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PRICORN Aug 09. 2024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2

그들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어들은 인간들로 인해 갑자기 긴 삶을 살게 되었다. 본래 문어의 수명은 1년에 불과했고, 수컷과 암컷, 자식 간의 유대관계는 전혀 없었다. 수컷은 교미 후 죽거나 암컷에게 잡아먹히고, 암컷은 산란 후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알만 품다가 죽었다. 모든 문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홀로서야 했다.

그러나 불량 백신으로 인해 그들의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자, 문어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문어들은 더 오랜 시간 살아남아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지식은 자식에게도 전해졌다. 자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을 하면서, 문어들 사이에 없던 "유대"가 생겨났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고, 이는 문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부모 문어들은 자식에게 자신들의 생존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개념을 확립하게 만들었다.


문어들은 자신들의 수명 연장의 원인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그들의 서식지에 다량으로 쏟아진 "그 물건"을 건드린 문어들만이 갑자기 수명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변이는 자식들에게도 이어져, 그들 역시 장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문어들은 이 변화를 반겼다. 자식이 성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픔도 커졌다. 부모는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었고, 가족들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동시에, 그들의 서식지는 심각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했던 강한 문어들은 살아남았지만, 약한 개체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처음에는 5년이 걸리던 변화가 3년, 그리고 몇 달 만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어들이 사냥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꾸곤 했던 산호들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들이 지금 주로 바꾸는 모습은 대부분 "돌"이었다. 문어들의 세계는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어들은 자신들의 수명을 강제로 연장하고 서식지를 오염시킨 "인간"에 대한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분노"는 문어들을 더욱 결속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문어들은 자신의 동족뿐만 아니라, 소통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돌고래들과도 제휴를 맺었다. 문어들은 돌고래들에게 그 물건의 위험성을 설명했고, 돌고래들 역시 인간에 대한 분노를 공유했다. 그들 또한 인간에 의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동족이 사냥당하고 있었다.


문어들은 이미 전투 문어들을 양성하고 있었으며, 돌고래들에게도 이를 권했다. 돌고래들은 자신들의 신체 특성에 맞춘 훈련법을 개발했고, 문어들은 그들에게 내륙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했다. 그 "독이 든 성배"인 물건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갑자기 가만히 있던 문어가 목숨을 잃거나, 돌고래들이 시각이나 청각에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전복된 배에서 가져온 다양한 물건들로 인간을 연구하고, 자신들이 가진 독을 인간에게 더 치명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문어들은 육지에서의 생존과 공격을 위한 훈련을 계속했다. 가장 긴 두 다리를 지지대로 삼아, 환경에 따라 몸을 바꾸는 위장 능력을 더욱 강화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5년이 흘렀다. 인간들은 여전히 지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행동이 지구의 많은 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방종했다. 이제, 그들이 무기력함을 느낄 차례였다.


그러나 과연 문어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간들이 쌓아온 문명은 이미 수 세기에 걸친 결과물이다. 단지 25년의 시간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돌아갈 수 없는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