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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Dec 03. 2023

파도가 치면 파도가 치는 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소하지 않기, 무뎌지지 않기. 무정하지 않기...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 되뇝니다. 변화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파도가 칠 땐 파도를 타야 합니다. 파도를 타겠다는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요. 어딘가에 등 떠밀려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내가 직접 생각하고 내린 행동이니까 그 행동에 애정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 파도를 탑니다. 파도가 끝나고 멈춘 곳에서 오늘치의 걱정과 고민거리를 잘 갈무리해 보겠습니다.


이번 ‘오늘의논문’은 따끈따끈(?)한 소식과 함께 풀어봅니다. 11일, 그러니까 그제죠. 서울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제14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선 ‘공존의 미래, 사회연대경제에서 길을 찾다: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아시아정책대화’라는 이름의 분과세션이 열렸습니다. 서울대 사회혁신 교육연구센터의 미우라 히로키 박사가 <사회연대경제의 세계 및 아시아적 흐름과 지역 공동체 재창조>란 주제로 발제를 했는데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미우라 히로키 박사는 글로벌 사회연대경제 흐름을 볼 때 3가지 특징을 1) SDGs와의 일체화가 가속. SDGs 달성 수단으로써의 사회연대경제, 2) 다년도 임팩트 관리의 필요성 증가, 3) 단독 사업을 넘어 섹터 간 협업 사업도 사회연대경제 일부로 인식된다고 정리했습니다. 


그 이야기 중 임팩트 관리(impact management), 임팩트 평가(impact measurement)에 대한 강조가 새삼 눈에 들어왔어요. 미우라 히로키 박사는 평가의 중요한 목표는 ‘학습’이라고 말했는데요, 성과를 통해 사업 모델, 사업 체질 개선,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는 것이기에 일회적인 평가가 아니라 다음 평가를 위한 현재의 평가로, 그러니까 연속성을 가진 평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전적인 평가가 필요하단 거죠. 특히 협동조합을 비롯해 지역을 기반으로 상호돌봄의 공동체를 만들어온 조직들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평가를 진행해야 합니다. 학습을 위한 도구라고 평가를 생각한다면, 평가를 통해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나 사회적 역량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테고요.


모든 사회적경제 조직을 획일적인 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고민하는 사회적 가치의 고유성과 특징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계속 성장을 위한 발전 도구로 평가를 한다면-사회적경제의 시민성, 자발성, 기업가정신을 향상하기 위한 도구로 말이죠- 평가에 대한 관점이 달라져야겠죠.



사회적경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명확한 사회문제 정의를 바탕으로 그동안 문제해결의 해결방안을 제시해 온 사회적경제 조직의 더 발전적 방안을 위해, 객관화된 지표로 임팩트 역량을 확인해 파트너의 발굴/자금 확보 등에 활용하기 위해 등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가치를 알린다는 측면에서의 평가 활용 방안도 고민해 보게 되네요.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활동에서 비롯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벌써 꽤 오랫동안 현장에서 또 학문 영역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정의나 방법이 워낙 다양하기에 생각들도 여럿입니다. 논문이나 보고서도 많고요. 대부분 지표의 개발 과정보다는 이미 개발된 지표를 적용,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요.


저는 사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겠다고 뛰어든 배경과 맥락, 참여 주체들의 생각과 같은 지표 개발 그 자체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사회적인 것을 계산하기: 사회적 가치 지표(SVI) 개발의 하부정치>라는 논문을 봤어요. 연구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개발한 ‘사회적 가치 지표(Social Value Index, SVI)’의 사례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적가치지표(SVI, Social Value Index)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사회적 가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이자 현실이며, 문제는 그 대상을 투명하게 정의하는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연구들이 공유하는 전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문을 시작합니다. SVI 사례를 통해 지표 개발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어떻게 조정되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렇게 논문은 10여 년에 걸친 SVI 지표의 개발 및 운용과정을 추적하면서 논문은 측정의 목표를 둘러싼 이견과 사회적 가치의 정의, 계산을 둘러싼 쟁점의 변화를 정리합니다.


SVI를 비롯한 모든 지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관점을 반영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쳐서 ‘객관성’을 담보한 도구로 기능하고 제도화될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SVI 측정에 기입된 숫자와 그래프는 “현실의 투명하고 직접적인 재현이 아니라, 특수한 사회⋅물리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 복합적인 협상과정의 산물로서 일종의 ‘사회적 숫자(social numbers)’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주체들은 지표 개발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가치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또 사회적경제라는 현실을 재조립합니다. 그렇게 지표 안에 담긴 사회적 가치는 사회의 맥락을 담게 됩니다. 사회적경제는 그 맥락 안에서 다시 이해되고 분석되죠.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현장은 얼마나 반영될까요?('현장'이 어디냐는 물음은 잠깐 접어두고요.. 이것 자체로도 이야기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불완전한 현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움직임을 사회적 가치 안에 모두 담을 순 없겠죠. 완벽한 숫자의 세계에서 벗어나 불완전하지만, 역동적인 또 생생한 실제의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사회적경제 현장과 학계 사이에도 거리감은 있습니다. 현장을 다룬 글이지만 잘 읽히지 않아요.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연구한다는 것은 사회적경제를 만드는 사람들과 같은 법칙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고 그건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내부에서 현장을 만드는 쪽과 보는 쪽으로 나뉜 것뿐이니까요. 만드는 것과 보는 것 사이의 대화는 어떻게 활발해질 수 있을까요? 


비슷한 고민을 여러 분야의 여러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도 많죠. 얼마 전 창간 2주년을 맞은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여기저기 많이 떠들고 다니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현장의 건강한 담론을 만드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사회적경제의 의미를 전달하고, 사회적경제의 존재 이유를 조명하는 그런 플랫폼 말이죠.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질문을 자꾸 던지는 과정에서 담론이 형성되고 의미의 수용성도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사회적경제 의미의 폭을 넓히는 거죠.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앞으로’를 응원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길 꿈꿔 봅니다. 





2022년 8월부터 격주로 발행 중인 <오늘의 논문> 뉴스레터의 내용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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