판매하려고 제안을 넣었다가 - 잘못해서 카페 담당 MD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 일로, 제가 자처한 일이긴 했습니다.)
고객층의 평균 연령은 50대 정도였으며 (젊은 사람들은 다 타임스퀘어로 이탈하여 더욱 연령층이 양극화)
우리는 정말 알려져 있지 않은 신생 브랜드였고 - 하루에도 팥빙수(?)를 찾는 고객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의 저를 돌아보면 참으로 절박했습니다.
영등포역에서 타임스퀘어로 진입하는 통로에 팝업카페를 4일 정도 열고 하루에 천명 정도씩에게 시음회를 열었습니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우리를 알리면서 외치고 할인 쿠폰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타임스퀘어의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고자 - 타임스퀘어 식당가에서 집객 1위었던 서가앤쿡에 찾아가 쿠폰 비치를 요청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했어요...), 교보문고 영등포점에도 집객시키는 쿠폰을 비치하고..
당시 29cm에 입점되어있었는데, 29cm의 젊은 고객층들이 영등포점에 방문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클래스와 경험 컨텐츠를 온라인으로 기획해서 판매했습니다.

이 뿐 만 아니라 온갖 종류의 시그니처 메뉴와 베이커리 세트 메뉴를 만들었구요.
여느 다른 매장에는 찾아볼 수 없는 친절한 사진 설명 메뉴판까지... ㅋㅋㅋ (문뜩 그 사진첩 메뉴판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원래 들어갈 때부터 팝업 매장으로 계약했던거라, 우리의 영등포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끝이 났지만
마케팅을 할 때 저의 다급함과 절박함, 그 때 했던 마케팅 프로모션들 각각의 회수율과 성과,
그래도 내려가지 않는 고객들의 평균 연령, 그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우리의 헤드 바리스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참 생생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아직도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영등포를 잘 가지 않지만, 크게 배운 것이 있었습니다

백화점에 입점한 뒤 막 이러한 저러한 것들을 시도하고, 백화점 파트너를 계속 괴롭히며 이것저것 하자고 하던 저에게,
당시 저의 상사인 L은 이런 코멘트를 했습니다.

"지금 너가 매출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할 것인지, 매장에 사람들이 오게 하고 무언가 색깔이 다르다라고 느끼게 하는 걸 목표로 할지에 따라서 전체적인 방향성은 정말 크게 달라질거야."
"잉? 그게 머가 다르죠? 매장에 오게 해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하는 거랑 매출 높이는 거랑 같은 얘기 아니에요?"

그 당시에는 그 코멘트가 이해되지 않았고
저는 두가지를 하나로 이해하며 - 사실은 조금 더 매출을 높이는 쪽으로 - 많은 것들을 실행해갔죠.
하지만 그 둘은 정말 다른 것이었습니다.

매출을 높이는 걸 목표로 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매출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Breakdown하게 됩니다.
정량적으로 / 구조적으로 접근하게 되며, 객단가 x 구매 건수로 접근하고 -
그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막 찾게 됩니다.
예를 들면 -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세트메뉴 구성은 어떨까? / 더 집객 시킬 수 있는 이 할인쿠폰을 이 때 하면 어떨까? / 이 시그니처 메뉴를 하면 안 왔던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등등.
그러면 고객은 하나의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빌지($$) 혹은 숫자로 보일 수도 있죠.
이 생각의 흐름은 사실 우리나 투썸이나 스타벅스나 다 같은 프레임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건드려야 매출이 올라올지 Lever별로 다 두드려보아야 하는데, 문제를 진단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아니면 적합한 Jackpot을 만질 확률은 적습니다. 우리나라 카페 고객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는 않고, 카페라는 것은 '경험의 총집합'인 굉장히 복합적인 상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매장을 우리가 의도한대로 경험하게 한다'로 생각을 모으면 모든 것은 명료해집니다.
지금의 고객들에게 어떻게 커피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릴까? 어떻게 가이드해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 현재 오고 있는 고객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들의 현재 커피 지식 수준은 어떠하지? 아메리카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핸드드립은? 원두가 여러가지이고 - 그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나? (당시는 '14년도..인걸 감안해주세요..ㅎㅎ) 그러면 POS에서 응대할 때에도 고객이 주문하는 말들을 더 살피게 되고, 고객의 수준이나 니즈를 파악하게 되고 - 음료가 나갈 때에도 적합한 설명을 골라서 찾게 됩니다.
그 지역에서 주로 오는 고객들을 위한 적합한 클래스나 액티비티를 찾게 되고 실행해가게 되는 것이죠.
고객을 한 명 한명 관찰하게 되고 - 정성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객을 바라보게 하는 틀을 제공합니다.

이 생각을 카페 오픈 1년차 때 뼛속깊이 이해하게 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많은 의사결정을 할 때 위의 프레임을 갖고 아주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제안은 우리가 의도한 경험, 우리가 매장에서 내고자 하는 색깔을 강화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단기적 집객을 위한 것인가?"를 구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게 되었죠.

 

최근 합정 매장에서 우리 손으로 열어본 미니 커피 페스티벌, COFFEE WEEKEND. '경험덕후들'이라고 누가 코멘트를 남겼다.


그렇게 저는 - 오게끔하는 것, 사게끔 하는 것 그리고 경험하게끔 하는 것 -이 다 정말 크나큰 액션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고의 전환이 마케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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