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냄새나는 글

2025.06.12. 목요일의 기록

by 허건

1. 물 먹는 하마


가끔은 닉네임을 잘못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허쉬라는 닉네임에 임팩트가 없다. 사실 나는 허 씨라고 불리고 싶었다. 나의 해방일지 구 씨(손석구)처럼... 그래, 나는 테토남이다.

나는 하마라는 닉네임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순수하게 물만 하루에 2L 이상은 꼬박꼬박 마시는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더 물을 챙겨 마신다. 금연을 시작한 이후로 회사에서 내가 움직일 일은 물 뜨러 가기와 물 버리러 가기, 두 가지뿐이다.

나는 남들보다 더 쉽게 갈증을 느낀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제공된 물 한 병조차 모자라서 매번 "죄송하지만 여기 물 한 병만 더 주실 수 있으실까요?"라며 정중히 물 한 병을 요청한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나를 위한 물이 언제든 컵에 준비가 돼있다. 꿀꺽꿀꺽 목으로 넘어가는 시원한 물의 느낌이 좋다. 물을 양껏 못 마셨더라면 나는 벌써 말라비틀어졌을 것이다.


2. 흠뻑쇼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배출되는 물의 양도 상당하다. 화장실은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가는 것 같고, 워밍업 수준의 동작만 해도 땀이 쏟아진다.

어제는 스쿼트를 했는데 -나는 스쿼트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 세트, 한 세트가 끝나갈 때마다 흠뻑 젖어가는 내가 보였다. 땀이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뿜뿜 분출되어 스쿼트를 하고 있는 내 다리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헬스장에서 나 홀로 즐기는 흠뻑쇼. 헬스장 관리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숨을 고르며 물을 마셨다. 방출된 만큼 물을 공급해서 체내 수분 함량의 항상성을 유지했다.

운동할 때 나는 항상 목에 수건을 두르고 운동을 한다. 운동이 끝나면 수건은 항상 물에 담갔다 뺀 것처럼 축축이 젖어있다. 온몸에서 땀이 나기에 가끔은 수건을 머리에 두건처럼 두르고 운동을 하기도 한다. 그런 쾌남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으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한껏 가슴을 부풀리고 과묵하고 진중하게 운동에 집중하는 남자인 척 스스로에게 취한다. 평소 술은 안 마시지만 나는 잘 취한다.


여름에 세차를 할 때도 수건은 필수다. 그런데 이건 좀 억울한 게, 체감온도가 40도가 넘어가는 습한 날씨에 세차를 하면 당연히 땀범벅이 되지 않을까. 목에 두른 수건으로 내내 얼굴을 닦으며 세차를 해야 한다.

예전에 현장에서 일을 할 때도 커피머신 배관 설치를 위해 개수대 밑에 쪼그려서 작업을 하면 땀범벅이 되었다. 한 번은 어느 고객사의 커피머신을 점검하러 간 적이 있는데 숨 막히는 사무실 분위기와 은근히 따뜻한 온도로 인해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한 적이 있다. 더구나 커피머신은 내부 보일러 온도로 인해서 머신 자체가 뜨겁다. 그렇게 땀을 닦으며 일을 하고 있으면 되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현장 담당자랑 친해지면 가끔 맛있는 것을 많이 준다. 관리 여사님들에게 인사를 잘해도 여사님들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고 있으면 안 챙겨주려야 안 챙겨줄 수가 없다.


3. 테토남


이런 나라서 그런지 나는 땀을 안 흘리는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땀을 안 흘리지? 그런 사람들은 왠지 물도 적게 마실 것 같다. 그리고 땀 냄새도 나지 않겠지. 나 같은 테토남에게 숙명이 있다면 강력한 테스토스테론의 향기, 땀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데오드란트와 온갖 향수로 후각을 속이려 해도 결국 냄새는 나기 마련이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려 하면 나는 방어적이 된다. 냄새나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실제로 나는 냄새나는 사람이 싫다. 나는 향기에 민감하다. 항상 달콤한 향이 나는 사람이 있고 쾌남의 향이 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나는 향기로 그 사람을 기억한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이 또 다른 나를 만난다면 바로 혐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땀 흘리기 싫다. 이게 건강한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P.S. 나무위키 中 '평소에 많은 운동을 하는 사람(스포츠맨 등)은 땀샘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아낸다. 덕분에 고강도의 운동을 계속해도 체온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반면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대개 땀샘이 잘 발달되지 않아 체온이 상승해도 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심한 경우 온몸이 따끔거릴 뿐 땀은 거의 나오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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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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